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파슨스의 구조기능 체계이론에서는 인과기능주의를 취했다. 원인과 결과에 따라서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구조의 존속을 위해서 기능들이 취해야할 역할에 대해서 분석했다. 파슨스 체계에서는 ‘기능의 행위’가 사라지면, ‘구조의 존속’은 끝나게 된다. 매우 당연한 논리다. 부품이 없는데, 어찌 기계가 작동하겠는가? 전체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기능의 부품들이 묵묵히 담당해야할 책무 때문에, 운명 공동체로서 ‘보수주의’라는 비판이 쏟아졌던 것이다.
니클라스 루만은 이러한 전제를 삭제한다. 만약 기능의 부품들이 삭제되고, 기능의 수행이 멈춘다면, 기능에 의해서 만들어진 구조의 체계는 멈추지 않는다. 기능의 수행이 멈춰도 멈추지 않는 구조의 체계에 대해서, 체계는 스스로 대안적 수행을 찾아서 대체한다. 구조가 기능에 의해서 묶이는 것이 아니다. 구조는 구조 스스로 다른 대안을 찾아서 ‘사라진 기능’을 대처하게 된다. 구조-기능 체계에서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파슨스 체계에서 질문은 “기능의 수행이 체계 존속에 인과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체계의 안전을 오랫동안 유지하는가?”였다면, 이러한 물음은 니클라스 루만의 체계에 무의미하다. 기능의 수행이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체계는 새로운 기능을 대처하기 때문이다. 기능들이 구조를 만들어서 체계를 형성하면, 체계는 스스로 살아있어서 기능의 변동에 변화하는 것이다. 니클라스 루만의 체계에서는 “수행 불가능한 기능에 대한 등가(等價)의 기능들은 무엇인가?”로 질문의 방향이 바뀐다. 파슨스의 인과기능주의가 니클라스 루만의 등가기능주의로 변한 것이다.
파슨스는 기능적 분석 방법에 있어서 원인과 결과에 따른 인과관계를 발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니클라스 루만은 문제와 문제해결의 연관관계에 관심을 갖는다. 더불어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해결의 대안들을 비교하고 분석한다. 체계는 특정 기능의 수행이 사라졌을 때, 사라진 특정 기능의 수행과 ‘같은 가치의 수행’으로 대처하면, 체계존속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등가기능주의에 있어서 대안적 문제해결 방법을 찾는 과정은 ‘인과적 분석방법’이 동원될 수 밖에 없다. 인과관계를 찾는다는 것은 연결관계를 찾는 것과 같다. 니클라스 루만이 체계이론에서 등가적 기능주의로서 문제를 해결할 대안적 방법을 찾는 과정도 사실은 인과적 방법에 속한다. 어떤 것이 어떤 것을 해결할 수 있을지 비교분석, 검토할 때 판단기준은 ‘인과관계’에 따라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니클라스 루만의 등가기능주의는 이러한 문제해결 방법을 찾는데 있어서 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가능성의 문을 열어뒀다는 데 그 의의가 크다. 파슨스의 구조기능주의에서는 인과관계의 틀이 고정되었다면, 니클라스 루만의 체계이론에서는 최소한 구조속에서 기능의 대처가 가능하므로, 어떤 문제에 대해서 새로운 해결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할 수 있는 생각의 범위(인과관계의 범위)를 넓혀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