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도전
– 류연상 수필가
40년 가까이 나고 자란 서울을 떠나
가족과 함께 정착한 홍천 생활은 인생의 큰 도전이었다.
물론 도전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값은 만만치 않았다.
서울에 있는 직장으로 하루 왕복 약 네 시간의 출퇴근
3월 출근길, 새벽 눈길에 미끄러진 사고
화목보일러를 사용하면서
땔감을 구해야 하는 시골 생활의 어려움
마트나 병원 등 편의 시설의 원거리
음식쓰레기를 그 때 그 때 밭에 묻어야 하는 불편함.
하지만 좋은 것이 더 많다.
아침 출근길 산과 들을 보며
날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느끼게 되었고
사계절의 변화와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으며,
덤으로 퇴근길에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주말이면
가까운 산이나 들로 자전거를 타러 나가고
아이들과 뒷산에 올라가 산딸기며 오디를 따먹고
더우면 홍천강에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즐기는 호사를 즐기고 있다.
아이들은
나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전교생이 20명도 되지 않는 시골 학교에서
한가하고도 자유롭게 공부하고
자연을 벗삼아 얼굴을 그을리며 마음껏 뛰어놀고 있다.
무엇보다
생활의 터전을 옮기고
나 자신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낀다.
동화책에서나 봤던 나무꾼이 되어
주말마다 산에 나무를 하러 오르고
톱으로 자르고 도끼로 쪼개어 땔감을 쌓는다.
늘 있는 숯불에 심심찮게 고기와 고구마를 굽고
아내 없이도 세 아이들을 데리고
홍천강에 나가 라면을 끓여 먹으며 즐거워한다.
조그만 텃밭에 옥수수를 심고 갖가지 채소를 뜯어 먹는다.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홍천강 위를
자가용으로 달리다가 빠져서 견인차를 부르고
영화를 보고 심취해서
영하 15도 강가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청하고
여름 휴가 내내 가족들과 텐트에서만 5박 6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젠 개구리울음소리가 익숙하고, 깜깜한 밤길도 평안하다.
시골에서의 작은 도전들이 나에게는
성취감과 새로움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스스로의 배움과 성장을 위해
새로운 모험을 찾는 즐거움을 조금씩 알아간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