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낚는 법
– 같이 살래요 14회
박유하는 이미 이혼을 결심하고, 본격적으로 병원 후원 투자 유치에 나섰다. 대기업 며느리로서가 아닌 본인의 능력으로 나선 일이다. 갤러리 관장이 부유한 계층인데, 명분있는 사람의 포장이 필요한 것을 인지하고 조금씩 섭외를 하기 위해서 포석을 한다. 사람의 마음은 조개같은 것, 갑자기 접근하면 조개는 닫힌다. 달팽이도 그렇다. 갑자기 접근하면 달팽이는 더듬이를 넣는다. 그냥 서서히 접근하면 달팽이가 먼저 다가온다. 박유하는 정은태를 데리고 갤리리를 방문, 사진의 설명에 있어서 중요한 흠을 발견하고 그것을 갤러리측 사람에게 말해준다. 사람과 인연을 맺기 위한 첫 번째 연출이었다. 갤러리 관장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다.
그 사진은 평화롭게 야채를 먹는 부족의 모습인데, 정은태는 그것을 보고서 설명이 정반대라고 꼬집어서 말한다. 평화로운 남자가 아니라 고통받는 남자였던 것이다. 마약성 식물을 먹고 있는 모습이라서 뭔가 치명적 고통을 견디기 위해서 마약성 식물을 입에 물고 있는 것인데 여행객은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여행작가는 그저 사진을 촬영할 뿐, 정은태는 그곳에서 살다와서 현지 부족들의 실생활을 명확히 알고 있다. 박유하는 갤러리 관장에게 “여행한 사람과 그 지역에 살다온 사람은 정보의 깊이 다르다”라고 운을 띄우고, 갤러리 관장에게 정은태를 살짝 소개한 다음에 호기심만 연결하고서 박유하가 직접 나섰다. 서로 친분을 쌓지 못하게 한 것이다. 병원 후원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사전 포섭이다.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야. 그들은 남의 약점을 돈줄로 이용해, 그들을 조심하렴” (박유하가 남동생에게)
남동생이 부잣집 아들이 친아들이 아닌 것을 알았는데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물으니, 절대로 비밀을 안다고 말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남동생은 성질이 불같아서 팀장에게 발끈하면서 대들었다. 그 일로 팀장과 관계가 완전히 어긋났고, 해고당하는 것보다 무서운 ‘찍힌 직원’이 되고 말았다. 상사에게 찍히면 승진은 저속이다. 꼬인 것이다.
알아도 모른 척, 그렇게 사는 처세술도 필요한 것이다. 안다고 아는 표시를 내는 것은 무식한 것이다. 아는 것을 표현할 때가 있고, 아는 것을 모른척할 때도 있다. 모든 상황은 사건따라 다르다. 상사의 치부를 알게 되었다면 그것은 모르는 것이 더 낫다. 치부는 상대가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부분이다. 괜히 긁어서 부스럼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뇌관이 민감하다. 조심스럽게 다뤄야한다. 박유하는 상류층 사람들의 심리를 매우 잘 인지하고 있다. 그 심리를 잘 이용해서 병원투자 유치를 끌어내려는 것이고, 남동생은 직장 상사의 심리를 전혀 알지 못할 뿐이다. 앞으로 전개가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