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책중에서 ‘중3 겨울방학때 대학이 결정된다’는 교육도서가 있다. 베스트셀러다. 요즘도 꾸준히 스테디셀러로 판매가 되고 있는데, 그 책의 핵심 내용은 ‘소통전략’이다. 학생이 변화된 학교의 현실을 빨리 파악해서, 생기부 관리와 함께 자신의 미래를 학교에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기부 관리는 ‘봉사활동’과 매우 밀접한 상관이 있다. 학생들은 “왜 봉사활동이 점수가 되었을까”라고 간혹 질문을 하는데, 그 이유는 “좋은 대학에 나온 무능한 졸업자들의 사회적 병폐”를 놓고, 교육자들이 심각하게 고민했고, 학생때부터 미리 사회를 알려줘야한다고 의견일치를 보았다. 그래서 봉사점수를 통해 학생이 사회를 미리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봉사활동은 학생의 사회참여를 말한다.
한국은 민족적 정서와 언어적 한계 때문에 주입식 교육을 쉽게 벗어날 수가 없다. 한국은 상하질서가 ‘효와 윤리’의 개념으로 구조화되었고, 언어도 존칭어법이 매우 발달해서, 질서의 개념이 강하다. 언어로 계층이 구분된 나라가 한국이다. “무슨 띠냐”고 묻는 것은 나이를 통해 서열을 세우는 것이다. 해병대 출신은 “몇 기”를 묻는다. 나는 697기다. 기수를 통해 비교가 되면, 낮은 쪽은 높을 쪽을 향해 “필승”을 해야한다. 높은 쪽은 낮은 쪽에게 반드시 말을 놓고, 낮은 쪽은 높은 쪽을 존칭어로 높여야한다. 이것이 한국의 언어특징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한국언어는 평등하지 않고, 고급스럽게 말하면 품격과 존칭어법이 발달한 것이다.)
생기부는 학교생활기록부인데, 교사가 기록한다. 아!! 얼마나 위대한 학생의 왕조실록인가!! 모든 학생은 왕이며, 교사는 사관이 되어서 학생의 생활을 관찰한다. 관찰된 기록들이 사초가 되어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때 생기부에 채워진다. 본래, 교사들은 날마다 기록해서 생기부에 핵심을 담아야하는데, 업무량이 많다보니 겨울방학때 한꺼번에 처리한다.
학생들은 이제 고민해야한다. 옛날 왕들은 1명의 왕, 수십명의 사관이 있어서, 왕들을 감시했다. 그런데, 학생의 왕조실록은 정반대다. 사관은 교사 1명, 학생들은 수십명이다. 교사가 혼자서 도저히 기록할 수도 없고, 누구의 무엇을 기록할지, 도무지 파악할 수가 없다. “잘 써주세요”라고 학생이 요구하면, 교사는 “어떻게 써주나”라고 반문할 수 밖에 없다. 어떻게 써주는 것이 잘 써주는 것일까?
니클라스 루만이라는 독일 사회학자는 “사회는 사람들의 집합이 아니고, 소통의 집합이다”라고 정의했다. 소통은 언어적 소통이 있고, 관계적 소통도 있으며, A와 B의 상호작용을 말한다. “옷깃을 스치면 인연이다”라고 하는데, 여기서 옷깃은 목둘레의 카라를 말한다. 펄럭이는 옷이 아니다. 매우 친밀한 관계가 되어야 옷깃을 스칠 수 있다. 단골이 되면, 가족이 된다. 단골이 되기까지 자주 만나서 대화하고, 사연도 생기고, 정이 들면서 친밀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것이 소통이다.
학교는 학생들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오직 ‘소통의 집합체’이다. 학교의 소통은 2가지다. 1) 학생과 학생의 소통 2) 학생과 교사의 소통. 학생은 학생과 학생의 소통으로 동아리 모임과 학교 급우들과 친밀감에 신경써야한다. 사소한 일에도 친구들의 말을 들어주고, 운동회나 공동체 활동을 할 때 스스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자원하는 것도 좋고, 갈등이 발생하면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는 법도 배워야한다. 갈등이 생기면, 그 사건은 교사가 관찰자가 되고, 생기부를 기록할 때 학생의 특징을 담게 된다.
학생과 교사의 소통관계는 교실에서 진행된다. 옛날에는 주입식 교육으로 진행되었다. 요즘도 물론 동일하다. 학생의 숫자가 많고, 교육부에서 지정한 교육량이 있기 때문에, 교사가 학생들에게 맡길 수는 없다. 교사의 재량은 교육부가 정해준 범위안에서 가능하다. 그리고, 학생들의 수업태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싶은 교사는 ‘주입식 교육’을 통해서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주게 된다.
그렇다면, 학생은 어떻게 교사와 소통할까? 그것을 고민해야한다. 소통은 언어로 일어나며, 교실수업에서 교사의 수업은 교과서 진도에 따라 진행되므로, 학생도 교사처럼 미리 예습을 하면서 수업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자신의 꿈과 일치되는 교사와 상담을 하면서 자주 대화를 나눈다면, 그 교사는 학생과 깊은 친밀감을 형성하게 되고, 친밀감은 생기부 기록에 보다 상세한 묘사로 담겨진다.
소통은 대화다. 대화는 정보의 전달 이상이다. 대화는 ‘관계적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경에 보면, 요셉은 감옥에 갇혔을 때, 술장관과 떡장관의 안색을 살피면서, 그들의 속사정을 들어줬다. 이것이 관계적 소통이다. 도움을 받은 술장관은 2년후 요셉의 특별사면을 왕에게 추천했다. (떡장관은 농림경제장관이고, 술장관은 문화예술장관이다.)
학생끼리 서로 힘든 것을 들어주고,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학생과 교사의 관계도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복도에서 마주칠 때 마음을 담아 인사도 하면서, 학교생활을 살아간다면, 진심은 결국 통하는 법이다. 교사는 좋은 사관이며, 학생은 왕이다. 3년 왕의 임기가 끝나면 졸업이다. 모두, 자신의 왕조실록을 잘 관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