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 중랑천을 달렸다. 땀이 흠뻑 흘러 내리고, 저 멀리 누군가 손짓한다. 땅에 엎드려 나를 부르는 손길이 뭐지? 내리막길에서 휠체어가 걸려, 할아버지가 튕겨쳐 엎어졌다. 얼굴에서 피가 흘렀고,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어서, 손을 올렸던 것이다.
성큼성큼 걸어가, 땅에 엎드려, 두 팔로 할아버지를 들었다. 휠체어에 올렸더니, 휠체어가 밀리면서 나와 할아버지는 함께 내동댕이쳐졌다. 할아버지 대신에 내가 밑에 깔리면서 큰 사고는 모면했다. 할아버지는 술냄새가 물씬 풍겼다. 인생을 비관하다가 휠체어 음주운전을 했던 것이다.
할아버지 대신에 내가 손을 흔들어 저 멀리 아저씨 한분을 불렀다. 우리는 천천히 할아버지를 들어서 휠체어에 올렸고, 그 할아버지는 “너무 슬퍼서, 희망이 없어서, 술을 마셨다”고 하소연했다. 왜, 나는 그 할아버지가 ‘침상에 의지한 중풍병자’로 연상될까? 내가 아는 그 중풍병자가 떠오를까?
“멀쩡해도 절망에 빠져 사는 사람이 많아요. 살 때까지 사는 거죠”라고 나는 토로했다. 내가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내 과거도 내리막길에서 엎어져 뒹굴었으니, 그 처참함은 무엇이 다를까. 그러므로, 희망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휠체어 할아버지는 골프카를 운전하듯 멀어졌고, 나는 반대방향으로 내 집에 들어왔다. 엎어지면서 오른팔에 약간의 상처를 입었다. 후시딘을 바르면 나을 것이다.
집에 와서, 그 할아버지를 위해, 그 할아버지를 통해 떠오른 그 중풍병자를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절망에 빠져서 한탄했던 지난 과거를 참회하는 시간도 가졌다. 나는 진정 무엇에 의지해서 사는 인생인가? 헤롯은 권력의 휠체어에 의지해서, 부자청년은 재물의 휠체어에 의지해서 살았다. 나는 어떤 휠체어를 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