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인이 모인 사회는 각자의 목표가 엮여 어지럽다. 교육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평정을 유지하고, 중립을 지키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역사의 흐름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것이 교육이다.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은 모두가 공유하면서도 어른들이 추구하는 ‘잘’이 각자 다른 탓이다. 서울교육방송은 지난 3월 28일에 학교대표기자단 출범식을 통해 또 다른 ‘잘’ 키우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 새로운 방향은 기존의 교육과 다르면서도, 공존할 수 있는 변화의 절충선이 될 것이다.
참여하는 청소년. 제 1기 학교대표기자단 출범식 진행을 맡은 장창훈 보도국장은 청소년들의 지역 사회 참여를 가장 강조했다. 거기에, 블로그를 더했다. 지역사회에서 경험한 내용을 블로그에 써서 모두와 공유하자. 이는 의외의 조합이다. 청소년들에게 블로그를 권하는 교육. 우리는 알고 있다. 어른들은 집안의 인터넷 선을 뽑으려 하고, 학생들은 집 밖에 나가서라도 인터넷을 하고야 만다는 것을. 인터넷이라는 소재 자체가 교육의 현장에서는 긴 전쟁의 중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 국장의 생각 비틀기가 빛을 발한다.
인터넷을 하고야 마는 청소년. 이 말을 뒤집어보기만 하면, 인터넷에 친숙한 청소년이라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친숙하고, 잘하고, 쉽게 배우고. 이미 바다에 익숙한 사람에게 바다에는 위험한 것이 많으니 어서 연못으로 들어오라고 한다면, 누구든, 위험을 감수하고 바다에 있는 것을 택하리라. 그렇기 때문에 학교대표기자단의 블로그 활용은 청소년 교육의 그런 허점을 찌른 탁월함이 돋보인다. 인터넷이 양날의 칼이라 한들, 잘 하는 걸 잘하게 하자.
단순히 이런 기술적인 제안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적인 관점 또한 새롭게 제시한다. 바로 진로와 봉사에 대한 재해석이다. 장 보도국장은 나, 가족, 학교, 마을, 도시, 국가로 관심의 영역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곧 진로교육이라고 말했다. 멀리 어딘가 특별한 곳에서 교훈을 얻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집 앞 가게 아저씨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것에서부터 진로에 대한 교육이 시작된다. 나와 가까운 직업 안에 어떤 노력과 문제 해결 방법이 숨어있는지 관찰하며 배우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그렇게 관찰하고 고민한 내용들을 인터넷 즉 블로그를 통해 널리 알린다면 그것이 봉사라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이 졸업하기 위해서, 생활기록부에 흠을 남기지 않으려고 어쩔 수 없이 봉사활동을 한다. 학교대표기자단은 이러한 수동적인 봉사활동에 반대를 표한다. 학생 스스로 사회구성원 전체에게 도움이 될 내용들을 공유하는 행위에 큰 의미를 둔다.
기자단 활동의 이러한 특이성과 효용을 종합적으로 발표하는 자리가 바로 이번 출범식이었다. 출범식은 스마트폰 활용 강의, 기자단 자기소개, 가수 엠티플 취재 등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였다. 13명의 학생들 하나하나의 참여를 독려하는 분위기 또한 인상적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학생들의 심도 있는 의견을 들어볼 시간이 없었다는 것. 이것은 차후 개선을 통해 충분히 해결될 수 있기에 기자단 활동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년간의 준비와 출범식. 이제 학교대표기자단은 1기 학생들의 손에 달렸다. 5월에 있을 2차 교육에서는 어떤 변화가 함께할지 기대가 된다. 서로 성장하는 교육의 장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