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건강칼럼 / 장창훈’=人은 두 발로 걸어가는 사람의 형상을 본뜬 글자다. 세종대왕은 人을 차용해 ‘시옷’의 기호를 만들었고, 발음은 ‘사람’의 앞부분을 의미한다고 정했다. 두발로 걷는 직립보행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람의 특징으로 언어사용, 도구사용, 직립보행, 공동체 활동 등이 있는데, 두발로 걸어서 다니는 것은 매우 독특한 사람의 특징이다. 사람은 두 발로 서거나, 걸어다니는 건축물이다.
건축물은 철골구조로 되어있고, 사람은 뼈의 연결로 되어있다. 또한 뼈속에는 컴퓨터의 랜선처럼 무수한 신경망이 연결되어있고, 살속에는 수도관처럼 혈관이 무수하게 연결되어있다. 아파트가 건설되면, 수도관과 랜선은 지하로 매립되어서 모든 아파트에 연결되듯이, 사람은 태어나면서 유전학적으로 혈관과 신경망이 촘촘히 깔린다. 그 구조는 인터넷 연결망처럼 사람의 상상 이상이다.
중년이 되다보니, 피곤이 엄습한다. 조금만 일해도 피곤하고, 운동을 하면 더 피곤하고, 현장에서 자료를 취합하면 바위처럼 피곤이 누른다. 피곤은 잠으로 변환되고, 꾸벅꾸벅 졸면 1~2시간이 훌쩍 지난다. 자고 일어나면 피곤이 잠시 풀린 듯 하지만, 집중하려면 눈이 금새 충혈된다. 만성피로증이다. 그래서 한의원에도 종종 간다. 침을 맞으면 맞을 때는 좋지만,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는다.
얼마전, 정말로 우연히 누군가(운동재활 전문가)의 도움으로 ‘발의 중요성’을 배웠다. 인체공학적으로 사람은 걸어다니는 건축물로서, 주춧돌은 두 발이며, 핵심 주춧돌은 엄지 발가락이다. 이러한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발바닥으로 걷는다고 생각했다. 나는 항상 내 발바닥을 들여다보는데 발바닥 바깥쪽이 많이 닳아서 굳은 살이 많다. 구두도 항상 바깥쪽이 먼저 닳는다. 나는 새끼발가락과 발바닥 바깥으로 걷는 걸음자세를 가지고 있고, 이러한 걸음걸이는 엄지발가락의 힘을 약화시키고, 발바닥으로 걷다보니 몸의 자세가 전체적으로 불균형해지면서, 빠딱한 피사의 사탑이 된 것이다.
내 몸무게는 67kg이다. 두 발로 지탱할 경우, 발바닥의 면적은 상당히 좁다. 압력은 두 발바닥을 향하는데, 걸을 때는 한쪽 발로 모든 몸무게가 쏠린다. 결국 걸음걸이는 모은 몸무게를 지탱하고 압력을 견디는 주춧돌이다. 여기에다 배낭을 멜 경우, 20kg이 더해진다. 80~90kg의 무게를 한쪽 발이 지탱하는데, 사람의 엄지발가락은 몸의 전체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엄지발가락의 힘이 약해지면서, 사람은 바깥쪽으로 걷는 습관을 계속 가지게 되고, 그러한 자세는 결국 발목, 무릎, 허리, 척추까지 불균형을 초래하면서 건축물이 점점점 기울어져 붕괴되고, 그것이 허리 디스크와 목 디스크로 연결된다.
사실상 두 다리는 필로티의 개념이고, 몸은 2층이며, 머리는 3층이다. 목은 3층에 있는 머리를 지지하는 버팀목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건물은 종로에 있는 국세청 건물처럼 중간 지역에 버팀목을 두고서 윗 부분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 몸과 머리 사이에 목 부분도 중요한 지지대인 것이다. 사람의 건축물은 균형감각으로 세워졌고, 균형감각이 유지되면 건물은 붕괴되지 않고, 건물속에 살고있는 장기들의 생체리듬은 매우 평온하고 안정적이다. 반면, 한쪽으로 기울면 기울어진 방향에 속한 장기들은 축소된 내부의 장소로 인해서 사는 것이 점점점 불편해지고, 호흡곤란이나 만성피로를 가져온다. 호흡곤란은 폐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경우,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고, 만성피로는 간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다. 간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간을 보호하는 횡경막과 갈비뼈가 기울어져서 간으로 흘러가는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만성피로가 생긴다. 모두, 엄지발가락의 균형감각 상실로 빗어지는 문제다.
발을 고친 이후, 내게 달라진 점은 다섯 발가락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고, 걸으면서 발가락에 작용하는 몸무게가 사실 느껴진다. 나는 엄지발가락에 모든 몸무게가 실리는 것을 걸을 때마다 느낀다. 그러한 느낌은 마치 심장이 뛰듯 내게 생동감을 가져오며, 걸음이 곧 운동이라는 진리가 실제로 적용됨을 알게 된다. 자세가 망가진 상태에서는 운동은 금물이다. 자세가 교정되면 그때 운동을 하면 근육은 균형감각으로 더욱 튼튼해진다.
여성들의 경우, 대부분 발가락이 좁은 하이힐 때문에 웅크려서 몸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어쩔 수가 없다. 몸의 몸무게가 하이힐 때문에 ‘발가락의 밑부분’에 몰리게 되고, 그러한 걸음걸이는 몸 전체를 망가뜨린다. 걸을 때마다 몸은 계속 망가지는 것이다. 몸무게는 엄청난 중력이다. 사람이 쌀 1가마니를 들어보면 너무 무거워서 못 든다. 그렇게 엄청난 무게를 두 발에 올려놓고 사람은 걷는 것이다.
집에 가서, 구두의 밑창이 어떻게 닳았는지 유심히 살펴보면 자신의 걸음걸이 자세를 알 수 있다. 주춧돌이 튼튼한 걸음걸이는 엄지발가락과 뒤꿈치로 지탱하는 발걸음이다. 왜냐면, 엄지발가락과 뒷꿈치가 서로 짝이 되어서 전체 몸을 지탱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4 발가락도 중요한 보조수단이다. 발바닥의 움푹 패인 안쪽과 바깥쪽은 걸음걸이에 중요하지 않다. 그쪽이 만약 닳아있다면 건물 전체가 불균형으로 기울어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 다음은 발바닥을 유심히 살펴보면 굳은 살이 어디에 많이 닳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엄지발가락과 뒷꿈치라면 그 사람은 바른 자세로 걸음을 걷는 것이다. 만약 발가락 밑쪽에 엄청나게 굳은 살이 있다면, 하이힐을 신으면서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이런 사람은 만성피로 때문에 상당히 문제가 생기고, 발가락 모양이 이상하게 굽었다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나는 이러한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