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 평행법 중에서 ABCCBA로 구성되는 문법이 있다. ABCXCBA는 X가 핵심문장이다. AA BB CC의 구성은 현대인이 즐겨 사용하는 비교 논증법이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ABC-CBA는 전혀 다르다. 성경은 히브리 문학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ABC-CBA로 편집된 비유가 많다. 이럴 경우, 우리는 ‘사두개인의 누룩을 조심하라’고 했을 때, 말귀를 못 알아듣는 제자들처럼 엉뚱하게 이해할 수도 있다. 히브리 문학의 틀은 ‘사자성어’와 ‘고대 한시’처럼 일정한 틀을 구성하는 것이다. 틀로 구성될 경우, 그 틀을 파악해서 이해해야, 저자의 편집의도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을 문학적 시대성이라고 한다.
[눅16:13] 집 하인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나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길 것임이니라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
이 문장을 편하게 읽으면,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하나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기면 안되겠구나라는 다짐도 생긴다. 그런데, 히브리 평행법으로 분문을 새롭게 구성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집 하인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나니 (A)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B)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길 것임이니라 (B)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 (A)
4개 문장으로 구성된다. ABAB가 아니고, ABBA이다. AA는 서로 뜻이 연결된 문장을 말한다. 첫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연결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는 확실히 서로 연결된다. 첫문장과 끝문장은 알파와 오메가로 서로 연결된다. AA는 밑돌이 되고, BB는 기둥이 될 수 있다. 또는 AA를 위로 들고, BB를 밑으로 내리면, 그릇이 될 수 있다. 각 문장은 상호 대칭, 비교, 대조를 이룬다.
집 하인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나니 (A)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 (A)
‘재물’은 하나님과 대등한 존재이므로, ‘재물의 신’으로 ‘맘몬’으로 재해석된다. ‘재물’에는 ‘권력’, ‘사랑’, ‘부귀’, ‘직업’, ‘친구’, ‘가족’ 등이 될 수 있다. 하나님처럼 숭상하는 모든 것이 ‘재물’이다. 집 하인은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주인은 반드시 한 분이다. 주인이 둘로 나뉘면, 상속분쟁이 있거나, 압살롬처럼 반역이 있거나…. 이런 상황이 아니면, 집 하인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하나님이 오직 주인이다.
이러한 분석이 성경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익한 것은 해당 사건 이후에 부자와 거지 나사로 비유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두 주인을 각각 섬기는 극적인 인물이 등장하는데, 자색옷을 입고 고운 속옷을 입은 부자는 ‘재물신’을 섬기는 자이며, 하나님을 형식으로 믿는 자이다. 반면, 거지 나사로는 하나님을 진실하게 믿으며, 부자의 거절을 받을지라도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접지 않은 ‘욥’의 신앙을 가졌다. 부자는 하나님을 버릴지언정 돈을 극적으로 사랑하였고, 거지 나사로는 돈을 버릴지언정 하나님을 극적으로 사랑하였다. 두 인물의 현실은 부자와 거지로 확실히 구분된다. 그런데, 죽음 이후에 정반대로 상황이 역전된다. 각각 섬기는 세상으로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