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칼럼 / 장창훈]=언론인으로서, 9시 뉴스앵커의 소신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 미스티, 3회까지 봤다. 끝자락에 노트북이 광북해, 먹통이 되어서 인터넷이 끊겼지만, 골프황제와 법조계 금수저, 언론인이 총집결하는 김남주의 상큼하고 톡톡 튀는 매력적 연기가 압권이다. 법조계 금수저와 9시 뉴스앵커의 잉꼬부부, 그러나 속사정은 별거중,
“그때 내가 너를 기다리지 말았어야 했어!!” 남편이 낙태한 아내에게 던진 비수다. 둘의 만남은 사실 남편이 검사로서 사회 초년생인 김남주에게 구원의 밧줄을 내려준 것이다. 9시 뉴스 앵커 자리를 얻기 위해, 아이까지 지워야햇던 김남주엑 찾아온 중년부부의 단조로운 권태, 남편의 오랜 냉대, 3회의 부제는 이면(裏面)이다. 속 얼굴, 겉과 속은 항상 다르다. 마음의 얼굴은 표정으로 나타난다지만, 포커페이스도 존재하는 법.
청와대 대변인이 될 마지막 기회, 논란만 없다면, 내정된 것인데, 불쑥불쑥 불거져 나오는 직장내 갈등, 가정불화, 전 남친 골프황제가 다큐 제작과정에서 저돌적 들이댐. 후배 기자가 보도국에서 앵커 자리를 넘보며 치고 올라오니, 김남주는 특유의 말발로 찍어 누르고, 여건을 엮어서 케빈리와 차에서 사랑을 나누도록 물망에 오른 후배기자를 유혹해, 결국 스캔들 사진으로 모든 사건을 역전시켰다. 그런데도, 그 후배는 끝까지 버티기 작전 고수, 9시 뉴스가 시작되기 직전, 7분을 남겨두고 터질 것이 터졌다. 미세먼지 기사로 그 후배기자가 다시 꿈틀거린 것이다. 둘은 격돌했다. 도대체 미세먼지가 위중하고, 위급한 사안인가? 쩔쩔매는 후배기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 따위로 할거면, 니들 맘대로 하라”고 최후통첩을 날린다. 보도국장은 막 퇴근을 할 찰나, 이때 김남주는 자신이 평생 살아온 스스로의 인생철학을 속말로 되내이며, 대사는 시청자들에게 흘러나온다.
*** 살면서 이런 막다른 골목은 수없이 만났다. 더 이상 나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그런 상황, 그때마다 나는 단 한번도 피하지도 도망치지도 않았다. 무조건 정면돌파, 내가 부서지든, 니가 부서지든, 그리고 나는 한번도 진 적이 없다. 최후통첩은 “지금 내가 그만 두던지, 후배기자를 보내던지”였다. 보도국장은 “후배기자를 지방으로 발령보내는 것”으로 결정했다. 상황종결, 뉴스는 다시 진행된다.
뉴스가 끝나고, 짐을 싸서 떠나는 후배기자와 복도에서 마주친다. 후배기자가 묻는다. 왜 자신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지 않느냐고, 그때 대답이 압권이다.
*** 간절함, 절실함, 이게 아니면 안되는 그 절박함이 너에겐 없거든. 밥을 굶어본 적이 있니? 차별, 서러움이 뼈속까지 사무쳐본 적이 있니, 그게 없는 너의 간절함은 얄팍하고, 경박하고, 너무 천박해. 그저 과시를 위한 욕심의 간절함에 불과해, 뉴스 앵커 그 자리는 말 한마디에 전 국민이 웃고, 울고, 근심하고 탄식하는 자리야. 기분에 따라 뉴스기조가 흔들리는 너는 그걸로도 충분히 자격상실이야…….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죠?”
“나는 정의사회구현을 목적해. 너에겐 교과서 말처럼 고리타분할지 모르지만, 나에겐 밥그릇처럼 중요한 바로 그 정의사회 구현”
모든 승리는 김남주에게 다시 돌아왔다. 과연, 언론인으로서 신조가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