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장창훈 기자]=화법(話法)은 말하는 방법이다. 누구나 말할줄 안다. 그러나 말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모른다. 언어는 핸드폰보다 더 세밀하고, 민감한 기계다. 화법은 언어기계를 다루는 법이다. 화법은 대체적으로 ‘말’을 의미한다. 말은 ‘지금 여기’의 현실성을 갖는다. 생동감이 있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으며, 몸짓 언어와 목소리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할 수 있다. 화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미의 섞임현상’과 ‘말함과 들음의 교대시간’이다. 2가지를 제대로 못하면, 낭패를 당한다.
1) 의미의 섞임 현상
우리는 말을 물건처럼 생각한다. 더 적극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말을 화살로 생각하고, 상대의 마음을 과녁처럼 보고, 명중시키려고한다. 말은 물건도 화살도 아니다. 말의 화살이 날아오면, 고막을 통과하지 못한다. 통과할 것 같아도, 거부당한다. 말은 고막을 진동시킬 뿐이다.
대화는 찰흙 만들기와 같다. 둘이 함께 찰흙을 만드는 것인데, 혹시 혼자서 찰흙을 만들고, 상대는 구경만 하고 있는지 스스로 관찰해야한다. 상대가 구경만 한다면, 그것은 일방적 대화다. 대화는 반드시 찰흙 만들기다. 이것이 의미의 섞임 현상이다.
A가 찰흙으로 네모상자를 만들었다. 그때 B는 네모상자를 인정하면서 밑에 바퀴를 만들 수 있다. 그때 A는 바퀴달린 네모상자에 버스 창문을 만들 수 있다. 그때 B는 버스창문을 지우고, 택시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서로 찰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의미로 연결된 소통의 대화다. 이런 대화를 하고 있는가? 하고 있다면, 소통하는 것이다. A가 이미 만들어진 찰흙을 B에게 주는 것이면 주입식 대화법이다. B는 별로 재미가 없다. 대화는 참여의 즐거움이다.
강의할 때는 학생들이 수동태가 되고, 강사만 말한다. 이럴 경우,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편한 질문을 던져서, 모두 대답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면 좋다. 만약, 화법이론에 대해 강의를 한다면, 학생 20명이 듣고 있다고 하면, 자기소개하는 법을 5분 정도 알려준 다음에, 자신의 정보를 말하게 하는 발표시간을 갖는다. 이러한 발표시간은 30초로 제한한다. 그러면, 10분이 소요될 것이다. 이러한 강의방법도 의미의 섞임현상이다.
2) 말함과 들음의 교대시간
말함과 들음은 서로 교대되어야한다. 이때, 채널이 변동되지 않으면서 대화가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데, 대부분 대화법을 몰라서 그렇게 못한다. 드라마를 보면, 대화를 순조롭게 이어가는 커플이 있고, 상대의 대화를 끊으면서 일방적인 대화를 하는 경우가 있다. 드라마는 화법을 익히는데 상당히 유용하다.
사람은 말하면서 듣는다. 이것을 기억해야한다. 말하는 화자(話者)는 말하면서 청자(聽者)가 된다. 말하면서 상대의 표정과 몸짓을 보면서 듣는다. 화자는 곧 청자다. 또한, 듣는 청자는 들으면서 말한다.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동의할 수도 있고, 반응할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다. 몸짓과 표정으로 나타난다. 화자는 말로 표현할 뿐, 몸짓언어는 청자도 화자가 된다. 들음과 말함은 몸짓과 언어로 동시에 진행된다.
말할 때, 텍스트에 집중하다가 진정성이 상실될 수도 있다. 텍스트보다 진정성이다. 많은 말이 때로는 역효과를 줄 수도 있다. 대화는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하고,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면, 그것은 대화가 아니다. 내가 하고싶은 말을 했는데, 상대의 반응이 어떠한지 살피고, 더불어 상대가 생각하는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을 때, 반대의견을 들었을 때, 반대의견을 반대하는지, 혹은 존중하는지 자신을 살펴야한다. 자신도 모르게 자기중심적 대화법을 가진 사람은 상대의 반대의견을 무조건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습관적으로 반대의견을 묵살할 경우, 대인관계에 상당히 무익하다.
NO는 허용되어야한다. 거절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누가 쉽게 거절하겠는가? 거절당하는 법도 배우고, 거절하는 법도 배워야한다. 거절도 YES만큼 소중한
표현법이다. 성경에서 하와가 뱀의 말을 ‘NO’로 거절했다면, 아담이 아내의 요구를 ‘NO’로 거부했다면, 인류의 창세기 타락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4장에서 마귀의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예수님은 NO의 달인이다.) 거절하는 법을 배워야 타락도 피할 수 있다. 화법을 익히려면, 반대의견을 수용하는 겸손을 배워야한다.
(대화를 할 때, 주도적으로 대화를 끌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혼자서 3~5분을 계속 말할 경우, 좋은 대화법이 아니다. 대화는 탁구처럼 상대에게 넘길 줄 알아야한다. 이것이 화법의 기본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