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인물초대석, 조정혜 갈등조정전문가]=외부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개인과 가족 그리고 사회는 정체현상을 겪게 된다. 동대문의 창신·숭인지역은 뉴타운 정책으로 내부갈등이 절정에 도달했다가, 재개발 해제지역으로 전환되면서, 또 다른 갈등이 잠재된 지역이다. 이에 서울시 도시재생팀은 2014년 갈등조정관리전문팀으로 구성된 용역을 실시하여 현재 창신·숭인도시재생센터가 이미 운영되고 있다. 그 후 2016년 서울시의 평생교육팀의 ‘생활속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시민학습’ 프로그램 중 하나로 [도시재생지역의 진로갈등관리] 교육프로그램이 5개월간 진행되었다. 갈등관리프로그램은 한누리갈등관리·조정센터의 조정혜 갈등조정전문가를 중심으로 창신 2동 봉제인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지난 12월 14일 사단법인 시민에서 주관한 서울시 민주시민교육사업 성과발표를 마친 한누리갈등관리·조정센터의 조정혜센터장을 만났다.
조정혜 갈등조정전문가는 창신지역 진로갈등관리교육을 진행하기에 앞서 타지역 도시재생지역 중 가리봉동, 상도 3동 등의 소통구조에 대한 실태조사부터 시작하였다. 이는 창신 2동의 소통구조와 타지역의 소통구조와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렇게 시작된 창신 2동의 진로갈등관리교육은 교육계획과 진행과정과 중간점검과정에 모두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과거의 집단교육 혹은 계몽식 교육방법과는 전혀 다른 접근을 시도하였다. 5개월여간 지역주민중심, 즉 수요자중심의 갈등관리교육프로그램을 경험한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창신동 안에 갈등조정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으로 이어졌다.
서울교육방송은 시민들에게서 참여적인 태도를 이끌어내는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한 조정혜 갈등관리조정전문가를 직접 만나, 인물인터뷰를 진행했다.
‘새로운 도시’로 정의되는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정비사업은 도시기반시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도시기반시설로 ‘길’과 ‘공원’이 대표적이다. 조정혜 전문가는 ‘도로와 공원’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회복’이라고 명확히 말했다. 서울교육방송 취재팀도 갈등관리교육팀의 실제 활동모습을 취재한 적이 있다. 서울시 뉴타운 지역 중에서 가장 갈등이 많아서 언론의 이슈가 되었던 지역이어서,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할까, 사뭇 궁금했었다.
조정혜 조정전문가는 창신동의 골목골목을 발로 뛰어다니면서, 지역주민들의 언어로 소통하려는 노력과 시도가 있었다. 공공관리제도에서는 볼 수 없는 현장중심 시민민주주의의 표본을 봤었다. 창신동에서 일터와 삶터를 꾸리고 있는 주민들과 1:1로 소통하면서 의견 하나하나에 온몸을 기울이는 것, 서툴지만 스스로 표현하도록 기다려주고, 마땅한 방법을 함께 나누는 것, 그것이 갈등해결의 첫걸음인 동시에 갈등관리교육프로그램이었다.
조정혜 전문가는 그때를 회상했다.
“재건축, 재개발은 사적소유권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도시재생사업은 공적자금이 투자되는 공적인 국가사업이죠. 공간이 변화된다는 점은 같지만 작동시스템은 전혀 다릅니다. 공적자금은 국가재정이어서 그 한계가 존재합니다. 예산은 정해졌고, 혜택을 기대하는 주민이 많다보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지역주민들 간의 민원으로 갈등이 고조되면, 예산집행을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신속행정단을 추진하기도 하지만, 그 결과 또 다른 갈등을 생산해내기도 합니다. 갈등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새로운 제도나 정책은 ”언발에 오줌눗는 격“ 이 됩니다. 공적자금은 명분과 합의와 책임에 따라 집행이 된다는 것을 지역주민들이 알고 현명한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헌법가치이기도 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기도 합니다. 현재, 국토개발원에서 도시재생대학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교육과정이 아이디어모집을 위한 교육과정 중심으로 꾸려져있습니다. 도시재생지역의 과거와 미래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참여하고, 책임지는 과정이 생략된다면, 추후 도시재생의 속도만큼, 무관심에 따른 도시황폐의 속도도 빨라질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도시재생의 주체는 지역주민이 되어야 한다는 점과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추후 관리에 대한 청사진까지도 계획할 수 있어야 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지역주민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갈등관리교육사업입니다.
창신동 골목을 다녀보니까, 그 지역은 세대 간 차이도 있고, 문화적 차이도 다양하게 존재했습니다. 오래전 봉제마을이 형성되던 시기에 비슷한 조건으로 함께 정착해 살아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그 차이가 다양해진 것입니다. 서로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낸 주민들에게 서로 다른 개개인의 역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법이 필요한 공간이였습니다. 도시재생사업이 무엇인지 지역주민 스스로 관심을 갖고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을 나누고, 개인 간의 대화법과 사회적 관계에서의 대화법을 익히고, 공동의 과제에 대해 소통하는 법, 경청하는 법, 자신의 말과 행동을 스스로 관찰하는 법 등을 그들의 언어로 나누고 학습할 필요성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경험적으로 이뤄낼 수 있도록 자율성과 자발성을 촉진하는 것이 진로갈등관리교육을 통한 민주시민교육입니다. 민주시민교육조례 제 6조에 나오는 의사소통, 합리적의사결정, 갈등조정의 가장 기본이자 토대가 되는 것이 개개인의 자율성과 자발성입니다.”
이어 조정혜 조정전문가는 소통중심의 도시재생사업의 청사진에 중요한 방향키를 설명한다.
“갈등관리시스템에서 갈등관리는 갈등규명, 갈등대처, 갈등해결로 구분지을 수 있습니다. 창신지역의 교육프로그램은 단체간의 셔틀조정과 갈등규명을 위한 갈등진단 및 인터뷰, 갈등대처를 위한 의사소통법 등의 교육내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집된 정보와 자료들을 토대로 분석한 갈등유형들은 도시재생지역내 갈등조정을 위한 매뉴얼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해결을 위한 갈등조정은 갈등당사자 2인과 중립적인 제3자가 개입하여 당사자간의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합의를 촉진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삼자간의 대화를 원만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전문가들이 많이 양성된다면 도시재생지역의 갈등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을 겁니다.”
조정혜 전문가는 갈등의 본질에 대해 쉽게 설명했다.
“삼각관계는 사회구조의 최소단위입니다. 인간관계의 토대는 이자관계(二者關係)로서, ‘나와 너’,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어머니가 있습니다. 어머니 없는 자식은 없는거죠. 그렇게 어머니와의 최초의 만남을 시작으로 세상에 발을 딪습니다. 그렇게 성장하면서 어머니 옆에 아버지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새로운 사회관계를 경험하고 인식하게 됩니다. 가정은 최소단위의 사회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는 우리가 알든, 모르든, 이미 다양하게 분화된 사회구조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쪽 당사자의 소통스타일에 대한 존중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양쪽 당사자의 입장이 무엇인지, 어떤 이해관계로 힘들어하고 있는지, 그래서 얻고자 하는 심층적욕구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알아차리고,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촉진하는 과정이 갈등조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갈등의 당사자들간 힘의 균형이 어떠한지, 조정에 대한 자율성과 자발성이 있는지, 갈등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지, 해결의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지 등등 그 상황과 여건에 따라 유동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도시재생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행정주체가 사업을 실행해도, 행정주체와 시민들이 서로 갈등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갈등의 원인도 너무 복잡해서 나열할 수가 없을 지경이죠. 갈등은 크든, 작든, 옮겨다니기도 하고, 숨기도 하기 때문에 갈등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제 3자의 도움을 받아 습득한 방법을 통해 도시재생이후까지도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민주시민으로서 책임지는 방법까지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이야 말로 경제적이고 성공적일 수 있습니다. 건강한 사회는 소통하는 사회입니다. 도시재생사업이 국가적으로, 행정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더 걸리더라도, 지역주민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분들이 요청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갈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요청하고, 책임질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꾸릴 수 있도록 좋은 모델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건강한 사회는 건강한 가족과 같습니다. 도시재생지역에서의 바람직한 갈등조정은 사회적 관계를 통해 건강한 소통구조와 관계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요. 갈등은 변화요청의 신호이고, 갈등조정을 통한 소통의 새로운 경험은 자율성과 자발성을 촉진하는 과정이 될거예요. 결국, 갈등을 통해 새로운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고,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행복을 다루는, 책임질 수 있는 민주주의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죠. ”
긴 인터뷰는 다음을 기약하고 마쳤다. 도시재생지역에 민주시민교육의 숨결부터 불어넣어야한다는 ‘갈등조정의 전령사’로서 조정혜 전문가는 ‘인정과 존중’의 가치를 강조했다.
결국,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안했듯 사람중심의 도시재생사업은 갈등의 진단이 소통구조학적으로 재해석될 시점이다. 재건축이든, 재개발 사업이든, 공적자금에 의한 도시재생사업 역시 주택행정의 문제이기 이전에,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서 이뤄지는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의 문제인 것이다. 민주시민교육의 따뜻한 숨결이 사람중심 도시재생사업의 미래 서울을 아름답게 꽃피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