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즐겁고 고단했고, 꿈과 희망으로 보람있었다.
11월 28일(토) 어제 그 세찬 바람도 오후가 되니까 누그러졌다. 오전 9시 50분 그 막막했던 광화문앞 눈빨!!! 학생들에게 ‘문화리더 임명장’을 전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지하철을 타고 왔건만, 상황이 차가웠다. 어떤 천막이 있어서 열린 문으로 들어갔더니 웬걸 찬밥 신세였다. 공연준비를 위해 무용단이 오기로 했는데 우리가 그 무용단인줄 알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봉사단인데….. 하는 수 없이 창조경제부 건물이 있는 곳으로 잠시 이동해서 눈발을 피했다.
ICE(아이스) 걸그룹도 도착하는 중이었다. 추위가 매서우니, 행사가 과연 진행될 수 있을까, 내심(內心) 걱정이 앞섰다.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저멀리 김경관 대표기자가 보였다. 친구와 함께 왔는데, 이 둘은 우산도 없이 눈을 맞는데 그냥 소나무가 눈발을 맞듯이 그렇게 담담히 서있었다. 눈이 오면 오는가보다, 비가 오면 오는가보다, 사람이 나무처럼 서있거나 걸어가는 것도 재능이다. 파란불을 따라서 자신감을 얻었다. 올해 한해가 이렇게 지났던 것 같다.
서울교육방송으로서, 국제문화교류봉사단을 운영하기까지 상당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단지, 가장 중요했던 것은 학생들을 위한 진정한 봉사활동이 되기 위해서 많은 자문위원단들이 고심하면서 좋은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학생들은 공부를 해야하고, 앞으로 대학진학을 해야하는데, 그저 ‘뜬구름같은’ 그런 봉사활동으로 이리저리 끌고다닐 수는 결코 없다. 학생들의 미래를 담보로 어른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한다면 그것은 정말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국제문화교류봉사단의 운영 철칙이기도 하다.
1기 서울교육방송 대표기자단 발대식도 눈에 선하다. 충의중학교 동아리 구성활동, 매탄초 동아리 구성활동도 눈에 선하다. 이때는 각자에게 블로그를 만들어서 ‘블로그 봉사활동’을 하던 시기였다. ‘학생의 자율성’을 목적으로 각자 개인 블로그를 만들어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는데, 동대문구청에서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 왜냐면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많다는 이유였다. 그러다가 교육부로부터 ‘봉사활동 정책’을 안내받았고, 이후 봉사활동 방향이 완전히 변화했다. 결국, 학생들에게는 후자의 방법이 훨씬 좋았다. 대신, 국제문화교류봉사단의 업무가 더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 개인 블로그에서 봉사단 중심으로
– 전자책으로 봉사활동을 컨텐츠로 변화
– 봉사점수는 아주 깐깐하게
이런 3가지 방향으로 봉사활동 방향이 정해졌고, 문화봉사활동으로 방향이 굳어졌다. 친구자랑 봉사활동도 진행했으면 좋겠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의외였다. 나는 친구자랑 봉사활동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문화탐방 봉사활동이 더 많았다. 문화재는 움직이지 않으니까 덜 부담스러운가보다.
나는 고지식하다. 약간 보수성향이 강하다. 보수(保守)는 보호하고, 지키는 것으로 뉴튼의 관성법칙과 같다. 멈춘 것은 계속 멈추고 싶고, 움직이는 것은 계속 움직이길 원한다는 관성의 법칙. 관성법칙은 곧 습관법칙이며, 문화법칙이다. 잠을 자는 사람은 계속 잠을 자고 싶고, 좋아하는 것은 계속 그것을 좋아하길 원한다. 변화를 원하는 사람은 정말로 드믈다. 만약 변화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변화의 습관’을 가진 사람일 확률이 높다. 습관을 따라 변화를 잘하니, 늘상 변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사람은 쉽게 변화하지 않는 습관의 중력에 묶여 있다. 나도 그런 것 같다.
**** 방금 박근영 칼럼니스트로부터 연재 칼럼이 도착했다. 늘 신선한 내용으로 탄탄한 긴장감의 글들이다. 오늘은 스트레스에 대한 내용이었다. 내가 국민대 기계설계학과 다녔던 시절(나를 국문과 출신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로 자주 들었던 단어다.
스트레스는 곧 응력이다. 전단력(剪斷力)과 응력(應力)을 계산해야하고, 거기에 안전율을 곱해서 건축물의 설계도를 계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도대체 내가 뭘 공부했던 것인지 까마득한 과거다. 그래도 기계설계 기사 2급 자격증의 1차시험까지 합격했으니, 실력이 아애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취미가 없었는데 떠밀려서 공대에 입학하다보니, 4년동안 뜬구름만 잡았던 것 같다.
어찌 보면, 밀물과 썰물의 그 부디낌을 스트레스로 해석할 수도 있고, 어쩌면 살아있음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 같다. 나는 태양이 떴다가 지는 것처럼, 공전과 자전처럼, 생각의 방향이 이리저리 뒤바뀐다. 생각이 낮처럼 희망이 넘칠 때는 밀려오는 ‘취재요청’에 하루에 5곳도 소화한다. 나는 취재한 다음에 바로 기사를 쓰는 습관이 있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명언처럼, 나는 지금 취재한 것을 지금 당장 기사를 쓰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내일도 늦다.
생각이 밤이 되면, 이렇게 많은 업무들로부터 그냥 숨어버린다. 집에서, 방에서, 깊은 생각에 잠기면서 나의 미래를 다시 점검한다. 어쩌면, 쉬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계설계학적 측면에서 반복적인 응력은 전단력의 효과가 상당히 크다고 했다. 제2 롯데월드가 555m로 지어지는데, 이것은 거의 전봇대 수준이다. 초고층건물은 바람의 영향이 상당할 것이다.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바닥면에서 감당할 응력은 상상 이상일 것인데….. 제2 롯데월드가 세워진 곳이 한강변 모래해변이란 사실이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사람도 너무 잦은 업무의 무게는 감당할 수 있는 응력 이상으로 작용할 경우, 얼른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상책인 것 같다. 감당하면서 힘이 더 세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지게위의 짐들을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요즘 생각한다. 20대 때는 어찌 살았을까? 30대 때는 또 어찌 살았을까? 요즘은 사람에게 주목한다. 특히 학생들을 쳐다보면, 나의 고등학교 시절, 중학교 시절이 투영되면서, 진로진학에 대해서 꼼꼼히 조언하고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주곤 한다. 내 자신의 진로가 직선이 아닌, 곡선(曲線)이어서 더욱 그렇다.
어제, 난 눈보라의 산맥을 넘었다. 2주전에 기획한 행사였는데, “세종대왕 앞에서 만나자”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고, 걸그룹 아이스(I.C.E)도 흔쾌히 허락하고, 희망으로 어제를 기다렸는데 당일날 눈발이 날렸고, 추위가 매서웠다. 스트레스도 얼어붙을 정도로 정신없던 오전 10시,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오직 나를 믿고 30명 넘게 모여드는데, 내가 책임자라는 그 사실 하나가 나를 붙들었다. 돌아보면, 2015년 마지막 결실이 그 추위속에서 진행되었으니, 감당하길 잘한 것 같다. 두고두고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눈(雪)이 비(雨)였으면 어쩔 뻔 했어요?”
내가 희망으로 붙잡은 문장(文章)이다. 내가 이 말을 꺼내자, 학생들의 표정에서 봄꽃이 잠시 피는 느낌이었다. 몸살처럼, 홍역처럼 아주 어렵게 어제를 견뎠는 그 힘으로 내년 2016년은 새로운 교육봉사활동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스트레스(應力)는 썰물이든, 밀물이든, 나를 존재시키는 조류(潮流)이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