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투표, 시옷과 쌍시옷 사이에서
방금, 투표했다. 투수(投手)가 공을 던지듯 표를 던진다는 의미로서 ‘투표’(投票)는 나의 투수다. 공은 딱 2개를 주는 것이고, 과감한 결단으로 도장만 찍으면 되니, 모두 스트라익이다. 가장 많이 얻어맞은 인물이 장안동의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터, 장안동에는 3명밖에 없었다. 엄청난 인물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민병두 현 국회의원, 박준선 새누리당 후보, 윤미연 민중연합당. 윤미연 민중연합당 후보는 대학생처럼 이미지가 참신하고, 주로 전철역에서 인사를 해서 몇 번 안면이 있고, 민병두 국회의원은 바우하우스 근처 일대에 지난해부터 살다시피 했으니 10번 넘게 만났다. 박준선 후보는 글쎄 멀리서 본 듯도 하고…..
왜 도장은 ‘시옷’일까? 혹은 사람 인(人)을 의미할까? 들어갈 입(入)인가? 보통 바를 정(正)을 표기하는 것인데, 투표도장은 항상 人이 새겨져 있다. 간단해서 좋다. 정말로 세종대왕이 만든 그 반가운 글자 ‘시옷’을 만나니, 절로 흐믓하고, 절로 정겹다. 국회의원 투표 3명중에 고르는 것은 자장면, 짬뽕, 볶음밥 중에서 고르는 문제여서 그다지 갈등도 없고, 그다지 망설임도 없었다.
그런데, 투표용지가 2개인데, 당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뽑으라고 하니, 솔직히 나는 ‘당’(黨)이 정말로 싫다. 당뇨병처럼 여기저기 ‘당’끼리 뭉쳐서, ‘당끼리 당파싸움’을 했던 것이 한두번인가? 당뇨병(糖尿病)처럼 한국정치는 ‘당파병’(黨派病)에 걸렸음에 틀임없다. 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기재되어 있고, 새누리당과 한나라당이 버젖히 기재되어 있고, 불교당 기독당……. 도대체 무슨 놈의 당들이 이렇게 많은지….. 쌍시옷이 절로 나왔다.
나는 지금도 ‘한나라당’이라고 부른다. 나는 지금도 ‘민주당’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익숙한 이름이 투표용지에 있으니, 새누리당으로서는 당혹하지 않을 수 없겠고, 또한 민주당은 사표(死票)가 나올 수도 있다. 비례투표로 민주당이 뽑힌다면 이는 순전히 이름값으로 뽑힌 것이다. 국회의원 신분이 갖는 한국의 신분상승은 엄청난 효과가 있으니, ‘민주당’으로서 비례투표 1명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더불어 민주당’의 이름으로 인한 손실도 있겠다.
진실(眞實)에서 ‘眞’은 참 진으로 불린다. 目(눈)이 있고, 匕(칼)이 있고, 八이 있으니, 칼처럼 날카로운 눈들이 8개나 숨어져 있다는 의미다. 보는 눈이 많으면 진실은 드러나게 된다. 모두가 보는 곳에서 거짓을 말할 수는 없다. 투표소에 들어가보니, 더더욱 실감난다. 333으로 3명씩 앉아서 내 주민증을 확인하고, 또 3명씩 앉아서 나에게 확인증을 주고, 또 3명씩 앉아서 나에게 투표용지를 주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고 협력하면서 선거문화가 형성된 것 같다. 투표함앞에도 사람이 있고, 이러한 투표소를 관리하는 전체의 눈도 있고, 밖에는 경찰관이 대기하고 있다. 선거문화는 실로 ‘정의롭고 진실한 눈’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쌍시옷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너무 많은 ‘당’들로 인한 헤깔림이다. 마음속에 결정한 나의 당을 선택하기에 앞서 수험생처럼 하나씩 꼼꼼히 읽어내려가는데, 셀수가 없고, 오히려 헤깔렸다. 내가 무슨 당을 찍으려고 했던가? 이름들이 헤깔려서 자칫 생각이 미끌릴 뻔 했다. 서둘러 투표를 마치고, 거의 찍듯 찍었다.
이번 총선은 다음 대선의 전초전 역할이다. 혹자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이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엄청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 세상을 그렇게 원만히 구원해줄 정치인이 있을까? 특히 외교관 출신의 반기문 사무총장은 문제를 덮는 스타일이어서, 한국정치의 이 고질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지저분한 흙탕물에 그런 고귀한 선비가 뛰어들 턱이 있나? 나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이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여하튼, 이번 총선은 오늘이 끝이 아닐 것이다. 혼탁한 총선은 흙탕물처럼 가라앉을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며, 금권선거로 인해서 당선자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될 것이다. 선거법을 위반했다면 그 또한 당선무효가 확정되어야 마땅하다. 선거운동에 있어서 상대방을 향한 무조건적 비난과 설전(舌戰)으로 당선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쳤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년이 지나도록 잠잠하지 않을 것이며, 오늘 저녁 즈음 안철수과 김무성과 문재인의 희비가 엇갈 것 같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