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법률칼럼 / 장창훈]=양식장의 전복이 집단폐사한 사건이 있었다. 1심, 2심에서 원자력 발전소 손해배상 50%가 떨어졌다. 나머지 50%는 자연력 책임으로 판단됐다. 대법원은 원자력 발전소 책임보다 양식장 주인의 책임이 크다고 판결을 뒤집었다. 양식장은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 위치해 있었고, 원자력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온배수로 양식장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양식장 주인의 과실책임이지, 온배수 책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매우 합리적인 판결로 해석된다.
울진원전 온배수배출구 인근에 설치된 이 양식장은 수조식 육상 양식장이다. 양식장은 먼저 원자력 발전소의 온배수를 이용하려고 “국내에서도 영동화력발전소의 온배수를 이용한 광어양식이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으며 이 분야에 선진된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도 온배수 양어로 식량생산을 증대시키고 있는 실정이니, 발전소의 온배수를 취수하여 양어할 수 있도록 적극 배려하여 달라”고 협조 공문을 보낸 적이 있다. 즉, 양식장이 온배수를 적극 이용하려고 했던 것이다.
법원이 판단을 뒤집은 이유는 하나다. 원자력 발전소의 온배수가 양식장의 넙치를 폐사할지, 아닐지, 그것에 대한 전문가는 양식장 주인이지, 원자력 발전소 직원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가 과연 인근 양식장의 전복이 죽을 수도 있으니 그 온도까지 조절하면서 가동되어야할까? 그것은 아니다. 양식장 주인이 온배수 온도와 해류 등을 잘 파악해서, 스스로 조심했어야할 일인데, 전복이 죽고 나서, 원자력 발전소 탓을 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양식장 주인이 스스로 원해서 원자력 발전소의 온배수를 활용하겠다고 선택한 것이므로, 그 위험에 대한 책임도 본인에게 있는 것이 옳을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당시에 바람의 방향이 예년과 달라서 온배수의 확산방향 및 속도가 바뀌어 양식장에 평소와 달리 큰 영향이 미치게 된 것이므로, 양식비전문가인 원자력 발전소가 바람의 방향이 예년과 달라진 것을 온배수의 확산방향이나 속도의 변화, 나아가 양식장의 수온 상승까지 연결지어 그에 따른 폐사가능성을 쉽게 예견할 수 있으리라고 도저히 기대되지 아니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1다734 판결
[1]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사건에 있어서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자연력과 가해자의 과실행위가 경합되어 발생된 경우 가해자의 배상범위는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손해발생에 대하여 자연력이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으로 제한하여야 함이 상당하고, 다만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통상의 손해와는 달리 특수한 자연적 조건 아래 발생한 것이라 하더라도 가해자가 그와 같은 자연적 조건이나 그에 따른 위험의 정도를 미리 예상할 수 있었고 또 과도한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자연적 조건에 따른 위험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면, 그러한 사고방지 조치를 소홀히 하여 발생한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자연력의 기여분을 인정하여 가해자의 배상범위를 제한할 것은 아니다.
[2] 원자력발전소의 온배수 배출행위와 해수온도의 상승이라는 자연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온배수배출구 인근 양식장에서 어류가 집단폐사한 경우, 손해배상 범위 결정시 자연력의 기여도를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사례.
[3] 자연력과 가해자의 과실행위가 경합되어 손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의 배상범위를 제한함에 있어서 자연력의 기여도에 관한 비율의 결정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4] 환경정책기본법 제3조 제4호는 “환경오염이라 함은 사업활동 기타 사람의 활동에 따라 발생되는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해양오염, 방사능오염, 소음·진동, 악취 등으로서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전냉각수순환시 발생되는 온배수의 배출은 사람의 활동에 의하여 자연환경에 영향을 주는 수질오염 또는 해양오염으로서 환경오염에 해당한다.
[5] 불법행위 성립요건으로서의 위법성은 관련 행위 전체를 일체로만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문제가 되는 행위마다 개별적·상대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어느 시설을 적법하게 가동하거나 공용에 제공하는 경우에도 그로부터 발생하는 유해배출물로 인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그 위법성을 별도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러한 경우의 판단 기준은 그 유해의 정도가 사회생활상 통상의 수인한도를 넘는 것인지 여부이다.
[6] 특수한 이상고온 상태에서 단기간에 폐사한 어류의 폐사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에 기초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지 어류의 양식으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장래의 수익 상실에 관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아닌 경우, 통상의 자연폐사율, 즉 치어일 때부터 성어가 되어 출하할 때까지의 전 기간을 관찰하여 얻은 자연폐사율은 의미가 없고 오로지 위와 같은 특수상황에서의 자연폐사율이 얼마냐가 문제될 뿐인데 그 특수한 상황에서의 자연폐사율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이러한 사정은 자연력의 기여도를 참작하여 합리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7]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관하여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어서 가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기 위하여 양자의 과실비율을 교량함에 있어서는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사고 발생에 관련된 제반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해서는 안 된다.
[8] 양식장 운영자가 원자력발전소의 온배수를 이용하기 위하여 온배수 영향권 내에 육상수조식양식장을 설치하였는데 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된 온배수가 이상고온으로 평소보다 온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자연해수와 혼합되어 위 양식장의 어류가 집단 폐사한 경우, 원자력발전소 운영자의 과실에 비하여 양식장 운영자의 과실이 훨씬 중대하다고 판단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