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장창훈 기자]=가을이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여행의 계절, 나는 토속촌을 찾았다. 경복궁 2번 출구에서 걸어서 100m, 일본인들에게 꽤 유명한 삼계탕집이다. 관광명소로 널리 알려진 이곳은 역대 대통령들도 자주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함께 비슷한 속도로 삼계탕 한 그릇을 말끔히 비웠다. 텅빈 뚝배기 세그릇을 남기고, 까페로 이동했는데, 까페라떼도 상당히 맛있는 곳이다. “하트”를 수면위에 그림처럼 그려내는 사람의 향기는 애정이다.
어제, 창세기를 처음 계획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창세기 18장, 읽다보니 이번주 설교 본문말씀이다. 장막에 앉아있던 아브라함이 상수리 나무에 서있는 3사람을 발견하고, 벌떡 일어나서 융슝한 대접을 했다는 내용인데, 그 성경을 편의점 천막 밑에서 읽었다. 다음주에 예정된 지인과 식사가 생각났다. 그렇게 일찍 당겨진 오늘의 삼계탕 식사였다.
나는 “닭”이 무척 싫었다. “닭 울기전에 부인한 베드로” 때문이다. “닭띠”를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내게 닭은 슬펐다. 그러다가, 닭이 좋아지기 시작한 것은 내 삶의 격랑 때문이다. 내 인생이 절벽에서 떨어지니,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꼭 필요하다.
“성경구절 중에 어떤 구절을 좋아하세요?”
까페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두 여인중 한 분이 내게 물었다. 나는 창세기 1장 2절이 떠올랐다. 수면위를 걸어가시는 하나님의 영이다. 대답하려는데, “마가”가 내 생각으로 들어왔다. 그렇다. 나는 마가 때문에 인생의 위안을 받았다. “버가에서 마가가 떠났다” (행13:13 버가에 이르니 요한(마가)은 그들에게서 떠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고)
마가는 도망쳤고, 2차 선교여행 직전 바울과 바나바가 결별하게 만든 애물단지였다. (행15:39 서로 심히 다투어 피차 갈라서니 바나바는 마가를 데리고 배 타고 구브로로 가고 바울은 실라를 택한 후에 형제들에게 주의 은혜에 부탁함을 받고 떠나)
바나바와 바울이 마가 때문에 서로 심각하게 다퉜다. 나는 이런 ‘마가’를 사랑하였고, 내 삶의 흔적으로 삼았다. 그리고, 디베랴 호수로 떠난 일곱 제자들의 이야기를 사랑하였다. 시몬 베드로가 나는 물고기 잡으러 가노라 하니 그들이 우리도 함께 가겠다하고 나가서 배에 올랐으나 그 날 밤에 아무 것도 잡지 못하였더니 (요21:3) 이 대목을 읽을 때, 나는 눈물로 밤을 보내야 했다.
인생은 한없이 약하고, 닭은 희망으로 울지라도 베드로는 슬픔의 통곡이고, 누구든지 복음을 받아드린 색채가 다르다. 나는 도망친 마가를 통해 내 삶을 찾아오신 주님을 조금씩 알아갔다. 내 실패를 인정하니, 주님은 내 실패의 옆자리에 슬며히 끼어 들었다.
“괜잖다”라고.
오늘 삼계탕도 좋았고, 까페라떼도 좋았고, 나눈 대화도 유익했다. 끝에 헤어지면서, “오늘은 9월 19일 누가복음 19장을 읽었는데, 삭개오 이야기였어요. 하루 1장 성경읽기 해보실래요?”라고 부드러운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