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 신발을 샀다. “280mm 주세요”라고 하니, 점원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하하하하” 웃는다. 내가 농담하는 줄로 알았던 것이다. 내가 살짝 미소 지으면서 “마당발이예요. 넓적한 신발이 없어서, 큰 신발을 넓게 신을려구요. 290mm 있으면 그걸로 줘요.”
280mm가 제일 큰 사이즈라면서 가져왔다. 그 점원은 자기가 신은 신발을 계속 보여주면서, “신발은 신으면 늘어나요. 보세요. 발가락 보이시죠? 신으면 신발은 신축성이 있어서 모두 늘어나요.”
내가 몰랐을 때는, 내가 건강상식을 몰랐을 때는 그 점원의 말에 동의했겠지만, 나는 결코 동의할 수 없었다. 내가 그 점원에게 “발가락 안녕하세요? 발이 신발에 맞추나요? 신발이 발에 맞추나요?” 내 말 뜻을 처음에는 못 알아듣더니, 뜻을 이해한 점원은 “발이 약간 아파요….”라고 끝을 흐렸다. 꽉 낀 신발을 신으면 모든 발은 아프다. 특히 마당발은 볼이 넓여야한다. 지금껏 나는 항상 265mm를 신었다. 270mm는 남의 신발이었다. 그러나, 나의 선택이 미련했다. 265mm 신발을 신게 되면서 내 볼은 점점점 혹사당했고, 26개의 발뼈는 걸을 때마다 서로 마찰을 일으키고, 좁은 신발속에서 힘겹게 살아야했다. 특히 마당발은 볼이 좁은 신발의 피해가 가장 심하다. 볼을 넓게 신으면 간단하다.
280mm 신발을 사서, 방에서 신어보니, 여전히 볼이 좁다. 그래서 깔창을 버렸다. 그랬더니, 웬걸 발에 신발이 적당하다.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가장 좋은 신발은 길이가 2cm 커야하고, 넓이도 양쪽으로 2cm 여유가 있어야한다. 사람의 옷도 대략 폭이 있다. 피부에 쫙 달라붙은 옷을 입더라도 여유가 있다. 하물며 신발이랴. 그런데 유독 신발은 발가락에 맞춰서 신었다. 왜 그래야하는지 이유도 모른채, 점원들이 “발가락에 여유가 있네요. 신발은 신으면 늘어요”라고 하면 그것이 신발 사이즈가 되었다.
신발을 고를 때는 발가락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신발을 신어야하고, 깔창은 없어야한다. 깔창이 있으면 발의 탄력성이 사라진다. 발은 구부정하게 생겨서 26개의 뼈들이 유기적으로 활동하면서 좌우상하앞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그런데 깔창을 깔게 되면 발의 탄력성이 점점점 퇴화되면서 뼈의 활동성이 줄어들게 된다. 신발은 평지처럼 되어야하고, 앞의 볼은 손바닥처럼 넓어야한다. 그런 신발은 거의 없다. 그래서 훨씬 큰 신발을 신고서 발에 맞춰야한다.
발과 손은 그 속성이 같다. 단지 발바닥은 길고, 손바닥은 넓다. 발가락은 짧고 손가락은 길다. 그 차이만 있고 나머지는 같다. 손가락을 쫙 펴면 펴지듯이 본래 발가락도 쫙 펴면 펴져야하는데, 신발이 발가락을 혹사시키면서 발가락의 신경이 죽었고, 그래서 발가락이 손바닥처럼 움직여지지 않은 것이다. 발이 고장나면 다리가 고장나고, 다리가 고장나면 상체가 기울고, 상체가 기울면 갈비뼈가 기울면서 내장에 이상이 생긴다. 이것이 사람의 인체구조학이다. 시작점은 엄지 발가락이다. 엄지 발가락의 균형이 무너지면 인체는 점점점 한쪽으로 기울게 되고, 기울어진 인체는 디스크, 고관절, 관절염, 간경화 등등 각종 병들이 생기게 된다.
신발속에서 나의 발가락들은 꼼지락 꼼지락 손바닥처럼 쫙쫙 펴면서 신나게 놀고 있다. 발가락을 혹사시킨 것도 잘못된 건강상식 때문이다. 알면 잘못된 건강상식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고, 건강관리의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다. 오늘 내가 한 일 중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다.
*** 오후에 자주 가는 복사집에 갔더니, 할아버지 사장님이 의자에서 푹 퍼져 있다. 안마를 해드렸다. 머리의 받침대인 쇄골 근육과 승모근육을 바로 잡아주고, 목의 근육 6개를 모두 풀어줬더니 목이 많이 편해졌다고 좋아 하셨다. 일어서서 자세를 봤더니, 내가 보는 방향에서 우측 어깨가 축 쳐졌다. 너무 심했다. 그 할아버지의 좌측 어깨가 푹 내려간 것이다. 땅이 꺼지듯 내려가서, “좌측에 무슨 문제가 있으세요? 신발을 한번 벗어보실래요?”라고 하니, 좌측 발의 엄지발가락이 완전히 기형(奇形)이다. 엄지 발가락이 굽어서 그로 인해 발의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웠고, 오랫동안 좌측이 기울어져 살았던 것이다.
“젊어서 구두 때문에 그렇게 됐어. 구두가 발에 안 맞아서 얼마나 아프던지, 발이 이상케 변하더라구. 지금은 큰 신발을 신으니까 전혀 안 아파”
특별히 건강교육을 받지 않아도 그 할아버지는 경험으로 건강관리를 스스로 하고 계셨다. 발의 중요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자세가 틀어진 이유와 발가락의 변형이 몸의 전체에 영향을 미친 인체 구조학의 족부학을 말씀 드리니, 고개를 끄떡이시면서 좋아하셨다. 발가락의 신경을 풀어드리고, 다리와 허벅지까지 근육을 이완시킨 후,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 참으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