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인물초대석 교육대담]=참 스승의 길을 걸어온 임종근 잠일고 교장을 서울교육방송 인물초대석에 모셨다. 2017 가장 아름다운 인물대전에서 서울교육대상을 수상한 바 있고, 현재 지역사회교육실천본부 회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시 성동광진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역임한 서울교육의 산 증인이다. 임종근 교장은 ‘인권교육의 대명사’로 불리는 교육가이다. 김선희 서울교육방송 학교교육위원장과 함께 인물초대석 교육대담을 가졌다.
잠일고는 혁신고등학교로서 아파트 안에 위치해, 교육적 환경이 탁월하고, 학부모와 학교의 친화력의 환경적 여건은 조성되어 있다. 물리적 거리로서 교육환경은 완벽하다. 임종근 잠일고 교장은 부임한 후, 잠일고를 위해 교육 3주체로 불리는 SPTA를 구성했다. SPTA는 학생, 학부모, 교사로 구성된 협의체이다.
“학교교육의 중심과 시작은 반드시 학생이어야합니다. 학생에서 출발하고, 학생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 학생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에서 교육이 시작하고, 학생의 다양한 의견이 표현될 수 있도록 교사는 기다려야하고, 그 의견에 대해 교사는 고민하면서 학부모에게 학생의 의견을 전달해서, 교육의 3주체가 협의를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 SPTA의 정신이죠. SPTA와 함께 학급회의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학생생활규정을 만들었던 사건이 있었는데, 정말 의미있는 사건이었죠.”
*** SPTA=Student Parents Teacher Association
임종근 잠일고 교장이 말한 ‘의미있는 사건’은 바로 ‘화장품 사용에 대한 학생들의 자율적 합의사항’이었다. 보통 학교에서는 ‘학생생활 규정 사항’으로 통제하는 교칙인데, 잠일고는 그 교칙을 학생들이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학생의 투표권과 참정권을 인정하는 학교정책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화장품과 관련해 무슨 일이 있었죠?”라고 내가 물었다.
“제가 부임하기 전 학교상황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부임하면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은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교육 3주체의 협의체인 SPTA를 구성한 것입니다. SPTA는 학생회, 교직원회, 학부모회로 구성된 학교경영 상설조직으로, 학교에 대한 모든 것을 논의하고, 자문하고, 협의하는 기구입니다. 이후, 학생들과 교사들 사이에서 화장품에 대한 의견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때, ‘교실에서 화장품 사용 금지’라는 규칙을 하나 만들면 간단하게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지만, 학생들의 화장품 사용 규칙을 학생들 스스로 정하는 토론문화를 기르기 위해서 학급회의에서 화장품 사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받도록 했습니다. 자율성에 기초해서 학생들은 정말로 다양한 의견을 취합했고, 학생들의 모든 의견에 대해서 교사들의 입장을 적어서, 학부모에게 2가지 의견을 모두 전달했습니다. 학급회의, 학생회, 교직원회, 학부모회의 교육자치별로 각자 독립적인 의견을 내면서, 각 교육자치별로 큰 맥락으로 의견을 취합하고, 하나로 모아진 수정안을 다시 학급회의에 상정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청회도 하고, 전체 토론회도 하고, 찬반토론회도 하면서 학생들은 학교에서 화장하는 것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스스로 체득하고, 그러한 의견들이 충돌하면서 합의점을 찾는 것을 겪게 되면서, 학부모도 교사진도 모두 학생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결정된 최종안은 다시 SPTA에서 논의되고,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한 학생생활규정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6개월의 긴 시간이 걸렸지만, 만들어지니 이제 자율적으로 학생들이 학교문제에 관심을 갖고, 학부모도 학생의 의견에 관심을 갖고 경청하면서, 교사들도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을 조율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잠일고에 부임한 후, 제가 했던 많은 일 중에서 가장 보람이 남는 일이 SPTA 구성이고, 기억에 남는 사건은 학생들과 함께 화장품에 대한 학생생활 규정을 만든 일입니다.”
이어, 임종근 교장은 “교사의 업무는 크게 2가지다”면서 “하나는 수업, 다른 하나는 상담”이라고 정의했다.
수업은 지식전달이고, 상담은 학생에 관심을 갖고 인성교육을 하는 1:1 밀착수업인데, 상담을 하는 교사들이 현실적으로 부족한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상담을 할 경우 30분이 훌쩍 지나가면 퇴근시간이 넘어서는 것이 다반사다. 이런 측면에서 학교에 교사는 많지만, 스승은 드물다는 말도 종종 들려온다. 임종근 교장은 학교의 상담문화를 활성화시키려고 스스로 모범을 보임으로 잠일고에 변화를 줬다.
“학교는 변해야합니다. 먼저, 학생은 미성숙하다는 편견부터 버려야합니다. 학생은 학교의 중심이고, 교육의 주체입니다. 학생은 교복입은 시민, 가방을 멘 시민이고, 학교는 작은 시민사회입니다. 민주시민교육을 넘어서 글로벌 시민교육이 학교에서 실시되기 위해서는 학생에 대한 시각부터 바뀌어야합니다. 학생을 미성숙 존재로 보는 주입식, 권위적 교육은 구시대 방식이고, 버려야합니다. 또한, 학교 정책을 수행하는 교장의 위치도 무조건 명령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교사는 수업과 상담의 2가지 역할을 하는 것인데, 상담을 하려면 교사들의 시간이 많이 사용됩니다. 그만큼 개인시간이 줄어듭니다. 교사들에게 의무적으로 ‘학생들에게 상담하라”고 하면, 안됩니다. 상담할 수 있는 방법과 분위기만 조성하고, 제가 모범을 보였죠. 담임교사들에게 상담이 필요한 학생들을 교장실로 누구나 보내라고 했더니, 1명씩 보냈고, 학생의 눈높이 맞춰서 학생과 친해지고, 학생과 대화를 자주 나누면서 소통을 했더니, 학생의 의식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본 교사들이 상담의 교육적 능력을 인정하고, 상담문화가 자연스럽게 잠일고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교육의 근본은 ’자율성‘입니다.“
임종근 교장이 강조한 ‘상담’은 학생과 친해지기다. 관심을 갖고 학생을 인정하고, 학생의 자존감을 높여주면서, 사제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곧 상담이라고 설명했다. 임종근 교장은 “어떤 시스템, 어떤 프로그램보다 학생의 이름을 불러주고, 학생의 꿈을 물어보고, 학생의 생각을 존중하면서 학생이 말하게 하는 것, 학생의 말을 경청해서 들어주는 것, 교사와 생각이 달라도 그것을 인정하는 것, 학생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최고의 상담이다”라고 말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학생의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상담일지를 진지하게 적은 이유는 학생을 부모의 입장에서 교육하려는 마음에서다.
끝으로, 임종근 교장이 말했다.
“교육의 길을 평생 걸어오면서, 과연 직장으로서 교직에 종사했는지, 혹은 스승으로서 교직에 몸을 담았는지는 ‘교사를 찾아오는 제자’로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마음으로 학생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과 관심과 정성을 쏟을 때 학생은 서서히 바뀌는 것을 교육현장에서 보았고, 잠일고에서도 학생이 점점점 좋아지는 것을 보면서, 멀리서 활짝 웃는 학생의 얼굴을 보면서, 문제아로 불리던 학생이 문제가 아님을 거듭 확인합니다. 앞으로 학교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참 스승의 길을 걷는 교육인이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임종근 교장은 교육 내시경으로 ‘교육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https://blog.naver.com/herrihm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