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한자칼럼]=개는 본래 늑대였을 것이다. 사납게 생긴 늑대를 길들여, 충직한 진돗개로 변화되었을 것이다. 진화론자는 돌연변이의 기적을 논하지만, 이미 인류는 ‘길들임’으로 가축의 돌연변이를 만들었다. 길들임은 곧 친숙함이다. 개와 늑대가 서로 다른 종으로 태어났을리 만무하다. 산돼지와 집돼지가 서로 다른 종으로 태어났을리 만무하다. 본래 멧돼지였는데, 사람과 친하게 지내니 순둥이 꿀돼지가 된 것이다. 개는 특히 사람과 친숙하다.
犬은 우측 위에 있는 것이 꼬리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것이 개의 포인트다. 개는 집주인을 알아본다. 집주인이 아니면 ‘멍멍’ 짓는다. 짓는 모습이 좌측의 大 모양이다. 클 대(大)에 점이 하나 더 있는 모습인데, 개를 뜻한다. 太는 점이 밑에 있어서 ‘클 태’라고 한다.
犬과 가장 밀접한 파생단어가 哭과 伏과 臭다. 哭은 개의 울음소리다. 개가 슬퍼서 울 때는 애절하다. 사람의 슬픔을 알던지, 개의 인지능력에서 느껴지는 아픔을 슬픔으로 표현하는 것인데, 사람의 슬픔도 ‘哭’으로 표현한다. 애곡(哀哭)한다는 말에 사용된다. 伏은 여름만 되면 등장하는 단어다.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의 삼복(三伏)이다. 엎드릴 복(伏)은 개가 사람에게 엎드린다는 뜻이다. 臭는 개코를 뜻한다. 自는 ‘스스로 자’로 알려져 있는데, 본래 코를 본떴다. 개는 코가 상당히 예민(銳敏)해서 냄새를 잘 맡는다.
犮(달릴 발)은 犬에 삐침(丿)이 첨가된 것이다. 여기서 삐침은 뒷발질이다. 개가 뒷발을 세게 차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물론 우측에서 좌측으로 달려가는 모습이다. 猋(표)는 개가 3마리 그려졌다. ‘개달릴 표’로서 개떼들의 달기기 경주다. 그릇 기(器)는 개(犬) 주위에 네모가 4개 있는데, 보신탕 그릇을 뜻한다. 동이족은 개를 정말로 좋아했던 민족임에 틀림없다.
사자성어로 ‘견마지로’(犬馬之勞)는 자신의 공로를 윗사람에게 낮춰서 일컫는 표현이다. 개와 말의 수고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견원지간(犬猿之間)은 개와 원숭이의 원수사이로서 서로 물고 뜯는 관계이다. 犬과 狗는 모두 개다. 狗가 들어간 중요한 사자성어로 ‘토사구팽’(兎死狗烹)이 있다. 토끼가 잡히면 개가 삶아진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