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윤 국제교류경영학 교수, “다문화 해결책은 비빔밥(융합)”
“베트남 2세들이 학교에 입학하기 시작했어요. 간혹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한테 ‘다문화’라고 호칭한다고 해요. 공개적 왕따죠. 문화로서 이미 집단따돌림을 하면서 다문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골칫거리같은 다문화를 제대로 알면 그게 복덩이입니다.”
4일, 인천까지 가서 정지윤 교수를 만났다. 만나야 했던 이유는 딱 하나. 다문화자녀들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계속 커지고 있고, 지자체와 학교마다 다문화자녀에 대한 교육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실효성’을 묻고 싶었다. 18년동안 국제법무팀 소속으로 해외송출업무를 하면서 명지대에서 다문화관련 ‘국제교류경영학 교수’로 활동을 하고 있는 정지윤 교수는 현장경험에 뿌리를 둔 이론전문가로 불린다.
정 교수의 답은 간결했다. “내국인을 배제한 다문화 교육은 무의미합니다. 왜 다문화가 문제죠? 다문화는 다른 말로 세계문화입니다. 더 넓게 말하면 UN이죠. UN을 축소하면 그게 다문화입니다”
쇼킹했다. 나조차 ‘다문화가정’이라고 부르면 웬지 폄하하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존재한다. 여러 문화가 섞여 있다는 의미의 ‘다문화’가 사실은 ‘빈민촌’의 이미지가 섞여 있다. 국제화 시대가 이미 선언되었고, 인터넷을 통해서 지구촌 한가족 시대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쇄국정책처럼 국수주의 빠져있는 한국문화의 모순이다. 다문화 학생에 대한 해결책은 뭘까? 정지윤 교수는 ‘각 학교 한국 학생’에게 답을 찾았다.
우리나라 다문화정책이 ‘다문화문제’를 ‘다문화사람들’에서 찾는 것이 문제다. 다문화라는 용어 자체가 ‘한국인을 제외한 다른 다양한 문화’의 의미가 있다보니 다문화 정책을 다문화 사람들을 중심으로 찾는 것이 맞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질적인 문화가 뒤섞여서 살아가는 사회현상속에 ‘내국인과 외국인들의 문화충돌’ 현상으로 다뤄져야하는 것이다.
“모든 문화는 문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거예요. 우리가 베트남에 가서 베트남 현지인과 친해지려면 얼마나 어렵겠어요. 베트남 현지인이 바로 옆에 앉아있는데 우리는 이 가치를 전혀 모르고 있어요. 문화가 다르다고 틀렸다고 보는 그것이 잘못된 거죠. 베트남 학생하고 친하게 지내면 베트남 언어도 배우고, 그 나라 문화도 쉽게 배울 수 있으니 해외여행을 한 것보다 더 큰 경험을 얻는 것입니다”
정지윤 교수에게 ‘다문화’는 ‘비빔밥’같은 것으로 여겨졌다. 문화적 충돌은 당연한 것이고, 그러한 충돌에 탄력성을 부여할 정책이 필요한 것이고, 탄력성은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모두 장착이 되어야 융합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외국인의 경우 내국인의 언어와 문화를 빠르게 익힐 필요가 있고, 내국인의 경우 외국인의 다름에 대해서 수긍하고 받아드려야한다. 현재 한국의 다문화 정책은 보다 ‘외국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문화충돌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정 교수는 진단했다.
1시간 가량 긴 이야기를 나눴다. ‘다문화’를 매개체로 나눈 대화속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생각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다문화 소통’임을 알게 됐다. 정 교수는 “문화는 의사소통을 위한 모든 것”으로 정의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셜이 곧 문화인 것.
정 교수는 “해외여행을 하기 보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통해 해외를 공부하는 것”을 권유한다. 성격이 자신과 다른 친구들을 사귀듯, 문화와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과 문화적 충돌을 피하면서 친구로 사귀는 사교력이 필요하다고 정 교수는 조언한다. 학생들에게는 ‘다문화 학생’을 의미하는 것이고, 일반인에게는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말한다. 정 교수의 설명처럼, 편견의 선그라스를 벗고 다시 본다면 결국 사람들끼리 어우러져 살아가는 문제인 것 같다. 다문화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끼리도 지역감정과 정치색으로 얼굴 붉히는 일이 자주 있으니, 생각과 주장이 좀 달라도 포용하는 미덕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