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장창훈 보도국장]=여름방학이 되면, 고1 고2 학생은 반드시 자소서를 써봐야한다. 고3은 물론 필수사항이다. 자소서는 자기가 자기를 소개하는 글이다. 이력서와는 다르다. 대학마다 공통문항이 존재한다. 1번~3번까지 질문이 주어져 있고, 해당 질문에 대해 학생이 서술하는 형식이다. 질문을 보면, 상당히 당혹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찬찬히 쳐다보면 어렵지 않다.
입학사정관의 관점에서 이해해야한다. 5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하는데, 10:1의 경쟁률을 보이면, 5000장의 서류가 들어온다. 자소서와 추천서를 포함하면 1만5000장의 서류다. 생기부는 보통 10p가 넘어간다. 5만p의 서류를 봐야할, 입학사정관의 입장을 생각하면, 자소서를 어떻게 써야할지 약간 알 수 있다.
입학사정관이 1명의 서류를 1시간 넘게 잡고 있지 않는다.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대략 10분 남짓, 모든 것이 판정된다. 2~3명의 입학사정관이 각각 서류를 검토하고, 점수를 평가하면, 프로그램은 점수차가 많이 발생하는 학생만 별도로 분류해서 상호 의논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입학사정관이 서로 독립적으로 평가해서, 점수가 동일하면 공정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평가항목은 대학마다 다르다. (자소서 질문은 평가항목이 아니다.)
우선, 학종에 대해 잠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내신성적은 과목별 시험을 보고, 그것에 대해 채점을 하고 성적이 나온다. 학종은 도대체 무엇을 시험보는 것일까? 생기부, 자소서, 추천서를 각각 평가한다고 생각하면 오산(誤算)이다. 생기부의 항목별 평가를 하는 것도 아니다. 평가항목은 대학마다 각각인데, 대략 1)학업성취 2)전공적합성 3)인성 4)발전가능성으로 구성된다. 대략 10개 평가항목이 있고, 항목별로 점수를 채점한다. 가령, 학업성취도를 평가할 때 자소서와 생기부를 보면서 채점을 하는 식이다.
무대에서 가수가 노래를 하면, 심사위원들은 평가항목이 각각 주어진다. 1)가창력 2)무대매너 3)복장 4)관중호응도 등이다. 심사위원의 평가기준표가 있고, 가수는 자신이 준비한 노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학종도 동일하다. 생기부는 3학년 1학기때 이미 완성되었고, 자소서는 준비서류이다.
생기부는 학생 본인에게 눈물과 기쁨과 추억과 고독과 결과의 삶이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에게 생기부는 행정서류에 불과하다. 2명의 생기부만 쳐다보다도 머리가 묵직하다. 숫자와 문자로 나열된 생기부를 들여다보면서 평가항목을 채점한다는 것은 미로를 헤매는 것과 같다. 입학사정관은 평가항목에 대해 정확히 평가해야할 의무가 있다. 결국, 자소서를 중심으로 생기부를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소서를 집들이로 이해할 수 있다. 집들이를 하면 집주인은 친구들에게 집안 구석구석을 자랑한다. 자소서는 그와 같다. 입학사정관에게 학생의 생기부는 낯설 수 밖에 없다. 어떤 부분이 더 중요하고, 어떤 부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학생이 설명을 해주면 생기부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자소서의 역할은 생기부를 안내하는 가이드와 같다.
자소서를 설명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말하는 비유가 있다. 내가 광화문에 갔을 때,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 가이드 1명을 졸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봤다. 세종대왕에 대해 설명하는데, 중국말로 했다. 그 가이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동선을 따라서 관광객은 졸졸졸 따라다녔다. 자소서의 역할이 그것이다. 생기부라는 관광지에서 어떤 곳이 중요하고, 어떤 곳이 의미가 있는지, 학생 본인의 목소리로 설명해주는 것, 그것이 자소서이다. 자소서를 읽으면, 생기부의 산맥이 보여야한다.
공통문항 1~3번에 대해, 글을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건을 선정하는 것이다. 물론, 그 사건은 생기부에 반드시 있어야한다. 생기부에 없는 사건을 거론하는 것은 신뢰성에 의문이 생긴다. 출발점은 생기부이다. 자소서는 생기부를 안내하는 것인데, 자소서에서 말한 내용이 생기부에 없다면, 그것은 낭패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소서의 모든 출발은 “과목”이다. 과목의 다른 말은 ‘교과서’이고, ‘수업’이다. 이것이 자소서 작성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