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조용한 곳에 내려왔다. 까페라떼를 시키고서 2시간 넘게 강의를 준비하고 있는데, 서울과 사뭇 다른 이곳의 인심은 후(厚)하다. 고향에 온 것 같다. 나는 분명 까페라떼를 시켰는데, 조금 있으니 쵸코렛도 나오고, 조금 있으니 떡도 나오고, 조금 있으니 처음 마셔보는 음료도 나오고…. 마음이 무척 와 닿는다. 사람 사는 세상은 ‘세상(三上)’이어서, 3가지를 늘 이해하면서 살아야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 돈으로 모든 것은 재단하지 말 것
- 내가 잘 났으면 남도 잘 났음을 인정할 것
- 나와 너, 우리의 네트워크를 인정할 것
심정(心情)은 마음 심(心)과 감정 정(情)이 합쳐진 글자이다. 정(情)은 푸를 청(靑)과 마음 심(心)이 합쳐진 것인데, 마음을 더욱 강조한 단어이다. 마음은 마음인데, 풀처럼 파릇파릇 희망찬 마음이다. 마음은 곧 심장을 말한다. 숨을 쉬는 곳, 즉 심장과 허파를 의미한다.
우리는 ‘심정’이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심정을 알아야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것은 느낌을 의미한다. 느낌은 느낌인데, 깊은 골짝의 느낌이다. 고독, 고통, 애환, 사연, 서글픔, 말못할 사연 등등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응축된 것이 ‘심정’이다. 심정은 코드가 맞아야만 서로 통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인심(人心)이 소통의 도구였다. 아는 사람과 함께 물물교환을 하거나, 그냥 주거나, 혹은 빌려주거나 하면서 그렇게 인생을 여유롭게 살았다. 조선시대를 비롯해서 우리 조상들이 즐겨 했던 ‘품앗이’와 ‘두레, 향약’이 바로 그러한 것이다. 서로 돕고 돕는 것은 ‘마음과 마음’으로 뭉쳤던 것이다.
나의 아는 지인이 전화로 “마음에 와 닿는다”면서 나를 인정해줬다. 고맙기도 하고, 책임감도 느껴져서 ‘계약한 대로 해드릴께요’라고 했더니, 그 말이 무척 ‘겨울처럼’ 들렸나보다. 본래 계약(契約)은 무척 좋은 것인데…. 약속과 계약은 같다. ‘진실하게’와 ‘약속’도 동일하다. 우리들은 약속을 지키면서 마음과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간다면 좋은 일이 더불어서 생기는 것 같다. 넉넉히 도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어본다.
도대체 누가 자연 에어콘을 틀었는가? 도대체 누가 저 넓은 하늘에 바람의 선풍기를 불게 하는가? 도대체 누가 저 밤하늘의 영화관에서 별빛을 연출하는가? 구름과 만물과 자연의 생동감은 그 자체가 생방송이다. 모든 것이 무료다. 담뱃값이 인상되어 난리가 아닌데, 공기값은 여전히 무료다. 허파는 공기가 절대로 필요한 법인데, 공기의 소유자가 ‘독점권’을 발효라도 한다면…… 이 얼마나 살만한 세상이던가?
평택에 내려와서, 까페 라떼 한잔을 시켰는데 글쎄 떡도 주고, 과자도 주고, 음료도 주고, 기타등등 마음이 여유롭고 넉넉한 대우를 받으면서 즐겁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유라고나 할까? 고향에서 마치 글을 쓰는 기분이다. 까페에는 라디오에서 계속 말을 하고, 나는 나의 삶을 가만히 음미하면서 오랜만에 ‘잔잔한 생각의 수면’위를 걷고 있다.
평택 잘 내려온 것 같다. 나를 믿고 함께 하는 사람들을 나도 오늘처럼 많이 넉넉히 도와줘야겠다. 마음에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신뢰’의 증표일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신뢰할만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더욱 매진하자. 아자 아자 파이팅. 넉넉함으로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