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말했다. “달이 어두워지면, 완전히 사라지면, 그때 알이 생긴다”고. 꼭 묵시같았다. 전화로 내가 다시 물었다. “엄마, 무슨 뜻이예요?”
“하늘에 뜬 그 달!! 그게 없어지면, 게가 알이 있어서 맛있다고. 그때 장에서 게를 사야지, 게장이 정말 맜있어!!”
“그믐때 게장을 담아야 맛있군요”
“그래, 달이 안보이는 그믐때 사야 맛있지, 보름은 허당이야. 이번 그믐때 게장 보내줄께”
내 인생도 그믐처럼 어두워졌을 때, 새로운 시작이 임했다. 1999년, 2009년, 2019년이 내게 그러했다. 내가 나의 젊음과 실력과 능력을 의지할 때는 ‘보름달’과 같아서, 내 영혼을 돌아볼 겨를조차 없었다. 요즘은 ‘긴 그믐’이다. 날마다 나를 조사하고, 점검하고, 성경의 심판대앞에 나를 세운다. 해달별이 추락하면, 믿는 구석이 없어지면, 인자의 영광이 비로소 떠오른다.
고향에 내려갔을 때, 엄마와 함께 버스를 타려고 아랫 동네까지 걸었다. 엄마는 시장으로 가고, 나는 벌교행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다. 길에서 엄마가 말했다. “살아보니, 목수가 못질하듯, 그렇게 살아야지, 대충 살면 안되겠더라. 야물지게, 인생을 정직하게 살거라. 너무 욕심내지 말고, 반듯하게 살거라. 집이 삐뚤어지면, 누가 거기 살겠니? 집짓듯 그렇게 살거라”
그때, 엄마의 말씀이 목수이신 예수님의 음성같아서, 지금도 메아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