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로봇 남신과 강소봉 경호원의 만남은 서로 엇갈렸다. 강소봉이 먼저 마음의 미딱성을 탔다. 킥복서로서 활동하고, 챔피언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으나, 심판의 승부조작으로 반칙을 한 선수를 알고도 묵인한 것, 그로 인해 강소봉은 프로선수로서 길을 포기해야했다. 심판폭행 사건이 협회에 보고되어서다. 뇌물수수 및 승부조작에 개입한 심판은 괜잖고, 심판을 폭행한 선수는 제명되는 것이 협회의 관행이다. 그 사건으로 강소봉은 인생을 막 살기로 이미 결심했고, 그래서 남신 본부장의 일상을 촬영해서 돈을 벌 생각을 품었던 것이다. 그것도 사실은 남신의 자작극이었지만…..
그러나, 모두 헛일이다. 갑작스런 화재로 강소봉은 붕괴되는 건물에 깔렸다. 불이 붙은 건물잔해가 넘어지는 그 찰나,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바로 불속에서 남신이 온 몸을 세워서 위험을 막아준 것이다. 게다가 철재를 그냥 들어서 옮기더니, 강소봉을 안아서 구출한다. 두근두근, 강소봉은 설레임에 빠지고 만다. 앞가름도 못하는 주제에 남을 구하겠다고 화재현장에 들어섰다가 오히려 죽을 위기에 처한 강소봉이 극적인 구출을 받았으니, 생명의 은인인 것이다.
강소봉을 구한 로봇 남신은 등판 회로에 문제가 생겼고, 밧데리가 방전되면서 기능이 멈춘다. 강소봉은 남신 본부장이 의식을 잃은 것으로 착각하고 급하게 119를 호출한다. 모든 것이 생각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로봇이 과연 감정이 없을까?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과 속이는 사람을 구분하는 능력을 가진 로봇 남신이다. 심장이 없다고 감정까지 없다고 규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감정은 심장의 산물이 아니고, 두뇌의 산물이다.
다행히 긴급 수술을 통해 다시 회로수술을 받았으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정체를 들킬 뻔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로봇 남신은 남신 본부장의 이름으로 영웅이 되어 있다. 이기적이고 차가운 남신이 사람을 구출하는 국민영웅이 되어 새롭게 나타났으니, 회사의 가치는 급부상하고, 대대적 홍보를 한 셈이다.
“언제 어디서든 남신 본부장님을 지켜드리고 싶습니다”
– 강소봉
강소봉이 남신 본부장앞에 무릎을 꿇고 간곡히 청한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남신 본부장을 지키겠다고 한 것인데, 사실은 다른 속셈을 감추고 접근한 것이다. 눈물을 보이니, 로봇 남신은 안아준다. 눈물이 보이면 반드시 안아주는 것이 로봇 남신의 프로그램이다. 짐승이라도 눈물이 보이면 안아줘야한다. 그렇게 안았는데, 강소봉의 말이 거짓말인 것을 알아낸다. 오른쪽 눈이 깜빡거려서다. 거짓말 탐지기로 알아차린 것이다.
로봇 남신이 친구를 사귀었다. 바로 청소로봇이다. 로봇 남신은 청소로봇을 자유롭게 데리고 다닌다. 마치 사람이 개를 데리고 다니듯이, 청소로봇을 데리고서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과연 로봇이 로봇을 거느리는 통치체계가 가능할까? 그것이 가능하다면 로봇의 사회구성도 가능하고, 훗날 인간사회는 로봇사회로부터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 로봇을 만들었다고 그 로봇이 사람의 통제아래 있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류사회에 재앙이 될지, 혹은 축복이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