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신부에게]
처음 본 너는 나랑은 정말 다른, 결코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은 새침데기였다. 긴 비행과 낯선 땅이 주는 경계심으로 잔뜩 웅크린 나에게 깜빡이는 눈짓과 함께 건넨 “안녕하세요” 는 적당한 거리감이 있는, 서로 다른 사람들만이 공유하는 인사였다. 특유의 깔깔거림과 호방함, 너무 솔직해서 귀여움이 넘치던 너. 그런 너를 바라보며 내심 ‘친해지기는 어렵겠다’ 생각했다.
그랬던 네가, 단 몇 달 빠르게 태어난 내게 꼬박꼬박 언니라 부르며 참 살갑게도 예쁜 동생 노릇을 해주었다. 회사 일이 너무 힘들다고, 여행을 못 가 답답하다고 미주알 고주알 휴대폰 너머 얘기하던 너에게 싱거운 위로를 건네며 오히려 내가 진한 위로를 받았다. 그 통통 튀는 목소리로 쳐져 있는 나에게 활기를 주었고, 장난스러운 칭얼거림 뒤에 누구보다 속 깊은 배려를 할 줄 알 던 너는 가짜 언니인 나보다 더 언니 같았다.
그랬던 네가, 2주 뒤면 3월의 신부가 된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사뿐사뿐 걸어갈 거고, 활짝 미소 지을 거며, 네 옆에 든든한 사람과 나란히 네가 걸었던 길을 다시 걸어 내려올 거다. 그 모든 모습을 상상해 보니 네가 참 예쁘다. 그런데 나는 왜 그런지 정말 예쁘고, 기쁜데 또 내심 아쉽다. 늘 내 곁에 있던 내 동생, 내 친구에게, 새로운 길을 걸어갈 너에게 더 많이 고맙다 말하지 못한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또 다른 친구와 함께 요 며칠 꽤 바빴다. 네 결혼을 축하하는 자리를 통해 그간 고마웠던 마음을 전하려고. 너는 모르겠지만 결혼 선물도 준비하고, 예쁜 꽃다발, 꽃 팔찌까지 하나하나 우리 손으로 준비하며 너와의 또 다른 추억을 만들고 있다. 네가 활짝 웃으며 기뻐해 주길 바라면서. 앞으로 더 많이 웃길 바라면서.
결혼식 당일에는 서로 정신 없어서 많은 말을 나누지 못할 것 같아 미리 전한다.
친구야. 그 동안 늘 유약하고, 때론 정신 없는 내 옆에서 든든한 힘이 되어 줘서 너무 고맙다. 늘 네 옆에 있어줄 좋은 사람과 함께하게 되어서 감사하고 기뻐. 철 없던 20대 때에 쌓아 온 추억과는 다른 색깔의 추억을 나누게 될 우리의 모습이 기대되고, 지금껏 그래온 것처럼 네가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자랑스러울 거야. 세상 누구보다 예쁜 3월의 신부가 되길. 행복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