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82년생 김지영’ 영화를 봤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안방극장을 사로 잡았던 공유, 그리고 정유미, 부부로서 호흡이다. 내 옆, 그 옆, 그 옆, 그 옆에 중년의 아줌마들이 앉았다. 그 뒤, 그 옆, 그 옆, 그 옆에도 중년의 아줌마들이다. 남자는 나 혼자였다.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휴지를 옆에 들고 있었다. 나는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만 듣고, 좌석에 앉았다가 눈물이 쏟아져 옷깃이 젖었다.
여성 인권을 초월해서, 부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과연 어떠해야하는지, 그 속살을 드러냈다. 점점점 허깨비가 되어가는 김지영(정유미)는 자신도 모르게 빙의한다. 남편 대현(공유)는 너무 놀랜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하는가? 종교적으로? 심리학적으로? 남편은 아내를 말없이 껴안는다.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 폭발하면, 그때 김지영은 다른 사람이 된다. 그게 진짜같다.
그녀가 정신병원 의사앞에 앉았을 때, “남편의 아내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것도 행복한 것 같아요. 그러다가 문뜩, 갇혀있다는 감정이 밀려와요. 출구를 찾기 위해서 벽을 돌고 돌고 돌고 돌고, 본래 출구가 없는 곳이었을까요?”
가부장적 아버지 밑에서 숨을 죽이면서 살았던 그녀, 남편을 끔찍이 사랑하는 시어머니의 잔소리에 마음을 죽이며 살았던 그녀, 직장에서는 여자라는 이유로 항상 뒷전, 그러다가 딸을 낳았고, 집에 갇혔다. 그렇게 2년을 보내다가, 경단녀가 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남편은 그런 아내의 ‘육아보육’을 함께 해야할 책임이 있다. 아내는 자녀교육을 위해 직장을 그만 둬야하고, 남편은 그러한 희생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사회적 편견이다. 대현은 결국 결단한다. 육아휴직을 내기로!! 현실적으로 그러할 수 있을까?
김지영의 남동생이 작은 누나가 아픈 것을 알고, 아버지에게 “작은 누나가 뭘 좋아하느냐”고 물어본다. 아버지는 “단팥빵”이라고 말해서, 단팥빵을 왕창 사갔더니, 김지영은 “황당모드” 그녀는 팥 자체를 싫어했고, “크림빵”을 좋아했다. 남동생이 단팥빵을 좋아했다. 아버지는 딸이 무슨 빵을 좋아하는지도 관심이 없었다. 그때, 남동생은 망치로 얻어맞은 충격을 받고, 무관심이 작은 누나를 ‘허깨비’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만년필을 선물한다.
출구를 찾으려고 했던 김지영에게 출구는 ‘자신’이었다. 마음속에 응어리진 감정을 있는 그대로 종이에 쏟아내면서, 작가로서 새롭게 살아가는 그녀는 점점 얼굴에 화색이 돌아오고, 남편 공유도 육아휴직을 내고서, 아내의 아픔에 동참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가 있었다니, 십자가의 물결이 밀려온다. 우울증에는 글쓰기가 확실히 도움이 되는 듯 하다.