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좋아하는 안종도 피아니스트(전자책 무료다운로드)
[서울교육방송 인물초대석, 안종도 피아니스트]=인연(因緣)은 실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인연이 있으면 만남의 매듭이 형성된다. 장안평 스타벅스 2F에서 안종도 피아니스트를 만난 것은 우연한 인연의 결과였다. UNWTO에서 주관한 위네바 청소년 합창단의 이화여대 공연 취재에서 지인(知人)의 소개로, 연락이 닿아, 얼굴과 얼굴로 만났다. 8월 10일, 폭염이 제법 물러간 오전 10시다.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안종도씨(31. 남)는 순수한 옷차림으로 나타났다. 언론에 비쳐지는 이미지와 실제의 느낌은 언제나 차이가 발생한다.
나는 음악에 대한 질문을 준비했고, 그는 연역법적으로 음악을 포함하는 문화, 경제, 정치에 대한 다양한 답안지를 제출했다. 모차르트가 좋아서 피아니스트의 길을 독일까지 걸어간 소년이 이제 청년이 되어, 한국에 클래식의 선율을 선물하고, 음악인이 되고싶은 학생들에게 조심스럽게 조언한다. “자신의 느낌에 솔직하고,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안종도 피아니스트는 서울예고 2학년때 유학의 길을 떠났고, 그로 인해 서울예고 학생들에게 애정이 깊다. 이번 인터뷰는 서울예고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멘토링이며, 모든 학교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진로멘토링이다.
그의 표현법은 정갈했고, 신중한 단어선택의 습관이 있었다. 일주일에 몇권의 책을 읽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논리적 표현이 깊었다. 주로 독일어로된 책을 읽고, 최근 한국의 경제학 도서와 공연예술의 전문도서인 공연의 탄생(숲, 이종덕)을 감명깊게 읽었다고 한다. ‘공연의 탄생’ 도서는 공연예술분야의 좋은 도서로도 추천했다. 일주일에 1~2권의 책을 탐닉하는 피아니스트에게 ‘교육의 진로’에 대한 주제로 인터뷰를 나눴다. 서울교육방송은 안종도 피아니스트를 교육적 관점에서 ‘8월의 음악인’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어렸을 때 집 앞에 어머니 친구분이 운영하는 작은 피아노학원이 있었어요.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자주 놀러 가곤 했죠. 당시 피아노를 배우진 않았지만 호기심에 건반을 눌러보며 좋아하던 기억이 나네요. 4살 때였을 거예요. 그때 어머니 친구분께서 “종도야, 내일부터 피아노 배워볼래?”라고 물어보셨어요. 그리고 이어진 “네”라는 답변이 지금 여기까지 저를 이끌어 왔네요“ (채널24 인터뷰 중에서)
기회는 주변인의 평범한 언어의 문을 열고 찾아든다. 안종도씨의 경우도 같았다. 어머니 친구분의 권유로 들어선 피아노의 길, 그곳에서 만난 인물은 바로 ‘순수한 모차르트’였다. 감정에 충실하고, 음의 변화가 화려하기보다는 간결하면서 순수한 모차르트 음악에 매료된 안종도씨는 서울예고 시절, 모차르트의 고향에 직접 방문하게 된다. 그때를 기점으로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결정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제가 좋아하는 작곡가는 모차르트예요. 모차르트의 곡은 가장 다루기 힘들고, 어렵다고 해요. 모차르트의 곡은 간결한 구성 또는 텍스처, 밸런스가 매우 정결하고 투명하면서 감정표현이 솔직한 곡이예요. 기술적인 것보다 감정에 감정이 음으로 표현된 곡들이 많아요. 슬픔, 비통, 기쁨, 행복, 절망, 고독의 감정이 강물처럼 흐르듯 표현된 것을 느끼면서, 저는 모차르트에 푹 빠졌죠. 슬픔을 슬픔으로, 기쁨을 기쁨으로 순수하게 표현한 그 곡조들이 저를 기쁘게 했어요”
안종도씨는 17세부터 모차르트가 살았던 도시에서, 모차르트가 태어난 집에서 불과 150m 떨어진 집에서 10년 넘게 살았다고 한다. 유네스코가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그 도시(짤즈브르크)는 과거의 흔적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불편하지만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안종도씨는 ‘모짜르트가 봤던 그 풍경을, 모차르트가 걸었던 그 길에서, 모차르트가 마셨던 그 공기를 접하면서, 모차르트의 길에서 모차르트의 삶을 함께 살아냈던 시간이다’라고 고백했다. 청년 모차르트처럼 보였다.
“청년 모차르트시네요”
내가 끼어들 듯 물었다. 그는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겸손한 모습이었다. 표정은 깊고, 진지했다. 자신의 인생이 궁극적으로 결정된 모차르트로 수식이 되는 것에 대한, 제자로서의 겸허함이 풍겼다. 한국인의 정서가 제법 느껴졌다.
나는 학부모를 대신해서, 약간 불편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하면, 피아노를 좋아할 수 있죠? 부모님의 특별한 교육법이 있었나요?”
대답은 의외였다. 사회적 여건의 필요성에 대해, 안종도씨는 제안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부모님의 배려는 ‘열정의 씨앗’이 되었고, 독일에 건너가서 그곳의 문화를 접하면서 ‘삶과 생활속에 녹아있는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체험으로 배워 알게 됐다. 교육부의 자유학기제가 실시되면서 진로교육의 일환으로 다양한 문화체험활동이 많이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처럼 생활속 문화활동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독일에서는 유치원생이 미술관에 오고, 콘서트홀에 관람을 오게 되면, 그 기관의 최고 전문가가 직접 설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미래의 씨앗을 심어준다고 한다. 주말이나 여가시간에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프로그램이 미술관 관람과 음악회다 보니, 유럽에서는 음악과 미술은 사회와 연결된 요소로 해석된다.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한 멘토링을 부탁합니다.”
누군가의 인생에 대해 조언한다는 것이 안종도씨에겐 꽤 부담되는 일인 듯 했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음악을 대해야하는지 좋은 말씀 부탁합니다”라고 다시 물었다. 테이블에 올려놓은 4손가락은 피아노 건반을 치는 듯한 제스쳐였다. 발레리나가 발끝을 세우듯, 그처럼 피아니스트는 손가락 끝을 세워서 감동의 선율을 나타내는 듯 하다.
“느낌에 솔직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음악은 흔히 자기 감정,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자신의 느낌이 가장 중요해요. 어떤 곡조가 어떤 느낌인지, 슬프다면 어떤 슬픔인지, 그 깊이와 모양이 어떤지 구체적으로 느끼고, 그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해요. 음악을 알려면 음악과 연결된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라고 조언하고 싶네요. 미술과 음악은 서로 연결된 예술세계이고, 경제와 정치도 전혀 무관하지 않아요. 모두 문화의 큰 틀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정치, 경제, 사회를 모르고서 음악을 알 수가 없어요. 보다 넓고, 깊게 연결된 다양한 방면에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음악을 알기 위해, 미술관에 가라고 조언하는 안종도 피아니스트, 더불어 경제와 정치, 사회에 대한 관심과 탐구가 음악활동이라고 정의하는 그에게, 최근 읽은 책에 대해 물었다. 안종도씨는 ‘공연의 탄생’을 추천했다. 대한민국 공연예술 행정가 1호로 불리는 이종덕씨가 쓴 베스트셀러이다.
“이종덕 작가님은 우리나라 1세대 공연 예술 행정가입니다. 책속에는 우리나라 공연 예술 경영의 역사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문화공보부, 88서울예술단단장,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홀, kbs 교향악단 ceo 등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예술 행정이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특히 예술의 철학들을 발견할 수 있고, 우리 젊은 세대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 예술이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될지 생각할 수 있도록 나침반이 되어주는 소중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화려한 무대가 있기까지엔 여러사람이 뒤에서 묵묵히 맡은 바를 다해준, 새의 날개 밑이 되어준 그들에게 감사의 자세를 갖추는 것도 예술가의 덕목이라는 문구가 저에겐 큰 가르침이었고, 울림이었습니다.”
끝으로, 안종도 피아니스트가 존경하는 멘토는 백건우 피아니스트이다.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안종도씨에게 직접 말해준 금언(金言)은 ‘포기하고 싶은 역경에서 한줄기 빛처럼’ 잊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좋은 연주는 음악만 남게 한다는 그 순간을 백건우 피아니스트 연주를 통해 경험했다는 안종도씨는 ‘오직 음악’을 사랑하는 젊은 청년 음악인이다. 그가 앞으로 연주할 미래는 푸른 하늘처럼 맑고, 언제나 사람의 마음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 좋은 연주를 들으면, 듣는 동안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 무대도 잊고, 피아노도 잊고, 객석도 잊고, 공연장도 사라지고, 자신의 존재도 잊고, 오직 음악만 남는다. (백건우 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