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농부+학생=사위일체 협력시스템
1100명이 180분동안 경험하는 추수의 모든 과정 체험
[서울교육방송 교육뉴스 / 신북초등학교]=11월 3일 신북초에서 학교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 함께 하는 추수 대축제가 열렸다. 1100명의 학생이 3시간 동안 질서와 속도를 유지하면서 빠른 물살처럼 추수의 과정을 경험하는 이색적인 풍경에, 참새떼들도 숨죽여 구경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벼를 봄부터 심고, 물을 주고, 추수해서, 그 쌀로 만든 밥으로 인절미까지 떡매로 쳐서 만드는 모든 과정이 대략 8개 부스에서 순서별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10월이 되었을 때, 신북초는 이미 추수의 준비단계에 돌입했다. 여름이 되면, 계절은 가을을 벌써 준비하듯, 신북초는 10월 한달동안 아이들이 1년에 1번 체험할 수 있는 가을의 결실을 맛보고, 평생의 경험으로 삼을 수 있도록, 김민영 학교장, 황혜정 교감, 맹정영 부장교사, 학부모단, 서산시까지 함께 몰입해서 2017년 추수 대축제를 준비하게 된 것이다. 벼가 쌀이 되어, 밥이 되거나 떡이 된다는 정보는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눈으로 본다는 것은 과거에 살던 세종대왕과 직접 이야기하는 것처럼 힘든 일이다. 과정을 보여주고, 체험하고,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까지 학부모단, 교사진, 6-1반 학생들, 서산시 농부들이 각 부스별로 배정되어서 아이들이 짧은 순간에 체험할 수 있도록 발판, 협력, 조력자 역할을 해냈다.
날은 변덕스럽게 찌뿌둥했다. 천막을 친 듯 흐린 날씨에, 추수 대축제가 운동장에서 열리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나, 날씨는 추수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강당과 천막을 활용해서, 물이 흘러가는 동선을 확보하고, 각 부스별로 학부모단, 교사진, 학생 도우미, 농부들이 배치되어서, 백화점에서 신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원처럼 아이들을 기다렸다. 9시~12시, 3시간, 180분, 아이들의 시간으로 환산하면 4시간(40*4) 정도다. 1100명이 모두 체험할 수 있도록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수학의 셈법’이 실제로 이뤄져야 가능하다. 그저, 1명이 시범을 보이고, 1100명이 대강당에 모여서 구경하는 행사체험을 했다면, 아이들은 “눈에 보기에 좋았다”라고 하고, 교실로 들어가서 인절미를 맛있게 먹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신북초 추수 대축제는 철저히 학생중심 축제였고, 학부모가 학생이 직접 김치를 비벼서 만질 수 있도록, 1회용 장갑을 씌워주고, 만든 김치를 돌돌돌 말아서 직접 먹는 체험까지 진행됐다. 손으로 만들어 먹기까지 대략 3분, 이 짧은 시간에 아이는 “아!! 김칫맛”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감각이 꿈틀꿈틀 살아있게 만드는 ‘시청각 교육’의 뇌관인 것이다.
“첫째는 질서, 둘째는 신속, 셋째는 배려입니다.”
체육관 강당에 황혜정 교감 쌤과 맹정영 부장교사가 먼저 학부모들과 행사를 의논했다. 9시가 되기 훨씬 이른 시간, 며칠동안 연습했던 체험행사의 과정들이 오늘 아이들을 맞이하면서 학부모로서도 새로운 배움의 시간이 될 것이다. 마을교육공동체 교육사업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학교와 학부모와 마을이 힘을 합하는 것도 있지만, 학부모도 학교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경험의 과정을 겪는 배움의 보람도 있다. 학부모들의 표정이 사뭇 긴장되어 보였고, 시험을 보는 학생같았다.
9시다. 김민영 교장쌤의 인사말씀으로 행사가 시작되자, 체육관과 1층 공터에서 준비된 과정이 물레방아처럼 서서히 움직였고, 교육지원청과 구청, 구의회, 마을 대표단에서 참여한 행사 관계자들과 함께 학생들의 물결이 움직였다.
◆ 대강당 새끼꼬기, 떡메치기, 김장하기, 전통놀이
행사의 으뜸은 먹는 것이다. 대강당에는 인절미와 김치가 준비되었다. 떡매를 5번씩 내리치고 나서 옆에 마련된 인절미를 먹는 것이다. 인절미를 풍성했고, 학부모들은 친구의 친구들에게 인자한 미소와 함께 “더 먹고 싶으면 더 먹어요”라면서, 달려가서 떡을 먹여주곤 했다. 아이들은 참새떼처럼 재갈재갈 떠들면서도, 떡매를 번갈아 내리칠 때는 흥부처럼 신나는 표정이다. 모두 처음 체험하는 한국 전통 교육 프로그램이다. 알파고도 떡매는 결코 내리치지 못할 것이며, 직접 손으로 만들어서 먹는 김치맛도 알파고는 모를 것이다. 알파고보다 위대한 창조적 경험교육이 펼쳐진 것이다.
“쿵 떡, 쿵 떡”
떡매치는 소리다. 떡매는 큰 도마위에 올려진 인절미 재료(밥)를 아이들이 2인 1조로 나뉘어서 서로 “쿵” “떡”하면서 번갈아 가면서 내리친다. 떡매는 무게가 약간 있지만, 아이들에게 맞춰서 특별히 제작된 모양이어서, 약간 묵직하게 들어서 내리치니,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이들은 서로 내리치고 싶어서 안달이다.
“볏단으로 새끼줄을 꼽니다”
대강당 바닥에 철퍼덕 앉았다. 실제 직업이 농부인 서산시 농부들이 올라와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새끼를 꼬는 것을 경험한다. 볏짚을 한쪽 발로 잡고서 다른 손으로 볏짚과 볏짚을 실처럼 비비면 꼬아지는 모습이 신비로울 뿐이다. 아이들은 2~3개 볏짚으로 슬슬 비벼보는데, 쉽지는 앉다. 그래도,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벼의 촉감은 평생 다정스러울 것이다.
◆ 탈곡, 절구, 도리깨 타작, 김치전, 튀밥과 뻥튀기
벼가 밥이 되기까지, 껍질을 벗겨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밥알만 보니, 껍질이 벗겨지는 과정을 쉽게 알지 못한다. 누군가 껍질을 1개씩 벗겨냈을까? 옛날 조상들은 어떤 도구의 지혜로 쌀을 먹었을까? 그 과정이 그대로 연출되었다. 도리깨질은 콩이나 벼를 긴 막대기로 활용해서 두들기면, 낱알이 그대로 떨어지는 도구다. 대나무 끝에 다른 대나무가 묶여져 있어서 다루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도우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공중에서 도리도리 돌려서 도리깨라고 불리는 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로서 끈으로 연결된 긴 막대기의 농기구를 만져보고 활용한다는 것만 해도 신비한 경험이다. 탈곡(脫穀)은 곡식의 껍질을 벗겨낸다는 의미다. 탈곡기에는 기계로 하는 것과 손으로 직접 하는 것이 선보였다. 발로 움직이면 돌돌돌 돌아가는 농기구에 볏단을 올려놓으면 쌀이 훑어졌다. 다른 쪽에는 마늘빻는 경험이 진행됐다. 생긴 것은 마늘빻는 통인데, 그곳에 볍씨를 넣고서 작은 방망이로 통통통 내리치면 껍질은 벗겨지고 쌀만 남게 된다.
교육도 일이다. 작은 꼬마 농부가 되어서 볏단으로 새끼줄을 만들고, 떡매를 내리치면서 인절미도 만들고, 제기를 차고 놀다가, 볏단의 벼를 훑고 절구통에 볍씨를 빻는 과정의 경험은 농부가 1년의 결실을 보내는 추수의 기간이다. 아이들의 경험을 옆에서 지켜보니, 아이들은 모두 신북초등학교의 알찬 곡식들임을 실감하였다. 교사들과 학부모는 모두 1년동안 거름하고, 양육하고, 관심을 가지면서 생동감있고 웃음꽃이 가득한 학생들을 추수한 것이다. 지금의 모든 교육은 자기주도적 글로벌 협력인재를 기르는 것이다. 신북초등학교 학생들은 이미 자기주도적 인재로서 활동적 참여도를 보여주니, 이보다 풍성한 교육의 추수가 어디에 있을까?
김치전을 바로 만들어서 아이들이 먹는 모습, 옛날 시골에서나 봤던 튀밥 뻥튀기 기계에서 나오는 튀밥냄새, 아이들이 경험한 마지막 교육과정이다. 가족이 모두 모여 밥상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부엌에서 매운 연기를 마시며 정성을 다한 어머니의 사랑덕분이다. 1100명의 아이들이 질서와 속도를 유지하면서 농촌의 추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협력한 정성의 교육인들이 있어서, 신북초의 추수 한마당이 풍년으로 결실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