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현장탐방]=하야(下野)는 존칭어법이다. 대통령에게 정중히 ‘물러나세요’라고 경고성 부탁이다.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그 권위와 명성이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벼랑끝이다. 정치생명이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서울교육방송은 김경관 학생 대표기자(송양고)와 함께 광화문 집회 현장에 참석했다. 오후 4시, 광화문 광장은 이미 인파로 운집했고, 발 디딜 틈이 없어서, 광화문 전철 안내방송까지 ‘8번 출구로 나가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어른에게 반드시 인사를 해야하는 ‘동방예의지국’에서 ‘국가의 아버지’에 해당하는 대통령에게 ‘하야하라’는 말은 1년전에는 몰매 맞을 일이었느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세월호 참사때만하더라도 ‘대통령 하야’는 지나친 주장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밀물썰물 바뀌듯 변했다. ‘대통령 하야’는 헌법처럼 분명한 결정으로 구호(口號)처럼 외쳐진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미 국민의 정서에는 ‘대통령 하야’가 사실로 각인될 정도다. 3살 여자 아이도 태극기를 들더니 “대통령 퇴진하라”고 외칠 정도다.
김경관 대표기자는 학교에서 역사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어서, 오늘은 광화문 현장에서 ‘현대사의 오늘역사’를 목격하고, 기록에 담겠다는 취지로 현장에서 취재노트를 기록, 열심이다. 광화문에는 오직 2종류였다. 하나는 박근혜 퇴진, 나머지 하나는 대한민국 만세이다. 마이크는 김제동씨가 잡고 있었다. 김제동씨는 맹자를 인용해서 “혼주는 몰아내야한다”는 혁명적 군주론을 주장했다. 정도전이 주장하기도 했던 내용이다. 자격에 의한 군주를 뽑아야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뽑았던 민주주의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인데, 도대체 왜 지금의 사태가 발발한 것인가?
날씨는 무척 맑았다. 하늘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듯한 청명한 날씨로서 집회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우리는 서울교육청이 있는 서쪽 방향으로 길을 틀었다. 아직 그곳은 한산했으나, 도로는 시민들에게 점유되었고, 경찰들도 멀찌감치 앉아서 쉬고 있었다. 조만간 그곳까지 시민들이 꽉 들어찰 것을 암시하는 표정이었다. 자동차가 빠진 곳에서 사람이 도로를 차지하는 진풍경이 펼쳐졌고, 다시 프레스센터 근방까지 걸음을 이동하자, 그곳엔 광화문과 또다른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민주노총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는 듯 하다. 자동차도 없는 곳인데도 사람들끼리 교통체증이 발생한다. 사람이 엉킨 곳에선 ‘우측통행’도 무용지물이다. 가다가 오뎅으로 잠시 허기(虛飢)를 채우고, 종로3가 방향으로 길을 틀었다.
김경관 대표기자에게 물었다. 현재 정치에 대해서, 요즘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율적 동아리 활동을 해서 그런지, 자신의 의견이 상당히 뚜렷했고, 정치적 구호를 무작정 따라서 외치지 않고 그것에 대한 스스로 판단력이 있었다. 김경관 대표기자는 “이승만 대통령때 4.19혁명으로 하야사건이 있었고, 그때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오늘 집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교공부도 중요하지만, 역사 동아리 활동 차원에서 오늘 집회는 역사적 사건으로서, 반드시 참석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온 것이다”고 말했다.
보신각이 있는 종각을 지나 종로 3가로 이어지는 도로까지 인도(人道)로 활용되었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인파의 물결에 ‘해일’(海溢)을 보는 듯 무섭기까지 했다. 대학생들로 구성된 집회 참석자들은 ‘행진’을 통해 ‘퇴진’을 외쳤다. 대학로에서 먼저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에서 합류하기 위해서 종로방향까지 내려온 듯 했다. 10분이 지나도록 도로는 인파로 운집해서 밀려 내려갔다. 어떤 특정단체에서 집회를 한다면, 그저 동물원 동물을 쳐다보듯 구경만 했을 것인데,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하야운동”은 한국정치의 새로운 변곡점을 형성하는 듯 했다. 정치인들조차 ‘국민의 이름으로’라고 하는데, 그 무게감이 과거의 것과 완전히 달랐다.
우리는 광화문을 시작으로 서쪽 서울교육청 방향, 남쪽 숭례문 방향, 동쪽 종로3가 방향, 북쪽 경복궁 방향까지 한바퀴 일주했고, 가는 곳곳마다 사람들은 어딘선가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만약, 광화문이 ‘큰 항아리’라고 한다면 사람들의 물결이 계속 유입되고 있으므로, 어느 시간이 지난다면 100만명 인파가 모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들은 어떤 방향으로 계속 진행하고 있었고, 모든 사람들의 진행에는 ‘박근혜 퇴진’이란 말이 당연한 상식으로 외쳐졌다. 어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역시 박근혜 정부에서 ‘인터넷 신문법 시행령’의 횡포로 생매장당할 뻔 했으니, 그러한 시행령을 만든 문화관광부 실무진들이 최순실과 연결된 인물들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지금의 나라꼴”에 대한 해답의 한 조각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최순실의 권력횡포를 몰랐다”라는 말은 무능한 대통령의 수치(羞恥)로밖에 치부되지 않을 것 같다. 김철관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도 광화문 집회에 직접 참석해, 인증샷 사진을 보내왔다.
정도전의 집터였던 종로구청을 지나면서, 유구한 역사의 수레바퀴속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감당해야할 시대적 명제는 또한 무엇일까, 노래가서처럼 ‘퇴진하라, 하야하라’를 흥얼거리는 서울시민들의 가슴을 향해, 이제 정치인들은 어떠한 출구로 대답을 해야할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의 실체를 목격한 100만명 촛불집회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