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한자교실]=우병우 수석 사건때만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흔들림없이 정책을 추진해야한다”라고 야당의 공격을 ‘정치적 외풍’으로 치부했었고, 우병우 수석 역시 그 자리를 고수하면서 든든한 바람막이 되었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사건이 국회에서 터졌어도, 기업들의 자발적 모금에 의한 것이라고 치부하면서 청와대는 그 위치를 든든히 지켰고, 누가 감히 대통령을 향해 “하야”를 말할 수가 있었겠는가? 그러나, 교육열이 대단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최순실씨가 자신의 친딸의 학교입학을 위해서 권력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접하면서, ‘설마’가 ‘승마’가 되었고, 그 승마가 사실로 확정될 즈음, 박근혜 대통령은 모두 잃고 말았다. 문고리 3인방에다가 자신의 직위까지 내려놓아야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대수술을 받아야할 지금의 청와대, 아주 작은 문제에 대해서 반응하고, 그것을 치료했더라면 이런 벼랑 끝에 몰릴 이유가 있었을까?
下野는 “물러나라”는 의미다. “파이팅”의 “해야”의 뜻이 전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하야하라’는 말을 하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의 웃는 사진이 온라인에서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으니, 왜 표정관리를 못하고 사실인식을 전혀 못하면서 있을까? 그저 소나기 정도로 치부한 것일까? 덮으면 덮인다고 여긴 것일까? 적당히 도마뱀처럼 꼬리 자르기를 한다고 해서 잘린다면, 최순실의 범죄는 최순실 단독으로 결정날 수 있다고 믿는 듯 하다. 그러나, 국민들의 민심은 마치 휘발류에 불이 던져지듯 타오르고 있으니, 걷잡을 수 없는 지금의 형국은 향방을 누구도 예측 불허다.
하야(下野)는 아래 하(下)와 들판 야(野)로 되어있다. 아래 하(下)는 전형적인 지사글자로서, 어떤 기준점에서 밑을 의미한다. 반대는 윗 상(上)이다. 下는 기준점 아래에 어떤 물체가 있다는 뜻인데, 땅 아래일 수도 있고, 책상 아래일 수도 있으며, 밥상 아래일 수도 있다. 땅속이므로, 지하철일 수도 있다. 하수도(下水道)는 지하로 물이 흘러가는 길을 뜻하므로, 수도관을 말할 수도 있다.
‘두더쥐’도 된다. 下에 대해서 상상력을 동원하면 정말로 재밌는 단어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온다. 아래 하(下) 하나를 공부하면서, 그 연관된 단어들을 상상하는 것만 해도 공부는 매력적인 방향으로 변한다. 이쯤 되면, 下는 그냥 살아서 움직인다. 문자가 고정된 것이 아님을 아이들이 깨닫게 된다. 문자가 살아나니까, 공부도 자연히 재밌어진다. 암기식 교육은 죽은 교육이며, 창조적 발상을 통한 대화식 교육만이 살아있는 것이다.
들판 야(野)는 마을 리(里)와 나 여(予)가 합쳐졌다. 들 야(野)는 마을과 북틀의 합성이다. 마을 리(里), 나 여(予)이다. 나 여(予)는 베틀의 북틀을 말한다. 북틀은 날실에 씨실을 넣는 기구이다. 가로와 세로가 만나서 천은 짜이고, 들판은 가로와 세로로 나눠진 논과 밭의 집합체이다.
들 야(野)는 마을의 북틀이다. 마을에서 씨를 뿌리는 곳은 곧 마을에 붙은 들판이다. 베틀에서 날실이 내려오면, 북틀이 지나가면서 씨실을 넣는다. 그렇게 날실과 씨실이 천을 만들 듯이 마을과 이어진 곳을 뜻한다. 즉, 들판이다.
여당(與黨)은 정권과 함께 하는 당이다. 야당(野黨)은 들판에 나가 있는 당이다. 야당(野黨)이 들판에 있다고 해서 쫓겨난 당이 아니다. 천은 날실과 씨실의 합성이듯이, 여당과 야당은 서로 가로 세로의 엮임이 중요한 것이다.
하야(下野)는 들판으로 내려간다는 말로서, 서울에서 벼슬을 하던 사람이 벼슬을 그만두고 다시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다. 농사를 짓는 평범한 사람이 되었으니, 이제는 공직자로서 벼슬을 내려놓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3.15 부정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그것으로 인해서 4.19 혁명을 겪어야했다. 국민이 대통령을 몰아낸 사건이 바로 4.19 혁명이다. 下野(하야)는 下山(하산)과 下校(하교)와 下車(하차)와 비교하면 그 뜻이 쉽게 이해된다. 下山(하산)은 산을 내려간다는 의미다. 배울 것을 모두 배우면 산을 내려간다. 下校(하교)는 학교수업이 모두 끝나면 학교를 떠난다. 下車(하차)는 차에서 내리는 것이다. 그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운전하고 있는 대한민국 버스에서, 국민들이 ‘하야’(下野)하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국민의 여론을 진실로 잔잔하게 하지 못한다면, 하야운동은 끊임없이 펼쳐질 것이다. 야당이 부채질하는 것도 있겠지만, 야당의 부채질보다 더 진정성있는 ‘진실의 호소’만이 이번 사건의 여론의 들불을 끌 수 있지 않을까? 물대포를 쏜다고 여론이 쉽게 꺼지지 않는다. 그런 물대포는 여론에 휘발류를 뿌린 격이다. 근본적으로 왜 시민들이 분노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시민들의 요구를 들어줘야만 여론은 잠잠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