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 우리가 만난 기적
[서울교육방송 드라마 비평]=우리가 만난 기적, 이 드라마는 사실 상당히 어려운 종교적 내용인데, 유쾌하면서 슬픔을 담고 있다. 주방장 송현철과 은행지점장 송현철이 뒤바뀌면서 발생하는 현실의 애로사항, 육체와 영혼의 교체는 비현실적인데, 그것을 책임진 천사들이 혼동으로 사건이 발생했다. 은행 지점장 송현철속에 주방장 송현철이 들어가 있는데, 이제 은행 지점장 송현철의 육신으로 살아가야하는 운명을 맞게 되었다. 결국 살아난 것은 주방장 송현철이 아니라, 지점장 송현철인 것이다. 그 이유는 육체가 땅에 있어서다. 육체를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는 이치를 보여준다.
“여기가 어딘지 알아요? 남편이 프로포즈 했던 것…. 지수 아빠? 당신이지?”
송현철의 아내가 ‘지수 아빠?’라고 부르니, 모든 문제가 풀어질 것 같았으나, 송현철은 육신의 환경을 따라서 살기로 이미 마음을 먹었다. 보여지는 세계에 얽힌 것은 풀어야한다. 정신과 육체는 이렇게 다르다. 사람의 관계에서 ‘나’는 누군가에게 불리는 것인데, 육체는 환경에 속해 있다. 나타난 것은 송현철 지점장이니, 사회적 인간으로서 의미의 관계는 지점장으로 살아가야한다. 그것이 운명인 것이다. 이름은 불리는 것인데, 동명이인의 송현철로 불린다고 해도, 지점장 송현철일 뿐, 주방장 송현철은 아닌 것이다. 이것이 살아난 송현철의 운명이다. 그렇게 둘은 등을 돌리고 각자의 길로 걸어간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지만, 등을 돌리면 가장 먼 관계이다. 송현철이 아내의 애타는 눈빛에도 차마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현실에서 풀어야할 문제가 있어서다. 송현철 지점장과 얽힌 문제도 상당히 복잡하다. 그 문제가 무엇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 덮석 “내가 주방장 송현철이야”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지면 안될 것을 가지다가 떼를 쓰다가 혼났나?”
주방장 송현철의 아내가 마트에 들렀다가 거기에 걸려있는 뾰루퉁한 남자 아이 사진을 보면서 혼자 생각한다. 온통 마음이 남편에게 뺏겼다가, 설령 심증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죽은 남편이 다시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은 현실의 사실이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저 추론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뒤숭숭 마음은 뒤죽박죽, 지나다가 옷가게에서 멋있는 옷을 발견하고, 마음을 새롭게 했는데 글쎄 가격이 158만원이다. 15만8천원인줄 알았는데, 158만원이라는 말에 숨이 턱 막힌다. 결국 자신의 분수를 깨닫고 옷을 벗듯 은행 지점장의 남편 사건은 잊는다. 설령 자신의 남편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고 해도 현실은 현실이다.
마트의 대표는 추상화를 그리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내면의 모습을 멋지게 그렸다. 자신의 외면을 그린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송현철의 내면은 주방장 송현철인가? 외면과 내면은 두가지 얼굴인데, ‘나는 누구인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번뇌하고, 갈등하고, 자신이 자신에게 물으면서 ‘나의 형상’을 점점점 조각하고 색칠해서 완성해 가는 것이다. 다시 살아난 송현철은 주방장+지점장이 결합한 새로운 송현철인 것이다. 그래서 송현철은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운명을 받아드리고,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살아보려고 최선을 다하며, 설령 아내와 이혼을 하더라도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있는 힘을 다하려고 하는 것이다. 좋은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