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의 금과옥조같은 섬들… 섶섬과 지귀도(사랑섬)
1. 섶섬은 정방폭포 동쪽 보목리 앞에 있는데, 상록수 및 180여종의 각종 희귀식물이 기암괴석과 어울려 울창한 숲을 이루는 무인도이다. 그러면 여기서 옛날 옛적에 한 대목을 짚어보자.
옛날 섶섬에는 커다란 귀가달린 빨간 뱀이 살고 있었다. 그 빨간뱀은 용이 되는 것이 소원이었고, 그래서 뱀은 매달초 하룻날과 여드렛날이면 한결같이 용왕님께 용이 되게해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그러기를 삼년동안 계속하였더니 뱀의 이같은 정성어린 소원에 감격한 용왕님이 나타나 마침내 뱀에게 말했는데, 섶섬과 지귀섬사이에 구슬을 숨겨두겠다. 만일 네가 그것을 찾아내면 바로 “용이 될수있을 것이다”라고말했고, 그날로부터 뱀은 그 구슬을 찾기위해 온갖 노력과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섶섬과 지귀섬사이를 뱅뱅 돌면서 그 깊고 넓은 바닷속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실로 뱀으로서는 어려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좀처럼 구슬은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뱀의 노력은 백년동안이나 계속되었다. 기진맥진 고달파진 뱀은 바닷속 깊이 그 슬픈 원한을 묻은채 죽고야 말았다. 죽은 뱀의 영혼이 섶섬에 사리었다. 그후부터는 비가 오려면 섶섬의 상봉에는 안개가 낀다. 사람들은 그때의 뱀의 조화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일로 거기에 “당”이 생겨 어부들은 제사를 드리기 시작하였고, 지금도 이 인근 부락의 사람들 사이에는 음력매달초사흘과 초여드렛날에 “당”에 제사를 드리는 풍속이 있다고 한다.
2. 지귀도 “최초의 설화집 수이전”에 수록된 옛날이야기이다. 신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여왕 선덕대왕때 활리역에 지귀라는 젊은이가 있었는데, 하루는 서라벌에 나왔다가 지나가는 선덕여왕을 보고 한눈에 반하고 사모하게된다, 진평대왕의 딸로 성품이 인자하고 지혜롭고 용모가 뛰어나며 모든 백성들의 칭송을 온몸으로 받고있던 때, 지귀는 그러한 사람들 틈에서 여왕을 한번 본 후 여왕을 못잊어 밥도 안먹고 잠도 못자며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선덕여왕을 부르다가 그만 미쳐버리고 말았다.
“아름다운 여왕이여 나의 사랑하는 선덕여왕이여!” 지귀는 거리로 뛰어다니며 이렇게 외쳤다. 이를 본 관리들은 지귀가 지껄이는 소리를 여왕이 들을까봐 걱정이 태산이었고, 마침내 지귀를 잡아다가 매질을 하며 야단을 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어느날 여왕이 분향을 위해 행차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지귀가 나타나 선덕여왕을 부르다가 사람들에게 붙들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떠들썩했다. 이를 본 여왕은 뒤에 있는 관리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일이요” 관리 왈 “ 미친사람이 여왕님을 부르며 앞으로 뛰어나오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붙들려서 그럽니다“라고 했고.
여왕은 “왜 네게 온다는데 붙잡았느냐”고 물었다. “저 사람은 지귀라고하는 미친 사람인데 여왕님을 사모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선덕여왕은 “고마운일이로구나”라고 혼자말로 이렇게 말하고는 “지귀에게 자기를따라오라”고 관리에게 말한 다음 절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여왕의 명령을 받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으며, 지귀는 너무나 기뻐서 춤을 덩실덩실 추며 여왕의 행렬을 뒤따랐다.
선덕여왕이 절에 이르러 부처님에게 불공을 올렸고, 그러는 동안 지귀는 절 앞에 있는 탑 아래에 앉아서 여왕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여왕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지귀는 지루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안타깝고 초조했다. 게다가 심신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지귀는 그 자리에서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여왕은 불공을 마치고 나오다가 탑아래 잠들어 있는 지귀를 보았다. 여왕은 그가 가엾다는 듯이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팔목에 감았던 금팔찌를 풀어서 지귀의 가슴속에 놓은 다음 발길을 옮겼다.
여왕이 지나간 뒤에 비로소 잠이 깬 지귀는 가슴위에 놓인 여왕의 금팔찌를 보고 놀랐다. 그는 여왕의 금팔찌를 가슴에 꼭 껴안고 기뻐서 어쩔줄을 몰랐다. 그러자 그 기쁨은 다시 불씨가 되어 가슴속이 활활 타올랐다.
그러다가 온몸이 불덩어리가 되는가 싶더니 이내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가슴속에 있는 불길이 몸 밖으로 터져 나와 지귀를 어느새 새빨간 불덩어리로 만들고 말았다. 처음에는 가슴이 타더니 다음에는 다리와 팔로 옮겨져서 마치 기름이 묻은 솜뭉치처럼 활활 타올랐다, 지귀는 있는 힘을 다하여 탑을 잡고 일어서는데 불길은 탑으로 옮겨져서 이내 탑도 불기둥에 휩싸였다.
지귀는 꺼져가는 숨을 내수며 멀리 사라지고 있는 여왕을 따라가려고 허우적 허우적 걸어가는데 지귀몸에 있던 불기운은 거리에까지 퍼져서 온거리가 불바다가 되었다. 이런 일이 있은 뒤부터 지귀는 불귀신으로 변하여 온세상을 떠돌아 다니게 되었다. 사람들은 불귀신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이때 선덕여왕은 불귀신을 쫒는데 주문을 지어 백성들에게 내 놓았다.
“지귀는 마음에서 불이나, 몸이 불로 변하였다, 바다에 멀리 쫒아서 보지도 말고 친하지도 말지어다”
백성들은 선덕여왕이 지어준 주문을 써서 대문에 붙였다. 그랬더니 비로소 화재를 면할수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은 뒤부터 사람들은 불귀신을 물리치는 주문을 쓰게 되었는데, 이는 불귀신이 된 지귀가 선덕여왕의 뜻만 쫒아 다니다 불기둥을 식히려 바다를 향해 여기 서귀포의 지귀도에서 싸늘히 식어간 사연이다. 지귀도에 머문 그 슬픈 사랑의 섬으로 설화속 다른 이름은 사랑도라고도 한다. 다음편 칼럼에는 문섬과 범섬을 알아보고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