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의 대입전형 비중이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교육정책이 결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당선초기, 진보 교육감으로서 ‘자사고’와 문제점이 불거져 교육정책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지만, 당초 약속했던 일반고등학교 부활에 좋은 결실을 맺고 있다. 교육청이 23일에 발표한 ‘일반고 전성시대’가 그 증거다.
조희연 교육감과 마찰을 빚은 ‘하나고’도 사실은 SKY대학 합격률과 대학진학률이 꽤 높다. 그 이유는 동아리와 교내 수상대회 등 대학교가 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서다. 특목고와 과학고 못지 않게 하나고도 자율형 고등학교로서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정착되었다. 이러한 부분은 서울교육청에서 감안해서 교육정책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일반고 전성시대 교육 개혁안’은 사실상 자율형 사립고의 프로그램들을 일반고에 적용하겠다는 것과 같다. ‘자사고의 프로그램’을 ‘일반고에 적용한다’고 하면 일반고 교장과 교사들이 반발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다른 말로, 일반고에 학생부종합전형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킨다고 말하면, 수긍할 것 같다. 둘은 같은 말이다.
일반고가 사실 늦었다. 서울시 교육청의 문제다. 조희연 교육감의 문제가 아니고, 그 이전의 두 보수교육감들의 심각한 문제였다. 어쩌겠는가? 그들은 이미 오래 전 인물들이고, 문용린 교육감도 과거 인물에 불과하고 현재 고등학교 1~3학년은 조희연 교육감의 교육정책에 의해서 대학교에 진학해야하니, 지금이라도 좋은 교육정책이 나와서 안심이다.
‘일반고 전성시대 기본계획’ P15에 따르면, 조희연 교육감은 ▲질문이 있는 교실을 위한 다양한 교수, 학습 방법 적용 ▲즐겁고 활기찬 학생참여 수업을 촉진하는 과정 중심의 평가 확대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또한 ▲자생적 수업(교과) 동아리 활성화도 추진한다.
교사의 강의형 수업에서 학생의 발표형 수업으로 대전환이 이뤄진다. 발표형 수업을 하면 교사가 편해질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다. 교사들은 더 바빠진다. 왜냐면 학생의 발표를 놓고서 분석해야하고, 학생부의 교과분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록할 내용을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기록을 안해준다면, 학생들의 적극성이 필요하다. 발표를 하고서, 해당 자료를 들고서 학기말에 학생부 기록에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학생의 권리이다.
P17에서 대학진학교육 지원강화 정책으로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 활동의 균형운영 및 내실화 정책이 눈길을 끈다.
이러한 교육정책은 결국 학생부관리의 내실화로 이어진다.
문제는 교육예산과 교사들의 업무분담이다. 수상대회를 개최하거나, 학생들이 외부견학을 간다고 하더라도, 혹은 동아리활동을 하게 되면 간식하나를 사먹더라도 모두 예산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5천원짜리 점심을 사먹는다고 했을 때 교사들이 비용을 지불할 수는 없다. 동아리 회원 20명이면 10만원이다. 일주일마다 10만원씩 지출하면서 동아리 담당교사를 할 교사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교육수당을 받아야할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일반고 185교에 각각 최대 1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총 185억원의 교육예산이 일반고 동아리 활성화 및 일반고 활성화정책에 투입된다. 서울의 전체고교는 318개교이지만, 자율고(44교), 특목고(19교), 특성화고(71교)를 제외하면 모든 일반고에 최대 1억원씩 교육예산이 배정되는 것이다.
진로진학상담교사들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종희 진로파파는 ‘꿈펼 동아리’(진로탐색 동아리)를 통해서 진로교사들의 역량강화를 제안한 바 있다. 꿈펼 동아리는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자율형 동아리로서, 진로교사가 주축이 되어서 진로-진학-대학-직업의 진로탐색지도를 스스로 그리게 해서, 학기말에 종이책을 제작하는 동아리이다.
또한, 지자체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이미 자율적 교육프로그램이 정착되었고, 대학에서도 이런 고등학교의 활동을 이미 간파하고 암묵적으로 고교 서열화에 나서고 있다. 이런 시점에 각 지자체가 일반고 지원사업에 보다 무게중심을 실어준다면, 학생들의 학생부가 보다 알차게 변모할 수도 있다. ‘혁신학교’를 통한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 마을교육공동체의 중심은 학생이어야한다.
마을교육공동체가 ‘학교의 담’을 놓고서 이런저런 발언을 하지만, 교육공동체의 주인공은 학생이어야한다. 학생이 없다면, 학교도 없고, 마을교육공동체도 부존재다. 학생들의 애로사항은 학생부 관리다.
학생부에 뭔가 기록을 하고 싶어도 기록할만한 사건이 없다보니 10~30등에 속한 학생들이 애닯은 것이다. 5~10등에 속한 학생들도 사실은 찬밥 신세다. 학교는 반에서 1~5등에 들어야만 집중관리대상으로 구분하고 학생부에 기록할 내용을 챙기는 추세다. 이런 시점에 마을교육공동체가 무엇을 해야할까?
대학은 이미 입시전형을 정했다. 교육부가 2008년부터 도입한 입학사정관제도(학생부종합전형)은 엄청난 교육예산이 투입된 정책이다.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고, 지금도 지원금이 계속 나가고 있는 정책이다. 교육부 장관이 바뀐다고 해도 학생부종합전형정책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대학교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유익’을 알게 됐다. 좋은 인재가 학생부로 가려질 수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고등학교가 살 길은 무엇일까?
답은 하나다. 학생들로 하여금 말하게 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꿈을 탐색하게 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진로에 맞는 직업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마을교육공동체가 학교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하는데, 사실은 마을이 학생들에게 문을 열어줘야할 때가 온 것이다. 학생들은 직업체험, 진로체험 등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마을과 학교가 서로 협력해서 학생들을 위한 보다 질높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