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한문칼럼 / 장창훈]=꽃은 풀에서 핀다. 푸른 빛에서 붉은 꽃이 피면 사람은 지나가다 발길을 멈춘다. 그 꽃에서 향기가 풍기면, 사람의 마음이 흔들린다. 벌꽃 나비가 꽃잎마다 진동한다. 풀과 꽃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꽃과 열매도 마찬가지다. 감꽃은 썩 아름답거나 향기롭지 못한데, 그 열매는 유익하다. 감이 익은 홍시는 꽃향기보다 달콤함을 선물한다. 식물은 꽃과 열매로 사람과 교감한다.
꽃을 뜻하는 한자로는 크게 3가지가 있다. 花 華 英이다. 花는 華의 축약형으로 본다. 英은 꽃중의 꽃이다.
꽃 화(花)는 풀 초(草)와 변할 화(化)의 합성이다. 풀이 변해서 꽃이 됐다는 뜻이다. 풀이 풀로 끝나면 그다지 멋이 없다. 풀이 꽃이 되면 그것은 실로 영화로운 일이다.
변화할 화(化)는 좌측에 서있는 사람, 우측에 물구나무한 사람이 합쳐진 글자이다. 변화할 화(化)의 뜻은 ‘180도 돌았다’는 의미다. 변화의 핵심은 물구나무다.
인생은 2번 죽는다. 한번은 모태에서 지태(地胎)로 나올 때, 또 한번은 지태에서 영태(灵胎)로 이동할 때이다. 모태에서 생명이 태어날 때 아이는 반드시 물구나무를 서면서 머리부터 나와야한다. 생명탄생의 오묘한 이치다.
거꾸로 변화하지 못하는 아이는 죽음을 맞기 십상이다. 머리가 바닥에 처박히는 그 고통을 감수하면서 인생은 비로소 시작한다. 지태에서 영태로 이동도 동일한 이치가 적용되리라 믿는다.
이러한 뜻을 가진 ‘化’가 근간을 이루고 있는 花는 변화의 주인공이다. 풀이 풀로 끝나면 볼품없다. 마치 인생이 인생으로 끝나는 것처럼. 그러나 인생이 명예를 얻고 권력을 잡고 벼슬을 하게 되면 영화로운 꽃이 핀 것과 같다.
광합성(光合成) 작용으로 꽃도 피고 열매도 여는 것이다. 베틀에서 날실과 씨실이 합쳐지면서 옷이 만들어지듯, 빛과 물이 체관과 물관으로 이동하면서 식물의 꽃도 피우고, 열매도 열게 한다. 나무 스스로 ‘꽃의 옷’을 짜서 입는 참으로 신비한 식물의 방적(紡績) 시스템이다.
꽃부리 영(英)은 꽃 화(花), 중앙 앙(央)의 합성이다. 꽃부리는 새의 부리처럼 생긴 부분으로 꽃잎 전체를 말하며, 꽃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다.
중앙 앙(央)은 클 대(大)로 누운 사람이 베게를 베고 있는 모습이다. 머리는 반드시 베게 중앙에 위치해야한다. 꽃부리 영(英)은 꽃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잎들을 말한다.
꽃 화(華)는 드리울 수(垂), 풀 초(艹)의 합성으로, ‘화려한 꽃’을 본 뜬 글자이다. 꽃 화(花)도 꽃을 본 뜬 글자이다. 꽃은 암술, 수술, 꽃잎, 꽃받침, 꽃대로 되어있는데, 꽃 화(華)에서 풀 초(艹)는 암술과 수술을 의미하고, 드리울 수(垂)는 꽃잎과 꽃받침을 뜻한다.
花가 들어간 단어는 꽃이름의 대부분이다. 우선, 화초(花草)와 화훼(花卉)는 꽃이 피는 풀이다. 그 밖에도 매화(梅花) 국화(菊花) 국화(國花) 도화(桃花) 근화(槿花) 장화홍련(薔花紅蓮_장미꽃과 연꽃) 화랑(花郞) 이화(梨花) 무화과(無花果) 목화(木花) 등에 사용된다.
사자성어로는 화용월태(花容月態)가 있다. 꽃같은 얼굴, 달같은 자태를 말한다. 금상첨화(錦上添花)는 비단위에 꽃을 올렸다는 뜻으로, 은쟁반에 금사과를 말한다. 해어화(解語花)는 말을 이해하는 꽃으로 아름다운 미인을 은유한다. 부정적인 사자성어로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있다. 꽃은 10일 이상 피지 못한다는 의미로서, 젊은 청춘이 금방 시든다는 인생무상을 의미한다. 비슷한 사자성어로 ‘권불십년’(權不十年)이 있다. 권세는 10년 이상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흥선대원군이 권력을 잡고 10년만에 물러난 사건을 빗댄 것이다.
풀은 꽃을, 꽃은 열매를 목적한다. 풀이 풀만 존재하면 심심하다. 풀에 꽃이 피어야 풀도 좋고 꽃도 좋다. 풀에서 꽃이 핀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몸부림의 과정이다. 꽃도 마찬가지다. 향기로운 꽃에서 달콤한 열매가 열리면 그 또한 사람들에게 새로움의 매력이다. 같은 것을 보여주면, 그것은 재방송이 된다. 뭔가 달라야 사람들은 눈길을 주고, 마음과 마음이 교감한다. 결국,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자신이 하는 일에 있어서, 풀에서 꽃으로, 꽃에서 열매로 변화하는 창조적 발상이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