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하, 바흐가 쉽구나! 화성학의 새로운 접근법
8월 20일, 토요일 오후 2시, 세종사이버대 실용음악학과는 ‘화성학 특강’을 오프라인으로 실시했다. 여름방학인데도 열명 남짓 학우들이 모여, ‘음악의 근본’과 ‘화성학의 난해함’에 대해 토론했다. 대부분 현재 작곡을 하거나 음악학원을 운영하거나, 음악으로 현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많았고, 나처럼 비전문가이지만 음악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우들도 있었다. ‘음악에 대한 진지함’은 모두 동일했다. 특강은 박주향 교수가 직접 맡았다.
사이버대 특성상, 영상을 통해 교수와 학생이 만나야 하니, 실제로 얼굴과 얼굴을 마주보면서 ‘피드백’을 받는 것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박주향 교수님을 비롯해 실용음악학과 교수님들은 동아리 활동과 특강을 통해 학우들을 직접 만나, 현장의 소리를 경청하고 있다. 춘천에서 김훈 학우가 아내와 함께 직접 참석해, 자신이 평소 가지고 있던 음악의 철학에 대해 진솔하게 꺼내놨고, 구미에서 참석한 김대식 학우도 “실용음악과 클래식의 경계가 무엇인지 헤깔렸는데, 쉽게 설명해 줘서 이해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무슨 밀림속 소나무들을 보는 것인 줄 알았다. 빽빽한 음표들의 밀집대형, 그것은 바흐의 인벤션 악보다. 내겐 그저 나무들이 울창한 숲처럼 보였다. 거꾸로 메달린 음표들은 절벽에 있는 소나무들이다. 그랬다. 한계령의 절벽 같았다. 박주향 교수님이 말했다.
“인벤션이 뭐죠? 발견인가요? 발명인가요? 바흐가 인벤션이라고 제목을 붙였는데, 그 뜻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리고 이 곡은 몇개로 구분할 수 있을까요? 혹시, 이 곡을 직접 불러 본 적이 있나요?”
나는 마지막 질문에서 갸우뚱했다. 가사가 없는데 어찌 부를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다음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글쎄 박주향 교수님은 “모두 노래를 불러요. 남자와 여자를 구분해서, 불러볼께요.”라고 하면서, 피아노로 달려가신다. 난, 참, 다행이다. 마스크를 썼으니….. 붕어처럼 입만 벙긋했는데, 내 뒷좌석에 앉은 김대식 학우와 김훈 학우 덕분에 ‘남자들이 잘한다’는 칭찬까지 들었다. 야호!!
가사가 없다고 노래를 부를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클래식에 대한 접근법이 기존과 전혀 다른 화성학 강의였다. 이것은 마치 ‘논어와 맹자’를 직접 배우는 것과 같았다. 음악의 세계에서 ‘사서삼경’과 같은 악보를 접하면서, 문외한인 나도 즐거운 음악 특강이었으니, 앞으로 펼쳐질 화성학 세계가 사뭇 기대가 된다.
사실, 우리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즐거운 음악인들이다. 그저 음악만 배운다면, 무슨 재미가 있으랴. 악보를 분석하면서, 박주향 교수님은 ‘바흐’를 우리에게 불러와 느끼게 하시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알려주신다. 여기에는 어떤 전문용어도 필요 없고, 오히려 그러한 용어들이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클래식을 클래식으로, 실용음악을 실용음악으로 부르는 것은 사람일 뿐, 두 장르는 모두 뿌리가 같아요.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에 그 뿌리를 두고서 두 장르는 만들어졌어요. 게다가 우리가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곡이 해외에서는 실용음악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음악을 장르로 접근하면 모호한 미궁속에 빠질 위험이 높아요. 이제는 기존에 틀을 벗어나 장르를 초월해서 다양한 곡을 듣고, 음악과 친해지는 것이 필요해요. 우리가 자주 접하는 화음들, 1도에서 7도까지 그 화음들이 곡마다 어떻게 사용되는지 그 기능과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가령, 까페라떼와 아메리카노를 서로 구분할 수 있을까? 알고 보면, 그 뿌리가 같다. 그처럼 클래식과 실용음악은 서로 다르지 않고, 같은 것이다. 우리가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곡들이 본래는 그 시대에 ‘실용음악’이었다. 그렇다고 클래식은 고전이라고 정의할 수도 없다. 그래서 “악보”를 읽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박주향 교수님은 ‘쇤베르크’라는 음악인을 거론했다.
쇤베르크는 암울한 20C초 세계대전을 겪은 인물이다. 그는 기존 음악에 대해 아주 날카로운 도전장을 보냈다. 음악의 진실성이다. 박주향 교수님이 말했다.
“쇤베르크는 살아있을 때 기존 음악인들에게 비난을 받고, 배척당했어요. 쇤베르크는 시대가 암울하니, ‘암울한 음악’을 해야한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기존 음악인들과 심하게 부딪혔고,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무료로 강습을 한다고 신문광고를 낼 상황까지 됐어요. 쇤베르크가 볼 때, 그 시대 음악들은 죽은 것처럼 보였어요. 시대를 노래하지 못했으니까요. 전쟁으로 폐허가 된 그 시대를 위로하려면, 복잡하고 난해한 음악을 표현해야하는데, 기존 음악 체계로는 불가능했어요. 그는 특히 히틀러를 싫어해서, 훗날 미국으로 망명했고, 그를 따르던 제자들에 의해 음악의 전통이 남겨져서, 현대음악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화성학은 교실 밖으로 나가고, 우리는 역사와 현재를 넘나드는 철학자로서 의자에 앉아 있었다. 화성학이라는 딱딱한 틀 때문에 음악이 싫어진 학우들에게 ‘새로운 화성학’의 숨결을 불어넣는 특강이었다.
“화성학이 왜 어려운지 아세요? 그것은 편견 때문입니다. 화성을 어렵게 설명한 교재가 화성학을 어렵게 만들었고, 지루한 학문으로 인식하게 했어요. 화성학! 쉬워요! ㄱㄴㄷㄹ 한글을 배우면 누구든지 한글을 쓰고 읽을 수 있듯이, 화성학도 중요한 법칙 몇가지가 있어요. 그 매뉴얼을 정확히 알면, 누구나 화성학을 이해하고, 고전의 악보를 보면서 무한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이거예요. 악보를 보면서, 자기 입술로 불러보는 거예요. 알았죠?”
17p로 된 바흐의 인벤션 악보는 15개로 구분된다. 깨알같은 글씨로 숫자가 적혀있는 것을 배웠다. 우리는 ‘15개’에 대해 음악을 듣고, 각각 떠오르는 단어와 이미지를 적은 다음에, 15개 단어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는 ‘음악논술’을 숙제로 받았다. 바흐의 인벤션이 ‘나의 이야기’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아하, 바흐가 그래서 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