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황금연휴가 시작된 첫날, 남양주 송라초등학교는 마을축제가 열렸다. 다름아닌, 송라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인근 마을주민들이 함께 화동하고 교감하는 ‘마을 운동회’였다. 학생들의 즐거운 운동회는 가족들의 응원과 동참으로 마을 주민들이 학교안에 들어와, 교장선생과 교감선생, 학교 교사들과 ‘운동 소셜’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마을교육공동체로서 학교와 마을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오랫동안 추진해온 황승택 교장은 93회 어린이날을 기념해서 전년도보다 더 의미있는 운동회를 개최하게 됐다. 학부모와 마을주민들로 이뤄진 ‘체험공간 시장터’로서 전통찻집의 식혜, 재활용품을 활용한 로봇 만들기 체험공간 등도 눈길을 끌었다.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각 학년, 학급별로 다양한 놀이를 즐겼다. 학부모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혹은 어린 자녀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서 벤츠에서 아이들을 응원한다. 아이들은 ‘공중의 과자 따먹기’, ‘목과 맞추기 게임’, ‘공중에 공을 던져 함께 받기’, ‘신발 던져서 원안에 들어가기’, ‘긴줄 함께 넘기’ 등의 운동놀이가 진행됐고, 학급들은 각 운동게임을 따라서 순차별로 나뉘어서 경쟁을 벌였다.
학생들 못지않게 교사들의 표정도 ‘활발함’ 자체였다. 황승택 교장뿐만 아니라, 교감선생을 중심으로 모든 교사들은 학생들과 뒤섞여서 함께 땀을 흘리고, 함께 햇볕을 맞으면서 ‘학생과 교사’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운동을 통한 교육컴뮤니티가 형성되는 분위기였다. 또한 운동회 순서 주관도 학생들이 직접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 마을과 학교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본 남양주송라초등학교는 ‘마을회관’처럼 느껴졌다. 정문은 분명 ‘송라초등학교’라고 되어있지만, 마을과 함께하는 운동회가 열리는 운동장은 마을주민들이 벤츠에서, 혹은 그늘진 나무밑에서, 교사들과 대화도 나누고, 학교안에도 주민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황승택 교장은 송라초등학교에 부임한 후, 도서관 정책을 ‘열린 책교실’로서 상당수 책들을 1층 복도에 꺼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운동회가 열리고 있는 시간에도 학교내 열린도서관에는 아이들이 쇼파에 누워서 책을 보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띄었다.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는 아름다운 속담이 만들어질 정도로, 송라초등학교 도서관은 학생들을 위해 ‘창고대방출’의 이미지로서 대변신을 꾀했었다. 마치 마을과 함께하는 운동회가 ‘열린 도서관’의 연장선처럼 느껴졌다.
이미 학생들은 마을주민들의 자녀이고, 학교는 이미 마을의 회관처럼 주민들이 즐겨찾기로 자주 방문하는 산책로의 일부로 활용되었다. 마을과 학교의 경계선은 단지 공간의 개념으로서 구분되어져 있을 뿐, 아이들은 이미 마을속에 속한 학교에서 ‘운동회’를 즐기면서 사회공동체를 자연스럽게 배워가고 있었다.
요즘 마을교육공동체가 상당히 주목받고 있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하는 교육공동체란 도대체 무엇일까? 서울시는 ‘마을학교’라는 신종어를 만들어가면서 기존 학교를 ‘비유적 감옥’으로 묘사하고 있다. 다른 학교들의 정문과 문턱이 어떠한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경기도에서 몇몇 학교를 취재해본 결과 서로 다른 색채로서 마을과 융합하는 교육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고, 특히 송라초등학교 운동회와 마을교육네트워크는 ‘마을교육공동체의 표본’으로서 교육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