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조직(組織)은 시스템이고, 팀이다. 가장 작은 조직은 부부공동체이고, 더 작은 조직은 ‘나와 나’의 관계이다. 성삼위도 삼위일체로서 조직의 개념이다. 조직은 서로 다른 인격체가 모여서 협업하는 시스템이다. 조직을 구성하는 근본 목적은 효율성 때문이다. 함께 더불어 일을 하면 목표달성이 쉬워진다. 다양한 구성원으로 모여있어서 의견도 다양하고, 성격도 서로 차이를 이룬다. 조직은 결국 대립을 최소화하고, 협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운영된다.
여기서 갈등이 툭 튀어나온다. 박히지 않은 못처럼 툭 불거진 갈등문제는 조직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존재다. 갈등을 어떻게 처리할까? 사회는 법을 어긴 범법자를 감옥에 넣어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한다. 범법자를 넣고, 넣고, 넣어도 사회는 범법자가 줄어들지 않는다. 조직에서 갈등은 어떠한가?
갈등은 관계를 불편하게 한다. 갈등의 속성이다. 관계가 불편해지는 속성 때문에 갈등은 감지된 그 순간 ‘조직의 해악’으로 분류된다. 아무리 바른 소리를 하더라도, 갈등을 야기하면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관리대상자가 된다. 해고를 당하거나, 천직으로 발령을 받는다. 모든 조직이 거의 비슷하다. 친구관계에서도 동일하다. 친구가 불편한 충고를 하면, 둘의 관계는 금새 냉랭해진다. 반면, 친구가 분명 비뚤어졌는데 거기에 서로 동조하면 둘의 관계를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참 모순된 사건이다.
과거에는 갈등을 문제로 인식했다면, 요즘은 정반대다. 갈등을 좋은 것으로 인식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갈등없는 조직은 없기 때문이다. 조직이면, 갈등이 존재한다. 즉, 갈등은 조직이 갖춰졌다는 유력한 증거인 것이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는 배설물을 내놓듯 그러하다. 갈등은 관리하기에 따라서 조직의 성패가 좌우된다.
갈등을 문제시한 이유는 협업의 장애물이라서 그렇다. 조직은 반드시 협업을 해야하는데, 관계에 갈등이 발생하면 협업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조직은 갈등을 싫어한다. 조직의 리더들이 갈등을 감지한 순간, 갈등을 덮는 경향이 있다. 갈등을 덮는 것은 결국 갈등을 방치하는 것이 되어서, 훗날 조직전체에 큰 문제를 야기시킨다. 갈등은 발견된 그 순간 조기에 관리를 해야하는데, 덮으면 방치되어서 갈등의 골이 점점점 커지게 된다. 갈등이 깊어지면, 조직에 치명적 손실을 야기시킨다. 갈등관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갈등은 작은 폭력이며, 작은 활력이다. 관리를 잘하면 활력소가 될 수 있고, 관리를 못하면 폭력이 될 수도 있다. 갈등은 조직을 긴장시키면서, 변화의 문을 열게 해준다. 갈등은 조직전체에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발휘시킨다. 갈등이 관계를 악화시키는 속성이 있지만, 폭력으로 커지지 않는다면 갈등은 조직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리더가 갈등을 포착하고, “쉬쉬쉬”한다면, 그 조직은 머지않아 큰 내분이 발생하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은 갈등을 덮어서 키웠기 때문이다. 갈등은 치료를 하지 않으면, 결국 조직을 와해시키는 폭력으로 성장한다. 갈등은 관리하면, 조직 전체에 유익을 준다. 갈등이 폭력으로 커진다면, 협력은 물 건너 간 것이다. 갈등을 최초에 발견한 리더가 그 갈등을 관리하지 않으면서, 결국 조직에 큰 폭력이 터지도록 한 것이다.
만약, 교회에서 어떤 성도가 불만을 토로했다고 하자. 교역자가 그 민원을 듣고서 민원 제기자와 불만을 야기시킨 당사자를 부르고, 사건을 조기에 종결했다고 하자. “교회에서 그러면 되겠어요. 서로 화해해요”라고 무마했다고 하자. 그러면, 그 문제는 덮힌다. 그러나, 관계에 금이 간 그 갈등은 점점점 자라면서 교회 내부에서 갈등의 뿌리가 성장한다. 1년후, 2년후, 전혀 다른 부서에서 더 큰 문제로 갈등이 불거진다.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이런 경우도 있다. A가 어떤 문제를 제기했는데, 그 문제가 시정되기는커녕 문제시한 사람을 문제로 보는 경우도 있다. 여러 성도가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는데, 여전히 교회가 그 정책을 시정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민원은 제기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성도들은 민원을 제기했으나, 교회가 그 문제를 풀어주지 않으니, 더 이상 문제를 말하지 않게 되며, 교인들의 소통에 진짜 문제가 발생한다. 아주 작은 민원이라도 발생한 그 순간, 그 사건을 상징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가져야한다. 축소확대 법칙을 적용해서, 작은 사건이지만 갈등의 뿌리가 작게 표출되었다고 가정하고, 그 갈등을 연구하는 습관을 가져야한다. 갈등이 표출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갈등을 보고서도 해결하지 못하고, 관리하지 못한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것이 갈등과 갈등관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