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2]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내가 참 좋아하는 성경구절 중 하나이다. 삶이 메마르고, 돌발적 광풍이 밀려오거나, 혼돈의 공허가 엄습할 때, 빛이 없는 흑암의 밤이 지속될 때, 그때마다 이 성경구절을 꺼내 읽어본다. 내 삶은 창세기 1장 2절속에 들어가고, 수면위에 하나님의 영이 운행하신다. 공허한 심령위로 성령이 내려다보신다. 눈에 목격되지 않지만, 드라마가 끝나면 감동의 여운이 찾아오듯, 광야생활을 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반석이 함께 하듯,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는 자들과 어디서나 함께 하신다.
그때,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빛이 있으라”
누가복음 18장에는 매우 불편한 비유와 사건이 집합되었다. ▲원한맺힌 과부와 뇌물 판사 ▲바리새인과 세리의 기도 ▲율법을 지킨 부자청년 ▲베드로의 질문 ▲맹인 거지의 치료 사건이다. 원한맺힌 과부의 호소문은 세리의 기도와 맹인 거지의 간청과 비슷하며, 바리새인의 기도와 부자청년의 질문이 서로 비슷하다. 어쩌면, 부자청년의 질문이 베드로의 질문과 연결될지도 모른다. 혼돈스럽고, 공허한 땅과 깊은 흑암이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위에 운행하신다.
원한맺힘과 세리의 비통이 곧 ‘공허함과 혼돈스러움과 흑암의 깊음’이다. 사람의 심령에 이러한 마음이 없다면, 하나님의 영은 수면위로 운행하실까? 빛은 누구에게 필요할까? 구원은 죄인에게 필요하고, 은혜는 슬픔과 비통에 직면한 자에게 필요하며, 위로는 감옥에 갇힌 자에게 주어지는 영예다.
# 의로운 바리새인 기도
바리새인은 서서 따로 기도하여 이르되 하나님이여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또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나이다
# 죄많은 세리의 기도
세리는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며 이르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였느니라
# 예수님의 말씀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에 저 바리새인이 아니고 이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받고 그의 집으로 내려갔느니라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하시니라
세리는 기도내용이 없다. “죄인입니다”라면서, 가슴을 치면서 애통한다. 마치, 죄로 죽은 자신의 영혼을 장례하듯, 비통에 빠졌다. 바리새인과 세리는 같은 교회에 다닌다. 마치, 열혈사제에 나오는 구담구 그 천주교 성당처럼, 사회적으로 의로운 교인과 불의한 교인들이 모두 출석한다. 그 바리새인이 큰 소리로 통성기도하면서,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라고 했을 때, 죄인 세리는 안심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바리새인이 바로 옆에 있는 세리가 들릴 정도로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또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나이다”라고 소리높여 기도했을 때, 세리는 마음에 광풍이 몰아치면서, 바리새인의 기도가 예언자의 소리가 되어서 전달되었을 수도 있다. 또는, 세리가 빚을 독촉하는 현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참혹함을 목격했을 수도 있다. 본문 텍스트로만 분석하면, 바리새인의 기도가 비수가 되어서 세리의 마음을 움직였고, 죄인 세리가 소리를 죽여서 자신을 자복하였다. 감히 하늘을 올려볼 수도 없었다.
인생을 살아보니, 종교가 과연 필요한가? 요즘은 의문이 든다. 종교가 대체 무엇이며, 신앙은 무엇일까? 정치가 오히려 종교같은 이 시대에, 학문이 진리가 된 이 시대에, 종교가 오히려 사업이 된 이 시대에, 신앙의 구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오늘은 나의 집에서, 하나님께 슬픈 기도를 올렸다. 내 삶이 그러하니, 하나님께 현실의 비통을 호소했다. 그때, 창세기 1장 2절이 내게 내려왔다.
PS 누가복음 18장 바리새인과 세리의 기도는 역전현상(逆轉現象) 비유로서, 부자와 거지 나사로 비유(눅16장)에서도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역전현상 비유는 매우 불편한 감동을 준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운명하시고, 모든 제자들은 도망쳤는데, 아리마대 요셉과 니고데모가 예수님의 시체를 장례했다. 그들은 음모를 꾸민 산헤드린 국회의원이다. 이것도 역전현상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