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새벽마다 멘토링을 받고, 하나의 잠언을 머리에 각인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부지런해야 얻는다’는 잠언을 뇌에 새긴다.
어제 나는 명지대에 방문했다. 정지윤 명지대 산업대학원 교수님이 ‘서울형자유학기제 진로체험-청진기’의 교육 프로그램을 특화시킨 모델이 정말로 궁금했었다. 말로 듣는 것과 보는 것과 깨닫는 것은 다르다. 현장에 도착해서, 언제 수업이 시작했는지 모를 정도로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정말로 부지런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다문화 학문을 현장에서 집대성해온 지 벌써 20년이 가까우니, 엄청난 시간이 투자되었고, 그 결과물이 조심스럽게 드러난 것이다.
내가 만약 어제 가지 않았다면, 또한 어제 왔던 학생들이 오지 않았다면, 누구도 어제의 사건을 자신의 것으로 얻을 수 없다. 부지런의 핵심이다. 부지런하다는 것은 현장에 참석한다는 뜻이다. 현장(現場)은 나타날 현(現), 마당 장(場)이다. 내가 지금 현재 글을 쓰지 않으면 글이 남지 않고, 버스만 타고 집에 도착할 뿐이다. 글을 쓰니, 버스를 타고 가면서 글이 남는다. 그처럼 현장에 가야만 현장의 것을 얻을 수 있다.
어제 그곳에서 스님 한분을 만났다. 대학원 다문화 학문을 하겠다고 배움의 길을 가는 그 스님은 “자식에 대한 욕심을 낮추면 모두가 행복해진다”라고 했다. 스님의 설법을 찬찬히 듣는 기회가 있었다. 스파게티 식당에 가서, 내 맞은 편에 스님이 앉으셨다. 나는 스님의 삶이 많이 궁금했다. 종교적 관점을 떠나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는지 궁금했다. 특히 내 옆에 앉으신 분이 “스님은 스님의 절을 대표하는 CEO이고, 대표이사입니다. 경영자입니다”라고 했던 말이 크게 느껴졌다. 연세는 많지 않은 여성분인데, 주지스님이었다.
창훈 : 절에는 몇분 정도 계시나요?
스님 : 저를 포함해 2명입니다.
창훈 : 하시는 일이 마을 주민 포교활동입니까?
스님 : 마을 주민도 있는데, 전국에서 찾아옵니다. 삶의 갈등을 해결하고 싶거나, 너무 답답하면 찾아옵니다.
창훈 : 찾아와서 상담을 하면 어떻게 하시나요?
스님 : 이혼을 하려고 찾아온 사람이 있었지요. 그때 그 분이 제게 답을 원한다고 해서, 제가 되물었어요. 제 답을 듣길 원하나요? 듣고싶은 답을 원하나요? 저를 찾아온 분이 말했어요. 듣고싶은 답을 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이혼하세요!!’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스님이 말하고싶은 대답을 해주세요”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말했지요. 사는 것이 힘들어서 이혼을 하는 것은 후라이팬을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어요. 후라이팬이 너무 뜨거워서 저 쪽 후라이팬으로 옮겼는데, 그 후라이팬도 뜨겁다는 것이죠.
창훈 : 다문화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스님 : 절에 찾아오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있었어요. 말이 통하지 않아서, 묵주를 선물로 줬어요.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고 눈빛을 교감하니 마음에 감동을 받았던지 더 많은 사람들을 데려왔어요. 그런데 동남아시아 절문화와 한국의 절문화가 많이 달라요. 우리는 향을 1개 피우는데, 그들은 향을 3개 피우고, 우리는 절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시주를 받는데, 그들은 음식을 모두 준비해서 제사를 지내고 절에 음식을 나눠주고 자기들 먹을 것을 가지고 내려가요. 문화가 달라서 겪는 불편과 오해가 있어서, 다문화 학문을 제대로 배워서 한국절문화를 이해시키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배우게 됐어요.
이 정도로 듣다보니, 나는 숙연해졌다. ‘절’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 특히 스님 복장을 입고 있으면 한국 사람들은 ‘옛날 문화’로만 생각한다. 스님 복장이 옛날 옷이지, 사람은 배운 사상과 철학과 학식에 따라 달라진다. 조계종을 비롯해 불교 종단에서는 스님들의 교육복지를 위해서 유럽에서 박사학위를 받도록 학비를 지원하고 있고, 양복입고 모자만 쓰면 일반인과 동일할 뿐만 아니라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으로 하루를 바쁘게 살고, 배우면서 일반인보다 더 많은 학식과 인맥과 경험을 얻고 살아간다.
내 맞은 편에 앉은 스님이 파리에서 유학하고 있는 스님에게 “다문화 학문을 하게 됐습니다”라고 전화를 하니, 파리에 계신 스님이 조언하길, “정말 잘했습니다. 다문화를 꼭 공부하시고, 거기에다 외국어를 함께 해야합니다. 외국어를 해야 포교를 잘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을 무시하면서, 일본의 좋은 문화까지도 경멸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독교도 불교인을 무조건 배척하는 안좋은 배타주의 사상이 있다. 옳지 않다. 사람으로서, 문화로서 바라본다면 그들에게도 배울 점이 참 많은 것 같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을 기억해야한다. 누군가는 쓸개를 핥으면서, 가시나무위에서 잠을 자면서 부지런히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움이 많은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