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 / 장창훈]=오늘, 금방, 화장실 청소를 했다. 손이 더러워졌다. 3달전부터 청소를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이제야 했다. 쓸모있는 물건이 있을까, 남겨둘 것은 무엇인가, 자세히 살피면서 쓰레기봉투에 물품을 담았다. 남은 것은 샴푸 1개와 변기밖에 없다.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사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는 나의 습관에는 오래묵은 적폐가 있다. 나쁜 습관은 적폐 1호다.
나의 나쁜 습관은 비누를 사용할 때, 세트로 사와서 화장실 서랍장에 두고서 비누껍질을 벗기고서 그대로 둔다는 것이다. 그렇게 3달동안 모아놓은 비누껍질들이 수북했다. 혹시, 비누가 1개라도 알비누가 있을까했는데 모두 빈껍질이었고, 칫솔껍질도 여러 개였다. 쓰레기 봉투 10리터가 가득찰 정도이니, 도대체 왜 나는 이렇게 사는 것인가? 쓰레기를 버리는 것, 쓰레기를 쌓아두는 것, 누구도 안보니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는 생각 자체가 나의 부끄러움이다.
프로그램이 잘못 되어서 그렇다. 컴퓨터도 결국 프로그램이다. 지금 내가 글을 쓰는 것도 컴퓨터에 프로그램이 깔려서, 한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없다면, 물질은 물질일 뿐이다. 프로그램 때문에 컴퓨터가 컴퓨터로서 기능을 발휘한다. 프로그램은 곧 기능이며, 기술이며, 한글자로 ‘앱’이라고 한다. 사람에게 프로그램은 ‘습관’과 ‘취미’다. 습관이 한번 잘못 길들이면, 그 프로그램이 작동되어야하므로, 어쩔 수가 없다.
나의 설거지 프로그램은 쌓아두는 습관이다. 나는 이것을 고치려고, 밥을 먹을 때마다 그 순간 고치는 연습을 한다. 가령, 밥솥에서 밥을 푸는 그 순간 전기밥솥을 씻는다. 김치를 만약 썰었다면 그 일이 끝나는 그 순간에 도마를 씻는다. 커피를 타서 마셨다면 마신 직후에 컵을 씻는다. 이러한 습관은 상당히 유용하다. 안씻기 시작하면 그릇은 10개씩 금방 쌓여서 싱크대가 쓰레기통으로 변하고, 이틀정도 지나면 일이 ‘산’이 되버린다. 설거지 하기가 부담스러워지면 결국 일이 더 밀리게 되고, 점점 그릇씻는 일이 귀잖아지게 된다. 그러나, 그 순간에 그 일을 처리하면 일이 아주 쉽다. 씻는 것도 재미가 붙으니, 식사가 끝나면 숟갈과 젓가락과 그릇을 얼른 씻는다. 1분도 걸리지 않는다.
하면 하고, 못하면 못한다. 오늘 정말로,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내가 얼마나 부끄럽게 살았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큰 일을 하기보다 작은 일들을 세밀하게 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더불어, 글쓰는 것도 칼럼을 자주 쓰면서 나의 필력연습에 몰두해야겠다. 날마다 먹은 밥덕분에 내가 지금도 존재하고, 성장한다.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이 존재의 근원이다. 화장실 청소를 날마다 조금씩 했다면 오늘처럼 난처한 사건을 스스로 직면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랫동안 묵었던 나의 나쁜 습관을 적폐청산하듯 버려야겠다. 쓰레기는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렸으니, 이제 나쁜 습관은 ‘안하는 봉투’에 담아 버리고, 더 이상 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