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인물초대석]=12월 첫날, 1년의 마지막달, 서울교육방송은 조정혜 갈등관리·조정전문가를 만나, 조직과 단체와 관련한 갈등, 개인과 개인 간의 갈등, 사회전반에 산재한 사회적 갈등의 근본원인을 해석하는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특히, 조정혜 갈등관리·조정전문가는 중재원에서 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한누리다문화사회적협동조합의 한누리갈등관리·조정센터 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의 얽힘으로 보통 정의되는데, 조정혜 전문가는 평소 “갈등은 없애거나, 피해야 할 잘못된 사안이 아니고, 새로운 변화를 요청하는 신호이므로, 개인에게는 성숙의 기회이며, 조직에는 발전과 성장의 소중한 자원이다.”고 정의했다.
11월 30일, 조정혜 센터장은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 노사전문가과정에서 ‘갈등관리워크숍’을 진행했다. 해당 교육은 경상북도 지역사회의 기업체 대표 및 임원진과 노조위원장들이 직접 참여하는 교육과정으로, 경북대에서 6년째 개설 운영하고 있다. 까페대담으로 진행된 인물초대석은 장창훈 보도국장이 진행했고, 대담자는 조정혜 전문가이다. 까페대담 장소는 장안평역 3번출구 스타벅스 2층이다.
장창훈 > 경북대에서 실시한 강연 주제 설명 부탁합니다.
조정혜 > 경북대에서는 고용노동부와 함께 지역사회 기업대표와 노동조합 대표들을 대상으로 노사전문가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용주와 노동자의 갈등은 서로의 관심사가 달라서 발생하는데, 과거에는 노사관계가 수직구조 속에서 위계관계였다면, 지금은 사회질서의 재편에 따라 기업과 노조가 수평관계로 변화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변화된 사회구조와 노사관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과정이었습니다.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갈등이 어떻게 작동되고, 인식되는지에 대한 체험중심의 인식개선이라고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장창훈 > 흥미롭네요. 고용주와 노동자의 갈등은 왜 발생하나요?
조정혜 > 관심사의 차이 때문이죠. 쉽게 말하면, 노동자는 월급에 관심이 있고, 고용주는 월급을 줘야하는 입장이므로, 회사존속이 주된 관심사입니다. 회사 실적이 있어야 월급을 줄 수 있으니, 고용주와 노동자의 관심사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고용주가 회사의 성장과 매출신장에 관심을 갖는다면, 노동자는 개인의 복지와 노동환경 등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등 회사규모와 회사의 경영 시스템에 따라 크고 작은 다양한 갈등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령, 20년 동안 한 직장에서 노동자로 근무해온 숙련공과 나이도 적고 경험도 적은 사람이 직장 상사로 새로 부임해올 경우, 양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부로부터 크고 작은, 미묘한 갈등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장창훈 > 그럼, 숙련공이 직장을 그만 둬야 하나요?
조정혜 > 조직 갈등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간단하지 않습니다. 한 직장에서 오랜 시간 근무해온 노동자입장에서는 가족의 생계, 자녀교육, 부모님 부양까지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별다른 선택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밖에도 조직 내 잦은 지각, 조퇴, 결근, 태만, 언쟁 등은 조직 갈등의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직구성원들 모두 개인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갈등의 신호도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신호를 알아차리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갈등관리입니다. 갈등에는 역사가 있습니다. 개인도 역사가 있고, 조직도 역사가 있고, 국가도 역사가 있듯이, 모든 갈등에는 역사가 있습니다. 갈등의 역사를 추적할 때는, 인과론적인 접근보다는 맥락과 상황을 고려해서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보다 중요합니다. 잦은 지각과 잦은 언쟁들을 회식이나, 술자리로 해결하는 방법은 근본적인 욕구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잦은 술자리로 이어지겠죠?(웃음)
장창훈 >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네요. 갈등은 좋은 것인가요? 안 좋은 것인가요?
조정혜 > 갈등은 ‘좋다’, ‘나쁘다’라는 표현보다는 ‘생산적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결코 경계의 대상이 아닙니다. 조직이 변화할 때를 알려주는 청신호입니다. 조직부서의 리더가 구성원의 지각이나, 조퇴, 결근, 폭음, 언쟁, 태만 등과 같은 작은 갈등의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통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문제에 대한 논의보다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왜 지각했냐?“,고 묻기보다는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염려된다“고 묻는다면 어떨까요? 갈등 자체를 문제로 삼지 않고, 해결방법에 대해 함께하겠다는 참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리더가 조직 내에서 갈등을 유연하게 다루고자한다면 문제상황에서 “왜” 보다는 “어떻게”로 접근하는 방법을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창훈 > 갈등은 폭탄이 아니고, 신호탄이란 말씀, 인상깊네요. 조직 내 갈등문제, 실제 예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조정혜 > 어떤 공장에 같은 일을 하는 A팀, B팀이 있었어요. A팀 생산 라인에 갑자기 기계결함이 생겨서 공정이 중단되었고, B팀은 공정이 정상적으로 끝났어요. 당일 업무가 종료되면 A팀 B팀 부품은 운송팀에게 전달되어 부산으로 출발하게 됩니다. 퇴근시간 6시가 되자, B팀에서 소소한 갈등이 빚어집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A팀 생산라인이 고장났으니까 갈등이 그곳에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B팀 내에서 퇴근시간이 되었으니 퇴근하자는 사람들과 의리를 지켜서 A팀을 기다리자는 사람들로 나뉜 것입니다. A팀은 생산라인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결속했다면, 정상적으로 가동된 B팀에 갈등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런 갈등을 ‘가치 갈등’이라고 합니다. 조직내 질서에 대하여 서로 다른 가치관이 대립하면서 갈등이 발생하게 된 것이죠. 전통적 사회규범은 A팀과 함께 기다려서 퇴근하자고 합니다. A팀과 B팀은 ‘한식구다’라는 가치는 개인의 신념을 작동시키기 때문입니다. 반면, 현대사회의 질서체계에서는 직무와 역할과 체계와 매뉴얼을 내세우면서 퇴근하는 것이 보다 옳다고 판단합니다. 갈등은 잘 옮겨다닙니다. A팀 생산라인이 고장났는데, 갈등은 B팀에서 발생했고, 그 갈등이 B팀원 가족들에게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이 사건의 근본 해결책은 ‘어떻게’ 접근하는 것입니다. A팀과 B팀은 뿐만 아니라 어느 조직이든 업무가 서로 다르게 끝날 경우에 퇴근시간은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조직의 문화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기다리냐’ ‘퇴근하느냐’라는 문제보다 상위개념에서 그 문제를 바라볼 수 있을 때 발생한 갈등을 신호로 삼아서 새로운 질서 혹은 만족스러운 조직의 문화가 형성됩니다. 이것이 갈등을 변화의 신호로 삼는 갈등관리 경영전략입니다.
장창훈 > 그렇다면, 갈등관리는 전적으로 고용주의 책임인가요?
조정혜 > 아니요. 고용주와 노동자는 수평적인 관계입니다. 고용주는 고용주로서, 노동자는 노동자로서 각자 책임과 역할이 존재합니다. 고용주는 고용주입장에서, 노동자는 노동자입장에서 문제와 관계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요청됩니다. 그밖에도 상호존중과 배려, 대화와 경청의 표현법을 새롭게 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같은 문제상황에서도 “많이 놀랐겠다. 당황하지 않았니?”라는 관심으로 상대를 배려하면, 문제에 봉착한 당사자의 긴장을 풀어주게 됩니다.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할 수 있도록 내적인 자원을 회복시켜주는 것이죠.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의 의사를 존중해주면, 조직 내에서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 질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관리과정을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갈등관리 및 조정 프로세스라고 합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머릿속에 “왜?”를 생각하면, 인간의 뇌구조는 과거를 향하게 됩니다. 사건의 발단이 되는 원인을 찾기 위해서 시간을 과거로 돌립니다. 그러나, “어떻게?”를 먼저 생각하면, 생각은 미래를 향합니다. 똑같은 현실에서 과거로 향하느냐, 미래를 향하느냐, 그 작은 차이가 갈등을 문제로 보느냐, 기회로 보느냐의 정반대 결과를 만듭니다. 조직 내 갈등의 원인을 개인이나 구조에서 찾기 보다는 그 해결책을 조직구성원간의 관계에서 찾아서 해결하는 갈등관리·조정을 ‘체계론적 갈등관리·조정’이라고 합니다.
장창훈 > 갈등문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들었습니다. 끝으로 정리 부탁합니다.
조정혜 > ‘갈등없는 조직보다는 갈등있는 조직이 보다 생명력이 있는 조직이다’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갈등은 변화의 시작이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갈등을 겪는 당사자들과 주면의 이해관계자들이 그 갈등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저처럼 체계론적 갈등관리·조정전문가를 통해 갈등관리·조정교육을 받게 되면, ‘행복한 지금’을 만날 수 있도록 갈등문제가 재해석할 수 있게됩니다. 갈등을 ‘어떻게’ 라는 세 음절만으로도 해결가능하다는 것이 새로움입니다.
<대담자 조정혜 센터장 프로필>
조정혜 한누리갈등관리·조정센터 센터장
현) 서울시 도시재생지역 [진로갈등관리]
현) (재)아산 사회복지기관종사자 [갈등관리 역량강화]
현)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노사전문가 과정] 강의교수
현)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
현) 한국지역사회교육연구원 연구교수
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구대학교, 수성대 학교 강의교수
전) 대구교육청 Wee센터 외래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