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은 비가 옵니다.
강릉이 ‘江陵’이라는 한자를 쓴다는 것을 강릉에 와서 알았습니다.
집짓는 일은 매우 복잡해서 중학교 2학년 2학기에 배운 ‘도형’과 같습니다.
치수를 재는 것도 mm 단위를 써서, 3028은 3m28mm인데, 현장에서는 3028이라고 합니다. 1mm 오차가 쌓이면, 3층에서는 1m까지 벌어질 수 있어서, 매순간 1mm에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저는 여전히 실수투성입니다. 5mm인데, 그것을 0,5cm라고 읽습니다. 그래서, “0.5예요”라고 하면, 모두들 갸우뚱합니다. 건축현장에서는 소숫점이 없으니까요.
“손톱으로 잘라요”라고 해서, 제가 손톱으로 TSM를 잘랐더니, 한바탕 웃음이 터졌습니다. 손톱이 ‘손으로 사용하는 톱’을 말한 것인데, 제가 손톱으로 자르려고 했으니…. 나이 50세에 건축분야에 들어서, 아주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 즐겁습니다.
저는 매일 독사같은 도구를 만납니다. ‘타카’라는 녀석인데, 이것은 큰 홉집게 비슷합니다. 중간형태가 있고, 큰 것은 DT라고 하는데, 손가락 크기의 대못을 박는 것입니다. 대못이 DT 기구안에 들어가서 권총처럼 방아쇠만 당기면 대못이 발사됩니다. 물론, 목재와 목재를 연결할 때 사용합니다.
DT는 독설과 같아서, 사람에게 큰 상처를 남깁니다. DT에서 발사된 못은 참으로 유용하지만, 잘못 발사된 못은 치명상을 입힙니다. 오늘은 그 DT를 보면서, 내가 뱉은 ‘독설’이 얼마나 나쁜지, 내가 좋아서 한 말들, 혹은 내가 정의롭다가 믿고 뱉은 말들, 혹은 내가 감동된다고 생각하고 뱉은 말들에 상처를 받았을 누군가를 떠올려 봤습니다.
그리고 다시 다짐했습니다. ‘혀를 다스리자’라고!! 혀는 다스리지 못하면 뱀과 같고, 다스리면 애완견과 같아서 사랑스럽습니다.
제가 다니는 건축회사는 건축주를 위한 집을 짓는 경영철학이 있어서, 건축주의 의견을 늘 귀담아 듣습니다. 회사 사장님도 옷에 페인트를 묻히면서 함께 일하고, 함께 밥먹고, 오늘은 건축주가 일하는 직원들에게 밥까지 사줬습니다. 온종일 비를 맞으면서, 외부 마감재 작업을 했는데도 즐겁습니다. 이론으로만 알던 건축이 실제로 눈앞에서 이뤄지고, 제가 직접 자른 목재가 집의 재료가 되는 것을 보니,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밤 9시, 잠이 별처럼 쏟아집니다. 모두들 행복한 꿈 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