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한자칼럼 / 장창훈]=난초는 사군자(四君子)에 속한다. 그 향기가 매우 깊고 짙다. 매화는 봄의 문을 열고, 난초는 여름을 꽃피운다. 여름을 상징하는 꽃이 난초다. 개업식(開業式)을 하면 난초가 선물로 많이 들어온다. 개업을 축하하는 자리에 난초만한 것이 없다. 개업당일에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개업이 끝나면 난초 관리가 상당히 까다롭다. 선인장은 사막에서 자라다보니, 그냥 둬도 생생하게 잘 자란다. 반면 난초는 한번만 안쳐다보거나, 물을 너무 많이 줘도 금방 시들어버린다. 적당한 물과 습도와 온도를 맞춰야만 난초는 싱싱함을 유지한다. 개업식날 들어온 난초는 대부분 1주일을 넘기지 못한다. 관리를 잘 못해서 그렇다.
蘭이 ‘難’(어려울 난)이 된 것이다. 난초는 키우기가 상당히 어렵고 까다롭다. 사람도 이런 사람이 있다. 까탈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 다른 말로 민감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뜻과 같다. “금방 토라진다”는 말은 “감정이 풍부하다”는 말과 같다. 감정없이 삭막한 사람은 나무토막같다. 감정이 예민하고 예리한 사람은 쉽게 상처받고, 감정이 물고기처럼 살아 숨쉰다. 난초가 그와 같다. 난초는 키우기가 어렵지만, 잘 키우면 향기가 짙고 고고한 자태가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난(蘭)은 풀(艹)과 문(門)과 柬의 합성이다. 柬은 가릴 간, 분별할 간의 뜻이 있다. 묶을 속(束)에 점이 2개 더 있는 글자이니, 어떤 것을 묶은 다음에 거기에 리본으로 표시까지 했으니, 특별하게 분별한 것이다. 柬이 들어간 글자는 매우 특별하다는 뜻이 있다. 束은 나무에 리본을 묶은 것이고, 柬은 묶은 리본에 특별하게 표시를 한 것이다.
蘭은 문옆에 키우는 식물로서 특별하게 구분해서 가꾸는 꽃이다. 난초는 다른 꽃들처럼 관리하면 안된다. 난초는 난초에 맞는 관리법이 별도로 존재한다. 난초는 반드시 그렇게 대해줘야한다. 선인장과는 정반대다. 선인장은 그냥 내버려두면 알아서 자라지만, 난초는 수시로 관리하면서 바람이 불면 거기에 맞게 관리를 해줘야하고, 햇빛에도 적당한 관리를 해줘야한다. 柬의 의미가 그것이다. 난초는 그 줄기를 묶어주면서 별도로 손이 많이 가야한다. 난초처럼 학생을 교육하는 것, 자식을 양육하는 것도 역시나 난초처럼 마음이 많이 간다.
蘭의 쓰임새
蘭이 쓰인 중요 단어로는 음악가 홍난파(洪蘭坡)와 프랑스(佛蘭西)이다. 프랑스의 한역은 ‘블란서’(佛蘭西)이다. 佛은 부처 불(佛)이 쓰였는데, 신앙국가를 의미한다. 중국인은 부처를 가장 위대한 신으로 여겼으니, 프랑스인들도 예수님을 그렇게 믿는다고 해석한 것이다. 또한 난초가 사용되었다. 프랑스(佛蘭西)는 신앙이 난초처럼 깊은 서양국가를 의미한다.
사자성어로는 금란지교(金蘭之交)가 있다. 두 글자로 ‘난교’(蘭交)라고도 한다. 금란지교는 황금처럼 변함이 없고, 난초처럼 그 향기가 깊은 사귐을 뜻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