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소믈리에를 맛보다
[서울교육방송 취재수첩, 초콜릿 소믈리에]=제빵왕 김탁구 드라마가 한때 유행했다. 주원이 구마준으로 조연역할을 했던 인기 드라마였다. 윤시윤(김탁구)은 가장 배부른 빵, 가장 재밌는 빵,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들면서 스승의 시험문제를 합격하며, 빵의 달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빵의 달인, 초콜릿의 달인, 그곳에 소믈리에가 있다.
신들의 음식으로 불린 초콜릿은 제물(祭物)로 사용됐음이 분명하다. 요즘도 우리 한국문화에는 소주를 제물로 사용한다. 가장 좋은 음식을 부모님께, 부모님의 부모님인 조상에게, 조상의 조상인 신(神)에게 드리는 것은 인류문명의 당연한 상식이다. 초콜릿은 가장 맛있고, 그 향미가 독특하면서 오랫동안 즐겼던 음료수였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기전까지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함께, 초콜릿의 주원료가 되는 카카오의 특징을 ‘강낭콩’과 ‘밭’을 구분하듯이 알아야만, 비로소 초콜릿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있다. 소믈리에가 되는 과정은 매우 세밀하고, 구체적이면서, 카카오 원산지로 돌아가야만 가능한 일이다. 한국쇼콜라티에협회 파트너사(자격증 교육기관장)에서 오는 9월 남미 콜롬비아 생산농장을 현지 방문하고, 초콜릿 가공공장까지 견학하면서 초콜릿의 본질에 대해 탐험하는 기회를 갖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무적인 사건이다.
유교를 한다면, 공자의 고향을 방문하는 것이 당연하고, 성지순례를 꿈꾼다면 당연히 이스라엘을 통해서 산티아고를 걸을 것이다. 그처럼 초콜릿은 카카오 벨트를 따라,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대륙으로 나뉜다. 그 중에서 남미대륙이 그 품질에서 최고라고 한다. 우리나라 대관령 산지처럼 해발 3km를 넘어서는 높이에서 재배되는 카카오의 깊은 맛은 산의 높이처럼 그러한 것일까? 생산농가를 방문한 교육 기관장들의 체험담을 들어보면 간접경험으로 궁금증이 풀릴 것 같다.
소믈리에를 와인으로 직접 연결하는 것은 당연하다. 소믈리에는 황실 와인 배달원의 약칭이다. 문명이 발달하고, 사람들의 기호가 다양해졌고, 절대왕권의 시대는 이미 끝나서 시장(市場)이 원하는 맛이 곧 황실이 되는 자본주의가 되었다. 초콜릿 소믈리에는 와인의 포도처럼 카카오의 품종과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상식이다. 사람도 국적에 따라 문화와 풍습이 형성되듯, 카카오는 위도 23도(남북 총46도)의 긴 벨트로 재배된다. 이 지역은 적도에 위치하며, 아프리카와 말레이시아, 남미대륙이 해당된다. 각 지역마다 기후조건 및 생산농가의 재배기술에 따라서 카카오의 맛이 결정된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를 구별하지 못하면서 초콜릿을 안다고 할 수 없다. 한국쇼콜라티에협회의 초콜릿 소믈리에 자격증 과정은 이러한 본질을 추구한다.
초콜릿은 특별하게도 와인과 닮았다. 와인은 화이트, 레드, 로제로 구분한다. 그처럼 초콜릿도 다크 초콜릿, 밀크 초콜릿, 화이트 초콜릿으로 구분된다. 크게 보면 3종류다. 초콜릿의 색상차이는 카카오때문이 아니다. 분유 등 첨가물에 의한 색상변화다. 와인의 맛을 즐기면서 구별하듯, 초콜릿도 카카오 함량에 따라서 그 맛과 풍미를 즐기면서 구별할 수 있다. 카카오 매쓰, 카카오 품종, 카카오 산지, 카카오 발효정도, 건조과정 등에 따라 아로마 향기가 달라진다. 여기에다 로스팅 과정과 온도에 따라 그 맛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크게 보면 카카오 생산지와 회사의 블랜딩 기법에 따라 초콜릿의 맛이 결정된다.
배는 나주배가 유명하고, 참외는 사드배치로 복잡한 성주가 유명하다. 그 지역이 곧 품종으로 결정된 사례다. 지역에 따라 재배될 수 있는 품종이 정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카카오는 크게 3가지로 품종이 구분된다. 포라스테로, 크리올로, 트리니타리오이다. 이들의 맛과 특징을 구분하고 품종의 배경을 이해하는 것도 소믈리에가 되는 과정에 속한다. 영국 ICCO는 특정국가의 특정지역의 카카오를 ‘ORIGIN’으로 표기한다. Fino De Aroma로 정의되는 ICCO의 규정은 특정국가의 특정지역의 원산지를 의미한다. 모두 비슷한 카카오 열매같아도, 특정국가와 특정지역에 따라 카카오 열매의 맛은 결정된다. 배의 달인이라면, 나주배와 고흥배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듯이, 카카오의 국가별 지역별 맛의 특징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쇼콜라티에협회 초콜릿 소믈리에 자격증 과정은 이러한 감별법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포라스테로, 크리올로, 트리니타리오중에서 포라스테로는 가장 흔한 품종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브라질에서 주로 재배되고 전세계 92%가 이 품종이다. Fino De Aroma로 정의되지 않는 품종이다. 반면, 크리올로는 맛이 부드럽고 희귀성이 높다. 카카오 열매만 보더라도 포라스테로와 클리올로는 쉽게 구분된다. 단지, 초콜릿 소믈리에는 카카오의 맛을 통해 구분해야하므로, 맛의 깊이를 느낌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 트리니타리오는 포라스테로+크리올로의 교배종이다.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에서 재배되는 품종이 바로 트리니타리오 품종이다.
이론은 쉽고, 경험은 어렵다. 경험을 산(生) 지식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 값 때문이다. 혀끝이 카카오의 맛을 알아채기까지는 제빵왕 김탁구처럼 수많은 도전정신과 실제적 경험이 수반되는 자신과 투쟁의 반복일 것이다. 1mm의 차이를 구분하는 깊은 맛의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더 깊은 사연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한국쇼콜라티에협회 초콜릿 소믈리에 자격증 교육과정이 ‘초콜릿 달인’의 좋은 안내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초콜릿을 맛보며, 주원료인 카카오의 고향을 알아채면서, 남미대륙 혹은 아프리카의 생산농가의 기후와 품종을 유추할 수 있다면, 일반인들에게 이러한 초콜릿 비밀을 말해줄 수 있다면, 초콜릿을 통한 예술세계가 아마도 더 풍성해질 것 같다. 이것이 초콜릿 소믈리에의 새로운 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