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은 닻과 돛이다.
[서울교육방송 까페대담, 장창훈 보도국장 | 김철관 인터넷기자협회장]=8월 8일(월) 폭염과 폭력으로 뒤범벅된 이화여대의 폭풍속에서 UNWTO 스텝재단이 주관하는 위네바 청소년 합창단 공연이 열렸다. 예약했을 때에는 아마도 이화여대 사태가 터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화여대 사건이 본관에서 열렸던 까닭에 중강당의 행사는 취소되지는 않았다. 행사취재를 모두 마치고, 김철관 회장과 조용한 까페에서 ‘까페대담’을 진행했다. 이번 대담은 언론의 환경에 대한 주제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창훈> 언론이 추가해야할 가치가 뭔가요?
철관> 언론의 본질에 대해 말하면, 정파성의 문제가 가장 중요합니다. 해외의 저명한 언론들은 정파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어느 정당을 지지한다’는 선언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정치적 색채에 대해 독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환경은 정치적 선언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정파성을 띄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보수언론이고, 한겨례와 경향신문은 진보언론에 속합니다. 이미 정치적 색채를 띄고 있으면서, 정파성이 없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는 언론의 정파성의 색채까지도 인식하면서 언론을 이해해야합니다. 정치권력은 언론을 동원해서 여론을 움직일 때도 있는데, 이러한 권력의 미디어 장악은 여론조작에 해당합니다. 여론조작도 언론의 프레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전체적인 언론플레이, 정치권력의 여론조작의 거품을 벗겨내고서, 사건의 팩트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면대면 확인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화로 사실확인을 하더라도, 사건의 진실을 아는 것이 어렵습니다. 무슨 사건이든, 어떤 사람과 만나든, 직접 만나서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말을 해야, 그 내면의 진실을 보다 가깝게 알 수 있습니다. 보도자료가 기사작성의 시작점이라면, 보도자료 작성자를 만나서 사건을 취재하는 것은 기사작성의 핵심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훈> 인터넷 언론이 추구해야할 언론의 저널리즘이 있나요?
철관> 인터넷 언론의 순수성이 많이 흐려졌고, 관성화된 경향이 짙습니다. 기존의 언론에 대항해서 기존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참신한 사건을 파헤치는 언론으로서 인터넷 뉴스가 한때 조명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인터넷 뉴스가 급팽창하면서, 보도자료를 그대로 업로드하는 매체가 상당수입니다. 똑같은 기사를 보도자료 원문 그대로 올리는 것을 우리는 뉴스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뉴스(NEWS)는 영문으로 동서남북의 사방(四方)을 뜻합니다. 사방은 곧 ‘나’를 중심으로 주변의 모든 사건을 의미합니다. 그 무엇이든 나와 연관된 사연이 있을 때, 그 사연이 소식이 되고, 그 소식이 관련있는 사람들에게 퍼지면서 뉴스가 되는 것입니다. 똑같은 보도자료를 베끼기 보다는 인터넷 뉴스의 성향에 맞게 특정사건을 전문화하고, 보다 구체적인 사건들을 취재해서 새로운 기사들을 발굴하는 기자정신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어디에도 없는, 인터넷 뉴스의 매체성향에 맞는 특별한 사건을 보도한다면, 독자층이 점점 두터워지면서 매체파워가 커질 것입니다.
창훈> 오늘 위네바 청소년 합창단 공연 소감 부탁합니다.
철관> 오늘 공연은 문화적인 관점에서 정말로 특별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개발 국가라고 해서 그 문화가 저급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무대였습니다. 위네바 청소년 합창단에서 우리의 애국가를 부른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고, 고향의 봄, 만남, 아리랑을 부를 때는 객석이 일어나서 호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화와 예술에는 국경도 없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문화는 높고 낮음이 없고, 오직 함께 어우러짐만이 존재한다는 것, 문화의 가치는 상호 공존의 관계에서 지속된다는 가치를 알게 됐습니다. 그들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우리나라 언어로 우리의 고유음악을 불러줬다는 것, 그것이 가장 감명깊은 사건이었습니다.
창훈> 끝으로 언론인의 자세에 대해 한말씀 부탁합니다.
철관> 언론인은 고독한 존재입니다. 뉴스 앵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앵커는 곧 ‘닻’이라는 뜻입니다. 닻이 있어야 배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깊은 해저의 바닥까지 뿌리내려 닻은 움직이지않습니다. 폭풍이 몰아쳐도 배가 떠밀리지 않는 것은 닻이 있어서입니다. 언론인은 자신이 보도한 기사에 대해서는 그런 믿음의 닻같은 소신과 확신이 있어야하고, 결코 물러나지 않아야합니다. 그 사건이 사실이라면, 그 기사는 닻처럼 고정시켜야합니다. 그리고, 돛처럼 사건의 현장속으로 달려가야합니다. 언론인에게는 믿음의 닻과 현장으로 달려가는 돛의 정신이 있어야합니다. 돛을 달고 현장속으로 달려가고, 그 사건이 사실에 기초한 뉴스라면, 그 뉴스가 보도된 이후에 어떤 폭풍이 몰아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닻이 있다면, 그 언론인은 언론의 사명을 감당하는 인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