– 악보의 문을 열고 바흐를 만나다, 내 친구 바흐
– 악보에 내 느낌을 담는 것이 악보에 나를 심는 것
[서울교육방송 장창훈 작가]=세종사이버대 실용음악학과 대위법 5번째 특강(박주향 교수님)이 무방관 101호에서 진행됐다. 대위법 특강은 18세기 작곡법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음악교육 강좌이며, 대위법을 통해 작곡을 한 바흐의 악보, ‘인벤션’이 주교재다. 바흐는 팔레스티나(16세기 작곡가)를 통해 영감을 받고, 대위법으로 작곡했다. 대위법 특강은 현재 18세기 대위법을 다루고 있고, 이후에 16세기 대위법 특강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박주향 교수님은 “18세기 바흐의 대위법은 16세기 팔레스티나에 뿌리를 둔다. 16세기 대위법이 엄마라면, 18세기 대위법이 딸과 같아서, ‘모드’를 통해 작곡을 한 16세기 대위법을 알게 된다면, 대위법의 진면목을 발견하고, 작곡의 문이 새롭게 열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9월 24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주제선율의 반복된 패턴 찾기’ 숙제를 한 나는 무척 행복했다. 인벤션 악보를 A3에 프린트해서, 붉은 색과 파란색으로 주제선율을 칠하고, 비슷한 패턴을 낱낱이 조사했다. 한참 숙제를 설명하다가, 낭패를 당했다. 글쎄, 인벤션 1번과 2번이 섞여서 숙제를 한 것이다. 악보가 너무 비슷해서, 나는 틀린 악보에서 주제선율을 찾아냈다. 찾아낸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다. 대위법 특강을 자주 듣다보니, 이제는 간혹 음악적 용어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새로운 학우님들이 3명이나 더 참석해서, 기존 학우님들과 다른 관점에서 ‘바흐의 작곡법’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특강 분위기가 다채로워졌다. 오늘 강의에서 자주 나왔던 키워드는 ‘역동성과 순차진행’이다.
“주제 선율이 계속 반복되지만, 똑같이 사용된 것은 없다. 4도와 5도 등등 다양한 변화를 주면서 주제 선율이 사용된다. 중복을 피하면서 불협화음을 만들지 않는 방법이 바로 순차진행이다. 순차진행은 대위법에서 생명줄이다. 화성학의 작곡법은 서로 다른 음들이 동시에 울릴 때 어떻게 조화롭게 들릴 것인지, 공간음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면 대위법 작곡은 다르다. 대위법은 소리의 흐름이 중요하고, 주제선율이 계속 변화를 하기 때문에 역동성이 느껴진다. 화성학은 ‘협화음’이 주인공이고, 대위법은 ‘불협화음’이 주인공이다. 대위법은 선율로 만들어진 음악의 구조물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그것에 집중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주제선율을 강조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는다. 대위법에서는 모든 선율들이 수평구조를 이루고, 주제선율을 강하게 치면 안된다. 주제선율을 강조해서 치면, 전체 구조가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주제선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제1 주제선율과 제2 주제선율이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가고 있는지, 대화식 구조를 보여주는 것이 대위법의 핵심이다. 화성학이 수직구조라면, 대위법은 수평구조라고 할 수 있다. (화성학이 나무를 보여준다면, 대위법은 숲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바흐의 인벤션을 다양한 연주형태로 들었다. 연주자에 따라 바흐의 느낌이 전혀 달랐다. 악보는 바이블이 아니고, 단지 재료였다. 연주자는 요리사다. 재료를 어떻게 요리할 것인지, 연주자의 해석이 매우 중요하다. 박주향 교수님은 “바흐는 악보를 던져줬고, 연주자는 자기 스타일로 연주했다”라고 설명했다. 즉, 베토벤 시대가 되기 전에 작곡가와 연주자의 관계는 연주자가 ‘갑’에 해당했다. 그래서 작곡가는 악보를 써서, 그 악보대로 연주될 것을 기대하지 않았고, 요구할 권한도 없었다. 베토벤 시대에 와서, 작곡가의 권위가 높아졌고, 연주자는 악보대로 연주하는 것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그래서 바흐의 인벤션은 연주자에 따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바흐는 “연주자가 알아서 악보를 맘껏 변형해서 연주하세요”였고, 베토벤은 “내가 써준 악보를 있는 그대로 연주하고, 틀을 벗어나지 말라”였다.
박주향 교수님은 “제1 주제선율과 제2 주제선율이 서로 결혼해서 신혼생활을 마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룬 것이 인벤션1번이라고 한다면, 이제 주제선율과 전혀 다른 형태를 찾는 것이 숙제다. 결혼식 축하객일 수도 있고, 결혼을 반대하는 불청객일 수도 있다. 주제선율과 전혀 다른 선율을 찾아서, 전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건반으로 쳐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악보에 나의 느낌과 생각과 감정을 담는 것이 악보에 나를 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5번째 특강에 함께 합류한 윤건아 학우님은 “특강이 정말로 유익했다. 세무회계를 하다가 뒤늦게 고등학교 시절에 꿈꿨던 음악의 길로 다시 들어와, 4년 동안 음악과 함께 살면서, 음악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1:1 레슨을 통해 음악을 깊게 배울 수 있었다. 음악과 함께 살고 있고, 음악을 좋아하는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어서, 세상을 다 가진 그런 느낌을 갖는다. 다시 음악을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대위법 특강을 통해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됐다”라고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