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회사 이사님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웨더텍스 120장*10=1200이다. DT 타카로 고정을 시키면서 작은 흠집이 발생해,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 회사는 그 부분을 간과할 수 없엇다. 결국,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아침에 사장님과 이사님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하시더니, 페인트를 바르기 전에 먼저 퍼팅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과연, 그 작은 구멍을 메꾸고서 페인트를 칠했더니 집의 외관은 세련미를 갖췄다. 가령, 고급 양복에 구멍을 뚫고 그것을 그대로 둔다면 어떨까? 구멍을 뚫은 그곳에 작은 소품을 달고서 모양을 낸다면 양복은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단지, 나는 1200개가 넘는 구멍에 화룡점정을 해야했다.
와시바를 타는 일은 높은 음자리로 ‘시도레’를 올라가는 것과 같다. 오선지에서 가장 꼭대기는 ‘솔’이다. 바람이 불어 ‘솔’인데, 와시바는 그런 위치다. 먼 풍경울 보는 것은 즐겁겠지만, 가까운 곳이나 땅 밑을 볼 때는 4층 높이 와시바는 두렵다. 나는 떨리는 심장을 붙들고 1mm 구멍들과 사투를 벌였다. 고무 주걱처럼 보이는 작은 헤라를 가지고 작업을 했는데, 검지 손가락을 이용해서 직접 발라보기도 했으나, 역시 고무 헤라가 최고였다. 1200개를 모두 발랐더니. 건너편에도 새롭게 작업을 해서, 대략 400~500개 구멍이 다시 생겨, 내가 메꿨다. 숙달이 되니 재미가 붙었다. 누구나 처음엔 서툴러 불편하지만, 익숙하면 숙달되어 즐거움이 생긴다. 그래서 건축은 도전이다.
돌의 달인은 어제도 함께 우리와 일을 했다. 집을 둘러 화강석이 붙기까지 돌의 달인은 톱으로 쓱쓱 돌을 잘랐다. 두부 다루듯 한다는 말이 정말 맞았다. 그 무겁고 두꺼운 돌을 그렇게 쉽게 자르니, 모두 침묵을 지키며 그 경광을 구경했다. 어떤 분야든 탁월하게 잘하면, 그 자체로 신비감을 준다. 지난 주에 루바를 붙일 때만 해도 집의 외관은 딱히 마음에 그려지지 않았는데, 화강석이 붙고, 특히 현관문 앞에 180kg 화강석이 자리를 갖추자, 패시브 하우스의 웅장함은 대문에서 느껴졌다. 집은 웅장함으로 평안함을 준다. 믿음직스러우니까, 그래서 화강석이 외부 마감의 결정판이다.
건축회사 사장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강한 돌 옆에는 부드러운 꽃이 있어야 한다면서, 자연석을 돌담처럼 쌓아서 올린 다음에 꽃밭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조선을 세운 이성계도 언제나 꽃밭을 거닐면서 그 마음을 달랬다는 내용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꽃은 사람의 마음에 향기를 데려온다. 돌과 꽃이라~~~
어느 한 사람 노는 사람이 없이 우리는 각자 맡은 일에 열정의 불을 태웠다. 아침에 서리가 내렸다. 롤 싱글 위에도 살포시 내린 서리가 겨울의 차가움을 알려왔다. 옥상은 이미 방수작업이 마무리 되었고, 내가 건축주와 함께 한 그 일이 어찌나 보람되던지, 한 손에는 토치를 들고 다른 손에는 롤 싱글을 들고, 건포도 잼처럼 생긴 본드를 롤싱글 접합부에 붙이면서 해가 서산에 질 때까지 우리는 1mm 사투를 벌였다. 불로 물을 막는 방수작업이라고 할까?
홍수가 일어날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하니님께 들은 노아도 역청으로 배에 방수작업을 했고, 이후 세대는 역청기술을 건축에 활용해 바벨탑을 쌓았다. 그 역청이 바로 롤싱글이다. 어찌 보면, 옥상은 배의 밑바닥과 같다. 집은 비가 쏟아져도 안전할 것이다. 땅에 정박해 평안한 강릉의 패시브 하우스다.
“시작할 때 단도리, 끝날 때도 단도리, 시작 단도리와 마침 단도리가 건축의 모든 것이다” – 건축회사 이사님
건축회사 이사님은 내게 “이것 저것을 챙겨요”라고 하지 않고, “모슨 작업을 할테니까, 그 작업에 필요한 도구가 무엇인지 생각하고서 준비해요.”라고 말했다. 이것이 단도리다. 일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을 갖추는 것이다. 웨더텍스 작업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DT타카 2개, 오공 본드 2개, 전기톱 커터기 등이다. 거기에 맞게 도구를 찾고, 전원을 켜고, 작업환경을 만들었다. 단도리는 마음 가짐이 아니다. 실제 할 수 있는 그 환경을 갖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