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지도자(指導者)는 길을 가리키는 사람이다. 성경에서 예수님이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했고, 요한복음에 “태초에 하나님이 계셨고, 말씀이 함께 했다”라고 했다. 말씀은 곧 진리이며, 길이다. 도(道)로 표현된다. 지도자는 따르는 사람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군대에서 사령관(司令官)은 명령을 맡은 책임자이며, 명령을 내리면 그것을 따르는 계급은 군인이다. 군인은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산다. 전쟁에서 명령 불복종은 사형(死刑)이다.
명령(命令)은 곧 목숨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형 지도자는 ‘군대형 스타일’이 많다. 근엄하고, 통제적이고, 장악(掌握)해야한다. 진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하고, 비판하는 지식인들을 틀어 쥐기 위해서 분서갱유했던 것과 비슷하다. 모택동이 쌍백운동을 한다면서 비판적 지식인을 파악해 핍박한 것과 같다. 이런 스타일의 지도자는 왕권체제에 어울리고, 현대사회의 지도자로는 힘들다. 요즘의 지도자는 함께 어울어지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운동하고, 먼저 모범을 보이는 스타일이다.
조직을 장악하면, 그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일하게 할 수 있지만, 그 조직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는 없다. 조직은 사람의 집합이지, 리더의 수족은 아니다. 부하들이 스스로 업무에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눈을 뜨게 해주고, 힘을 불어넣어주고, 동기를 제시하고, 의미와 영감을 제시하는 역할이 곧 지도자이다. 옛날 지도자는 “나를 따르라”이고, 현대적 지도자는 “너와 함께 더불어”이다.
축구로 비유하면 간단히 이해될 수 있다. 축구선수들이 운동장에 들어가면, 스스로 발로 움직여서 실력을 발휘한다. 감독과 코치가 지시한대로 발을 움직이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선수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선수와 선수들의 위치를 정해주고, 전략을 제시하면서 팀원이 함께 뭉쳐서 상대를 이길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지도자의 역량이다. 선수들을 장악해서 감독의 뜻대로 움직이게 한다면, 그러한 선수는 마음이 무거워 이미 상대에 밀리게 된다. 운동장에서 뛰는 당사자는 결국 선수다. 선수가 열정을 갖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감독과 코치의 역할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상사가 갖춰야할 덕목으로 ‘유머’가 있다. 유머는 부드럽게 하는 윤활류를 제공한다. 그런데, 유머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긍정적 유머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적 유머이다. 긍정적 유머는 부하직원들과 유쾌한 유머를 즐기는 것이다. 부정적 유머는 비난적 유머로서, 상대를 무시하거나 남의 험담을 비꼬면서 웃음을 주는 것이다. 이런 유머는 조직을 경직시킨다. 남의 단점을 트집잡아서 풍자적 유머를 하는 지도자가 있다면 그런 언어습관은 반드시 고쳐야한다. 유머는 조직을 부드럽게 하는 요소이지, 그저 남의 단점을 비꼬는 안주가 아니다.
긍정적 유머는 따뜻한 유머이고, 부정적 유머는 차가운 유머이다.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 사람을 무시하면서 폭소를 주는 경우가 있고, 품격있는 언어의 유희로서 유머를 주는 경우가 있다. 후자의 유머감각을 익히는 것이 지도자에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