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보된 그 기간이 인생의 진보였고, 발전의 시기였다”
– 설교 말씀 요약노트
언젠가, 새롭게 옮긴 교회에서 목사님의 설교말씀이다. 퇴보된 그 기간은 목사님의 대학시절, 학점보다 성가대 찬양에 몰입하면서 들었던 사람들의 소리요, 발전의 시기는 지난 과거를 돌아보시면서 목사님의 고백이다. 내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겨졌다. 그루터기 말씀으로.
나는 순천고 3학년때 신앙의 절정을 이뤘다. 이단에 다녔지만, 그때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가족의 핍박속에서도 하나님께 날마다 새벽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시작하는 학교공부는 기적의 연속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때 나는 뒤에서 2등했다. 성경공부한다고, 학교성적을 게을리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서 상위권에 바로 진입했다. 학교가 떠들썩했다. 기도하면, 시험문제도 환상으로 유출된다.
나는 학력고사와 부활한 본고사를 동시에 봤는데, 일류대에 전기를 넣었다. 지금도 그때 그시절을 떠올리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나는 전기때 떨어졌다. 아!! 집과 마을은 심령적 지옥에 빠졌다. 후기시험이 있을 때까지 그 기간은 내게 카타콤이었다. 새벽기도를 그렇게 열심히 하고, 전도도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나는 떨어졌고, 친구는 붙었다. 그리고, 국민대에 갔다.
1년 바짝 저축하고, 9년 말아먹듯, 내 신앙은 서서히 기울었다. 해병대에 입대한 것은 ‘전천후 귀신잡는 해병대’의 문구가 너무 좋았는데, 귀신에 잡혀서 살았다. 술과 담배를 배웠고, 내 신앙의 영성은 실종당했다. 해병대는 군기가 상당히 강할 줄 알았는데, 겉과 속은 완전히 달랐다. 군기가 나약했다. 해병대 출신인 나는 수영할 줄 모른다.
1999년, 나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때는 내가 있던 단체가 세상의 위기에 몰린 시점이다. 그때 나는 내 자신의 참혹함을 목격했다. 1989년 신앙에 입문했을 때 그 첫신앙이 사라졌고, 돈만 추구하는 내 양심의 범죄현장을 진실로 참회하면서, 인생을 개간하였다. 그리고, 1년 저축하고 10년동안 서서히 기울었다. 결혼은 이혼으로 마쳤다. 이혼하고, 2009년 내 인생은 절벽에 놓였다. 당시 내가 다니던 종교단체의 설교는 내게 위안이 되지 못하였다. 나는 성경말씀을 날마다 묵상하면서, 기독교 서적을 탐독하고, 날마다 글을 쓰면서 살았다.
1년 저축하고, 10년동안 서서히 기울었다. 나는 왜 이런 반복을 계속 하는 것일까? 2019년이 되었다. 나는 내가 믿는 믿음에서 멸망의 방향으로, 탈출했다. 그리고 십자가 복음으로 나아왔다. 카타콤과 같은 고독의 까페에서 날마다 성경을 묵상하고, 글을 쓰면서 살아간다. 누구는 나의 이런 삶이 낭만적이라고 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람이 많으나 사람이 없는 홀로서기의 투쟁이다. ‘퇴보와 진보’에 대한 분명한 고백의 목사님 말씀을 통해, 나는 멸망받던 그 시기에 가장 발전했음을 알게 됐다. 이단이었으나, 나는 새로운 믿음으로 도전하던 1989년 그 시기에 하나님을 향한 영성을 발견하였고, 취업을 준비해야할 1999년 그 시절에 ‘잃어버린 신앙’을 깨닫고 새롭게 결단하였다. 그리고, 이혼당한 2009년에 나는 작가로서 발돋움했다.
2019년 나는 1989년의 원점이다. 1989년 이단에 가려던 내게 친누나가 말했다. “그곳은 이단이니, 예수님을 버리면 안된다.” 친누나의 진심을 버리고, 이단을 선택한 것은 예수님이 그곳에 있음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없었다. 사라진 예수님 대신에 새로운 예수님이 계셨다. 30년이 지나고, 나는 정말로 원점이다. 십자가의 예수님이 구원이며, 내 삶의 목표다. 돌아보면, 내가 절망에 빠졌을 때, 그때가 내게는 가장 진보했던 영성의 시기였다. 지금도 동일하다. 원점에 돌아오기까지 고단한 30년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농부다. 언젠가 배추를 심었는데 풍년이었다. 앞논, 뒷논, 옆논, 빌린논, 1년동안 몰빵했다. 배추가 들판을 덮었다. 마을에서는 우리집 배추를 최상품으로 부러워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날마다 배추의 노래를 불렀다. 그해 배추값이 폭락했다. 한포기에 50원, 배추 풍년이 가격폭락에 불을 질렀고, 중국산 배추가 휘발류를 부었다. 아버지는 배추밭을 갈아 엎었고, 그날 저녁 큰 비가 내려서, 온 마을에 우리집 배추가 두둥실 떠다녔다. 얼마나 비통했으면 그렇게 했을까. 사람의 일은 누구도 모른다.
몇년후 아버지는 토마토를 하셨다. 풍년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는 돌풍이 불어서, 하우스 지붕을 통째로 들어서 옆으로 옮겼다. 꼭 바람이 사람의 손처럼 하우스를 들어서 옆으로 옮겼다고 사람들이 증언했다. 마을 전체가 두려움에 빠졌다. 어머니는 “망했다”라고 털썩 주저 앉았다. 아버지는 하우스로 달려가서 포기하지 않고, 파란 토마토를 따셨다. 그해 토마토는 전국에서 흉년이었고, 아버지는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바람의 손이 없었다면, 더 큰 돈을 벌었겠으나, 배추밭과는 전혀 다르게 큰 이익을 얻었다고, 아버지는 내게 자주 말씀하셨다. 내 아버지는 돌아가셨으나, 내게 들려주신 많은 교훈이 나를 바른 길로 가게 하신다. 인생의 일은 앞을 알 수가 없다. 오직 하나님께서 경영하신다. 늪에 빠진 요셉은, 감옥에 갇힌 요셉은, 하나님의 손에 이끌려 결국 바로왕앞에서 정치활동을 했다. 하나님께서 옆에 계시면, 미래는 있다. 퇴보와 진보는 결국 하나님의 손에 있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