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함께 있었다. 500인 대토론회 기자간담회에서 15분동안 서로 마주하면서 3~4가지 질문을 주고받고 내가 알고싶었던 것들에 대해 설명도 직접 듣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학생 기자들도 참여했고, 경기권 교육언론인도 함께 했었다. 값진 시간이었다.
가끔 나는 엉뚱한 상상(想像)을 해본다. 위에서 모든 리모콘을 잡고서 사람과 사람을 엮어서 인연(因緣)으로 돌리고 있다는…. 그런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거나, 혹은 사람이 사람과 어긋나는 것은 위에서 모든 것을 움직이고 있다고….. 내가 무슨 잘한 일이 있어서 위에서 나에게 그런 소중한 것을 줬을까? 이제 이게 나의 고민이다.
어제 기자간담회는 사실 내가 참석할 수 있는 그런 자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주어진 소중한 자리는 그 기회를 알려줬던 사람이 있어서다. 시간의 문은 ‘정보’를 통해서 열린다. 딱 그 시간에 기자간담회의 장소와 시간을 정확히 알려준 것, 나는 지금도 생각해보면 내가 그런 대접을 받아도 되나? 과분할 따름이다.
나는 한문전문가이다. 어제 누군가 나에게 ‘한문의 멘토가 누구냐?’고 물었다. 나에게는 2명의 한문멘토가 있는데, 내가 두 멘토에 대해서 진실하게 설명했다. 아마도 그것이 내가 양심을 따라 잘한 일이라면 잘한 일이라고 지금 곰곰이 생각해본다. 또한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나는 다짐해본다. 보이는 세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주관하고 움직임을 믿기 때문이다. 이것이 신본(神本)이 아닐까?
“내가 편지를 썼었어요. 한문에 대해서 정말로 배우고싶다고. 그리고, 편지 답장을 받았죠. 그 답장을 받고 저의 한문해석 차원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지금도 그때 그 감흥(感興)은 잊혀지지 않아요. 어디서 들어본 적이 없는 가장 고결한 한자해석을 만났었거든요. 멘토가 이름으로 해석한 그것을 보면서, 한문해석은 앞으로 이렇게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밝을 명(明)은 흔히 해와 달이 밝아서 밝다, 혹은 창문(日)에 달이 밝다는 식으로 허신의 설문해자를 따르죠. 저의 멘토는 해와 달이 만났다, 이것은 신랑과 신부가 만났으니 가장 밝은 것이다. 주최와 상대가 만났으니 가장 좋은 일이다, 하늘의 큰 광명체가 만났으니 가장 밝은 것이다고 해석했어요. 기존에 없는 전혀 다른 상징으로 한자를 풀어내는 그 편지가 멘토링으로 작용했죠. 그때부터 저는 기존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한자해석을 했던 것입니다. 析은 쪼갤 석으로, 도끼로 나무를 쪼갠다는 식으로 흔히 해석해요. 저에게 보내준 편지에는 木을 사람으로 해석했어요. 나무는 곧 사람이다, 도끼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사람을 쪼갠다는 것은 선악을 분립한다는 것과 같다고 해석했어요. 이런 해석은 정말로 조감도(鳥瞰圖)처럼 위에서 내려다보는 입체적 한자해석이었죠. 그때 그 멘토링이 나의 한자해석의 운명을 결정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글씨체에도 추사체가 있고, 명문의 필체가 있듯이 한문해석에 있어서는 저는 제 멘토의 스타일을 지금도 따라합니다. 이것이 내가 경험하고 인정하는 한문해석의 신본(神本)이고, 근본(根本)입니다”
나의 이러한 설명은 열쇠로 자물쇠를 열 듯 아주 복잡하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한 내용들이라서, 누가 물으면 침묵(沈黙)으로 덮는 것이 편리한 것들이다. 그러나, 나는 침묵하지 않았고, 이 사건이 형상으로 변형되어서 어제 내가 ‘기자간담회의 정보’를 듣게 되는 기회가 온 것이 아닐까싶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양심으로 잘한 것은 이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나는 누가 보든 아니든, 홀로 있든 아니든, 진실하게 인생을 살기로 스스로 다짐해본다. 내 삶이 비탈길이든 아니든 좀 어떤가? 고단한 삶이든 아니든 좀 어떤가? 묵묵히 맡은 일에 진실하자!!!!
또한, 어제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기자간담회에서 ‘학교민주주의’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무척 공감된 내용이었다. 소수의 의견이 존중받는 학교민주주의는 의회민주주의와는 사뭇 다르지만, 결국 다수의 의견과 소수의 의견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꾸준히 대화와 설득으로 토론을 하면서 하나의 완성된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 ‘학교민주주의’라고 했다. 다수가 압력으로 소수를 짓밟는 것은 결코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일 수도 있음을, 소수가 절대로 배제되어서는 안됨을 시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