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라멜 마끼아또가 엎질러졌어도 우린 엎질러지지 않는다.
[서울교육방송 장창훈 보도국장]=즐겁게 행복 미끄럼을 타고 길음역에 도착했다. 10번출구로 이어지는 햇살을 따라서, 오늘은 한국복지신문 블로그를 오픈하기로 약속한 날, 내가 필요한 곳이 있어서 행복하다. 늘 빈손으로 가던 습관을 바꿀 겸, 뭔가 상큼한 선물이 없을까, 기억을 더듬다가 ‘꺄라멜 마끼아또’와 얽힌 사연이 찾아왔다. 내가 보냈던 마끼아또 사진에 실물로 마시고 싶다던 그 문자가 떠올라, 근처 ‘이디야’에 들러 3잔을 주문했다.
벌써 봄이 온듯 손님들의 옷색깔과 대화에서 활력이 넘친다. 봄은 아지랑이와 사춘기의 꿈과 ‘새로운 비젼의 봄’이 함축되어 있다. 어떤 강력한 얼음왕도 봄앞에서는 스르르 옷고름을 풀고 만다. 꼼짝없이 겨울은 맥을 추지 못하고 흘러가야한다. 그게 봄의 매력이고, 위력이고, 강력한 포옹이다. 날씨는 아직 겨울기운이 있어도, 가는 겨울이고 오는 봄이라서 사람마다 얼굴이 화창하다.
신호등도 파란불이다. 모든 게 착착착, 시침 분침 초침이 일치해서 딱 정각에 맞추듯 모든 것이 돌아간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발걸음이던가? 뭔가 풀리려고 한다면 이렇게 일사천리로 풀린다. 인생은 아무리 씨앗을 뿌리고 싶어도 봄이 오지 않으면 불가능하고, 열매를 거두고 싶어도 가을이 오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때’의 여신이 함께 한듯 사소한 것까지 맞아지니, 기분이 날개를 단듯 더욱 행복했다.
엘리베이터 3층, 문을 열자, 열리지 않아서 밀었더니 밀렸다. 반가운 얼굴, 황정희 이사장과 김용환 국장이 뭔가 열심히 준비중이다. 손에 뭔가를 들고서…. 어찌나 반갑게 나를 맞는지, 봄은 계절의 봄만 있음이 아니라, 사람얼굴에도 봄꽃이 핌을 새삼 실감한다.
“어머머 그게 뭐예요? 손에?”
내가 오랫동안 이곳을 방문했지만, 선물을 사오기는 처음이라서, 정말로 나보다 선물이 먼저 보인 것은 놀라운 일임에 틀림없다. 생각지도 않은 돌발 선물은 상대를 놀래킨다. 이렇게 나의 오늘 하루 시작은 봄의 희망이었다.
“이거요. 꺄라멜 마끼아또”
“와~~~~”
내가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때다. 내가 분명 3잔을 사갔는데, 글쎄 마끼아또가 미끄럼타듯 툭 떨어졌다. 슬로우 비디오를 찍듯이 눈앞에서 미끌리는데, 손쓸 틈이 없었다. 길음역에 와서, 신호등도 건너서, 엘리베이터도 올라서, 문을 열고서, 바로 사람에게 전달해주는 그 10cm를 앞에 두고서, 그게 눈앞에서 툭 떨어지는데….. 바닥에 마끼아또가 쏟아졌다. 도무지 내가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내 인생 처음 만난 이 황당한 사건에 ‘봄’의 짓궂은 장난도 아니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 내 실수다.
“국장님 괜잖아요. 국장님 손에 다행히 1잔은 남았네요. 잔 2개가 왜 툭 떨어져? 버린 것은 버린 것이고, 남은 것으로 우리 나눠 마셔요. 부족하면 나누면 돼죠? 그죠?”
황정희 이사장이 먼저 상황을 수습한다. 화장실에 가서 쓰레받기를 가져와서는 커피흔적을 쓸어담고, 대충 닦고 보니 없던 것처럼 되었다. 확인해보니, 잔 2개가 하나의 세트로 들고갈 수 있게 했는데, 내가 마지막에 전달한 그 순간에 1개가 든 것만 붙잡고 나머지는 붙잡지 않아서 떨어졌던 것.
“국장님, 뭔가 이상한 냄새 나지 않아요? 탄 냄새 나죠?”
황정희 이사장이 뭔가 물었다. 뭔가 탄 냄새가 났다. 알고봤더니, 황정희 이사장도 내가 온다고 해서 계란을 삶았는데 다 삶았다가 태웠다는 것. 나와 비슷한 처지다. 나도 꺄라멜 마끼아또를 사가지고 다 와서 눈앞에서 엎었으니, 거의 동일한 사건이 서로 발생했다.
“나는 냄비까지 버렸어요. 새 냄비에다가 계란을 또 삶았어요. 제가 누구예요. 탔다고 못할 사람이예요? 버린 것은 버린 것이고, 다시 하면 돼죠? 자, 우리 계란 먹어요.”
그렇게 해서 계란을 새로 삶아서, 2개씩 먹었고, 마끼아또는 1잔을 나눠서 각각 3잔을 마셨다. 모든 것이 정돈된 이후에, 그래도 마음 한구석 명쾌하지 못한 이 사건을 겪으면서, 나의 부주의로 혹시 엎어진 것은 없는지, 엎어진 것이라면 내가 어찌 해야하는 것인지, 가만히 생각되었다.
사람마다 성격은 제각각인 것 같다. 내가 혈액형이 AB형이라서 그런지, 혹은 내 성격이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런 사건을 겪으면 생각이 깊어진다. 왜 내가 모든 것을 다 잘하고서 마지막에 잘 못했을까? 뭔가 잘못된 것은 누구 실수이며, 그 실수가 만회될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아니면, 탄 냄비는 버리고 새 냄비로 교체해야할 것이 무엇인가? 그냥 생각이 깊어진다.
나와 다르게, 황정희 이사장은 버려진 2잔 보다는 남겨진 1잔을 귀하게 여기는 여인이다. 참으로 그 생각이 대단한 것 같다. 나는 엎어진 2잔 때문에 기분이 불쾌하고, 나쁘고, 내 자신의 실수를 쳐다보는데, 그녀는 나의 오른손을 쳐다본다. 나의 오른손에는 남겨진 1잔이 있었으므로, 그것을 나누면 3잔이 된다는 그 아름다운 생각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여하튼, 오늘 하루 모든 상황이 갑자기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그 순간 긍정의 마인드로 봄햇살로서 살아가는 삶의 비결을 보았으니, 어떤 일이 미끄러져 엎어지거든, 엎질러지지 않은 것으로 나눠서 마시면 되고, 만약 남겨진 것이 전혀 없다면 냄비를 바꿔서라도 다시 하면 되는 것이다. 사람에게 열정만 있다면 불가능은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 한국복지신문 홈페이지를 내가 아는 방법으로 구축해줬다. ‘블로그형 홈페이지’다. 열심히 관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